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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의 발전사

1편 입문 1장 도입 3
[과학도가 본 명리학 4]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자]  명리학의 발전사는 중국의 그것이 구십 할이라 중국의 명리학과 한국의 명리학을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명리학은 중국과 우리나라 말고도 현재 대만, 일본과 중국 문화권이었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그리고 최근에는 서유럽과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중국의 명리학

 

십간과 십이지의 조화를 보며 인생의 길흉사를 판단하는 간지술은 주나라 시대에도 있었지만, 춘추전국시대에 들어 음양오행의 이론이 이에 부합하며 인간 운명을 예언하는 술법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예언술에는 오성술, 구성법, 기학 등 여러 종류가 있었으나, 이들은 명리학이 자평법(=자평 명리)으로 적중률*을 개선한 이후에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명리학은 당나라의 이허중(9세기 활동으로 추정)에 의해 학문적 체계를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간의 명리학인 ‘삼명’학을 ‘당사주’라는 이름으로 집대성하여 후대에 전했다. 당사주는 천상에 있다는 각종 길흉과 관련된 12개의 별과 인간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관련시켜 인생살이의 길흉을 예견하였는데, 초년 중년 말년 평생의 4단계로 나누어 그때그때 살아가는 방향을 결정하게 하였으며 특히 서민들의 생활을 널리 이롭게 하였다.

 

 

이어서 음양오행에 능통한 북송(AD960-1127) 초기의 인물로 추정되는 서거이(강소성 출신으로 활동기는 10세기로 추정)가 그간의 이론들을 섭렵하고 나름의 연구를 더하여 오늘날까지 명리학의 기초로 쓰이는 “자평법(子平法)”을 창안, 명리학의 학문적 입지를 구축하였다.

 

옛 법인 삼명학이 연월일시에 태월(잉태한 달)까지 다섯 기운의 명리를 보는데 견주어 자평법은 연월일시의 사주*로만 보았으며 일간(일주의 천간)을 중심으로 모두 여덟 자의 음양오행과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길흉화복을 예견하는 간명*체계를 세웠다. 이후 남송의 서공승이 자평 명리에 육신법*을 더한 ‘연해자평’을 저술하여 명리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고 전해지며 이설에는 서자평과 서공승이 동일 인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후 음양오행에 조예가 깊은 남송의 대 유학자, 주희(활동기 12세기 후반)가 ‘하도낙서’와 같은 불후의 이론을 남겼고 명리학은 명조에서 크게 발전한다. 명태조로 하여금 중원을 얻게 하고 성의백의 벼슬까지 받은 유기(14세기 활동)의 명리서로 《적천수》*가 있으며 이의 해설서인 임철조(18~19세기 활동)의 《적천수징의》가 원서에 버금가는 명저로 꼽힌다.

 

적천수에 이어 명의 숭정제 때 당금지(1628~1644)가 그간의 여러 저술과 이론을 종합하여 《연해자평》을 모두 5권으로 편술하였는데 1, 2권은 음양오행의 기본 원리, 천간 지지, 육십갑자* 등이고 3권은 육신법, 여명(女命), 성정, 질병 편이고 4권은 신강 신약* 등이 서술되어 있으며 5권은 앞의 내용들을 암송하기 쉽게 시구로 만들어 실었다. 《연해자평》은 후대의 다른 명리서 저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민간 사회에도 폭넓게 유포되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리학의 진수를 담은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명리학은 청조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이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유물사관과 상충되는 명리학은 배척되었고 대만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명리학

 

우리나라는 송과 교류가 빈번하였던 고려 초, 11세기 중에 자평법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918-1393)에는 태학에서 역경을 가르쳤고 근세조선에서는 명리학이 성균관의 정규 교육 과목 중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의 국기에 태극과 음양이 있어 명리학의 학문적 기초인 음양론의 원천이 한국이 아닐까 하는 주장이 있으나 문헌적 근거가 빈약하다. 조선의 명리학은 왕조에서 정치 군사 과학 의학 등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안정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명리학자는 관상감에 속하는 중인계급으로 잡과를 통해 관리로 채용되어 제도권에서 육성되었다.

 

그러나 1894년 갑오개혁과 일제강점의 과도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가 커다란 문화적 변혁을 맞이하자 조선의 명리학은 실종될 위기에 처한다. 일제는 한민족의 문화를 말살하고자 자신들에게 필요한 한의학과 민족성의 저급화를 부추기는 점술 명리만 남기고 군사 과학 등에 유용되던 고급 명리학은 그 자취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민족의 주체성을 찾기 시작하면서 묻혔던 명리학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1963년 백영관의 저서 《사주정설》을 근간으로 한 재정립 이후 주로 대만으로부터 스님과 역학자들의 활발한 서적 유입과 대학 및 대학원의 명리학과 설립 등을 거쳐 한국의 현대 명리학이 부흥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의 시기가 간명의 적중률 향상을 위한 실관시대라고 한다면 현재는 원리에 대한 이론과 실관이 병존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명리학이 대학으로 들어오며 방법론의 연구, 문헌과 역사연구, 명리로 예측하는 개인의 성격 유형, 체질에 대한 연구, 선천 적성에 따른 진로 추천, 심리 진단, 질병 예측 등의 학문적 성과가 많아지고 있으며 아울러 명리학의 기본 도구인 음양오행, 십간, 십이지 등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명리학이 과정이나 이론이야 어찌 되든 결과만 맞으면 된다는 실관 위주의 관점을 벗어나 보다 합리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동양의 미래 예측학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낱말 풀이>

* 적중률- 간명 예측의 정확도.

* 사주(四柱)- 출생 연월일시의 천지기운에 부응(符應)하는 운명을 일정한 원리에 따라 천간과 지지로 풀어낸 것이 사주이다. 연월일시에 각각 천간과 지지 한 쌍씩 배속하여 이들을 년주, 월주, 일주, 시주라 이름하였으니 사주는 문자적으로 이 4개 기둥(柱)을 의미한다. 두 글자로 구성된 기둥이 넷, 총 여덟 글자로 사주팔자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 간명(看命)- 사주에서 운명과 운명의 힘이 유인하는 후천의 길흉화복 수요(수명의 길고 짧 음)를 보는 것.

* 육신법- 일간을 중심으로 사주의 여러 기운을 다섯으로 나누고 이들과 일간과의 관계를 살펴서 사주 당사자의 재능, 부유함, 인간관계나 사회적 입지 등을 알아보는 이론.

* 적천수(適天髓)- 마침내 하늘의 뜻에 이르다는 뜻.

* 육십갑자- 10 천간과 12 지지의 조합은 모두 120가지가 되겠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60가지만 취하는데 이 60 조합이 갑자(甲子)로 시작하니 이들을 육십갑자라 한다.

* 신강(身强)신약법- 사주의 일주가 왕성하고 강력한 것을 신강 그 반대를 신약이라 하는 데 일주의 강약은 일주 자체의 강약은 물론, 태어난 달이나 나머지 간지들이 일주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신약 신강의 여부가 사주당사자의 길흉화복을 크게 좌우한다.

 

※ 이어지는 연재는 ‘음양(陰陽)의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