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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안양 호계 활터, 기녀들의 소리 전해져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안희진의 공연 표제에는 <안양>이라는 지역 이름이 들어있는데, 이는 안양과 관련있는 공연을 펼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소리극으로 감상한 명학역 인근 마을은 조선시대 과거(科擧)를 보러 오던 선비들이 머물던 주막촌이었으며, 그날 밤, 학이 지붕 위로 날아들어 울면, 그 주막에 묵었던 선비들이 과거시험에 급제하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를 소리극화 한 것이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소리극의 공연은 제작과정이 힘들지만, 그 공연의 파급 효과는 크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안양에서 성공리에 공연된 <명학이여! 나빌레라Ⅱ>와 <활쏘는 소리>라는 두 토막극은 많은 청중이 모여들었고, 손뼉을 치며 함께 열광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경기민요의 확산도 소리극으로 승부를 겨룬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활쏘는 소리>라는 토막극은 안양과 그 인근 지역에서의 활쏘기 대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정과 결과, 그 음악과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활쏘기 대회는 1년에 세 차례 정도 열렸다고 하는데, 주로 호계동 지역, 비산지역, 안산지역의 활터 등에서 서로 돌아가며 열고 서로 초청하는 형식이었다. 안양의 변두리에는 풍물패와 소리꾼들이 모여 살았던 광대의 마을도 있어서 당일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기녀들과 소리꾼, 광대들이 나와 노래와 춤, 음악으로 답례를 해 주었다고 한다. 다행히 안양에는 이 소리들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어서 활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나 결과를 재미있게 극화(劇化)하여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토막극이 바로 <활쏘는 소리>라는 작품이다.

 

당일 공연을 보면서 느낀 점은, 지역의 토속소리와 안양지역의 역사, 그리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창극 공연을 한다는 점이었고, 그래서 지역적 특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매해 국악 정기공연 때에 이야기가 있는 소리극을 무대에 올려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고 또한 그러한 소리극을 통해 관객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안양은 현대화되어가는 도시이면서도 전통을 중시하는 전통의 도시라는 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제작과정이 어렵고, 경비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소리극의 공연은 단순하게 회원들이 무대에 나와 민요를 부르는 발표회와는 차원이 다른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국악, 특히 판소리나 민요 등 전통성악의 확산은 창극단이나 소리극단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국가가 약 60여년 전에 창단하여 운영해 오고 있으며,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국립창극단>이란 소리극단이 있다. 전남이나 전북지방 등지에도 몇 군데 판소리를 위주로 하는 <00창극단>이 있어서 지방 정부가 이를 운영해 오고 있기에 창극(唱劇)이라고 하면, 그 역사도 오래되었지마는 이는 곧 남도소리로 짜인 소리극을 뜻하는 말로 굳어져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판소리란 한 사람의 소리꾼과 고수(鼓手)가 <춘향가>나 <심청가>와 같은 이야기를 2~3시간, 길게는 7~8시간을 연창하는 장르다. 그런데 만일 판소리 자체 공연만을 고집해 왔다면, 오늘날 판소리는 이렇게 확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판소리의 애호가를 양산하게 된 배경은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창극 공연의 결과가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판소리 외 성악 장르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전문 소리극단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안양시에서는 이와 같은 토막극들이 공연되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안양시와 시의회, 그리고 문화원이나 문화 단체에서도 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응원하고 후원해 주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다. 본 공연의 후원자인 최대호 안양시장의 축사 중 한 대목이다.

 

“시대의 빠른 변천과 새로운 예술장르가 수시로 탄생하다 보니 지역마다 전해오는 토속민요에 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리 지역의 정서와 삶의 이야기를 정감있게 담고 있는 이번 공연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새안양회 구교선 회장은 “평소 우리가 살고 있고, 또한 우리 아이들의 고향인 안양의 역사와 문화, 뿌리, 정체성을 찾는데 적잖은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 고장의 향토문화와 안양만의 소리보존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안희진 명창, 김종희 대표, <소리보존회> 회원들과 더불어 힘을 함께 하겠습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희진과 보존회원들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그 기대에 걸맞게 내년(2020년)에는 주제가 있는 안양소리 여행으로 안양지역의 상여인 <백상여>가 무대 위에 올려진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망자(亡者)를 위해 부르는 슬픈 노래와 상례의식, 안양과 그 인근 지역의 상여소리에 대한 기대가 벌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