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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서도소리와 거문고, 10월 마지막 밤 꿈꾸다

젊은 예인 류지선과 이신애의 환상의 협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10월의 마지막날 저녁 7시 30분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는 파격적으로 서도소리와 거문고가 만나 호흡하는 “서도소리와 거문고 서로에게 묻다” 공연이 열렸다. 서도소리는 장구나 피리 반주에 맞춰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문고와 협연하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날의 공연은 청중들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집중하도록 하는 매력을 품어 냈다.

 

 

 

그렇게 조합이 이루어진 것은 두 사람의 젊은 예인이 학창시절부터의 죽마고우인 까닭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선뜻 모험하기 어려운 공연이 아니던가? 이번 공연의 배경에는 1930년대의 유성기와 SP음반이 있었다. 국악의 대중화와 보급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거문고 산조의 창시자 백낙준과 당시 서도소리 명창 이영산홍이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오늘의 공연장에 류지선과 이신애는 불러낸 것이다.

 

관심을 집중시킨 건 두 번째 공연 ‘관산융마’였다. 지난 9월 4일 역시 한국문화의집에서 류지선의 스승 유지숙 명창은 복원 서도시창 ‘관산융마’를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제자의 소리는 청출어람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또 서도소리와 피리가 아닌 서도소리와 거문고의 협연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점에서 청중들은 초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도소리와 거문고는 그들의 오랜 우정만큼이나 상큼하고도 묘한 마력을 담고 있었다. “서도소리와 거문고 서로에게 묻다”라는 공연 제목과는 달리 서로에게 물은 것이 아니라 거문고와 서도소리가 서로에게 깊숙이 스며들어 환상의 호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역시 한달 전 “젊은 예인들 서도소리” 공연에서 서한범 전통음악학회 회장이 류지선은 ‘관산융마’를 제법 본바닥 시창에 근접한 소리를 했다며, 칭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청출어람의 희망을 보는 순간이다.

 

이후 공연은 ‘영변가’, 서도산타령 가운데 ‘놀량’, ‘경발림’, 그리고 ‘방아타령’과 양산도 등 좌창과 선소리를 넘나들며 숨 가쁘게 이어간다. 그렇게 청중을 휘어잡던 공연은 서현정이 작곡한 ‘신난봉가’에서 절정을 이룬다. 서도소리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난봉가’류 곧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한 곡에 아우르며,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지는 피아노, 거문고, 타악을 통하여 색다른 시도를 한다.

 

그동안 젊잖게 소리를 듣던 청중들은 드디어 ‘사설난봉가’ 부분에서 함께 손뼉을 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세 가지 악기의 주고받는 환상의 연주 속에 류지선은, 난봉가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긴장과 흥겨움을 폭발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에 ‘신난봉가’를 내놓은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인지도 모른다.

 

 

공연에는 1930년대 자료와의 연결에 도움을 준 고음반연구가 정창관 씨도 객석에 있었는데 “서도소리와 거문고의 만남이 잘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크로스오버니 퓨전이니 하여 어쭙잖은 만남이 이루어지곤 하는데 이번 경우는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음악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이런 시도를 함으로써 서도소리도 한 단계 성숙한다는 생각이고, 또 거문고도 음악 연주만이 아닌 거문고로도 서도소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아 흐뭇했다.”고 칭찬했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서울 목동의 전지애(37) 씨는 “서도소리와 거문고의 조합이 흥미를 끌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왔는데 이날 공연은 젊은 예인들이 훌륭한 시도로 멋진 결과를 끌어낸 듯하다. 특히 ‘관산융마’를 거문고가 호흡을 맞춘 것은 더욱 소리의 완결성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여 성공적이다. 마지막 ‘신난봉가’ 공연은 색다른 악기 조합의 연주와 서도소리의 빛나는 호흡으로 멋진 마무리를 했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성악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러 인기를 얻었는데 이날 류지선과 이신애는 서도소리와 거문고의 환상 호흡으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손뼉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