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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병산, 제2의 UN을 만들어 낼 것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이기에 전단은 여자에게만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2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침 일찍 일어나 손말틀(휴대폰)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위키 백과사전에서는 조지아의 바투미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바투미(조지아어: ბათუმი, Batumi)는 흑해에 면한 항구 도시로, 아자리아 자치 공화국의 수도다. 2015년 기준으로 인구는 약 15만 4000명이다. 바투미는 터키와의 국경으로부터 약 20km 지점에 있다. 아열대 기후로 레몬이나 오렌지, 차를 재배한다. 조선, 식품가공, 경공업 등의 산업이 발달하였으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관광이다.

 

옛날에는 그리스의 식민 도시였다. 17세기 이후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놓였고, 주민의 이슬람화가 진행되었다. 1878년 러시아-투르크 전쟁 이후에 체결된 산스테파노 조약에 의해서 러시아 제국에 병합되었다. 러시아 혁명 전인 1901년에는 공산주의자 스탈린이 바투미에서 파업을 일으켰다. 러시아 혁명 뒤에는 터키군에 의해 일시적으로 점령되었다가 1921년에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되었다. 조지아 정교회와 가톨릭, 이슬람교, 유대교, 아르메니아 정교회 등 많은 종교가 혼재하는 도시이며 각 종교의 사원과 교회를 볼 수 있다.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두 개 끓여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컵라면은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데, 작은 컵라면을 10개 정도 가져왔다. 라면 뚜껑을 뜯어내어 뚜껑 껍질과 라면 덩어리와 소스 봉지를 각각 따로 포장하면 부피를 상당히 줄일 수가 있다. 믹스커피는 20개 정도를 가져왔는데 하루에 하나 정도로 아껴 먹는다. 병산은 원두커피를 좋아하지만, 여행 중에는 이따금 믹스커피를 먹기도 한다. 병산은 원래 말술을 먹는 애주가였는데, 순례를 시작하면서 술을 뚝 끊었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병산은 물을 잔에 담아 같이 건배를 한다.

 

믹스커피까지 마신 뒤에 우리는 배낭을 메고 깃발을 들고 해안가로 걸어갔다. 지금이 7월 말이니 여름 휴가철이다. 바닷가에 수많은 파라솔이 펼쳐져 있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 바다 쪽으로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데크 끝까지 걸어가 보았다. 시가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바투미는 인구는 많지 않아도 현대식 고층건물이 많았다.

 

 

 

우리는 조금 걷다가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들어갔다. 병산이 환전소로 찾아가 달러를 환전했다. 조지아 화폐는 라리인데 1라리가 우리나라 돈으로는 450원 정도이다. 근처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내일 터키 국경으로 가는 버스표를 예약했다. 다시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 유람선을 탔다. 오전 시간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고 유람선에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바라보는 바다가 흑해이다. 병산은 유람선 안에서도 생명탈핵 홍보를 열심히 한다. 병산이 유람선에서 조지아 여인과 함께 셀피를 찍어 순례일지에 올린 것을 여기에 소개한다.

 

 

내가 직접 맛을 보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흑해는 염분 농도가 다른 대양의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흑해는 아주 좁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하여 지중해와 연결된다. 흑해는 원래는 내륙의 분지였는데 약 4,000만 년 전 소아시아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 동쪽의 카스피해 분지와 서쪽의 지중해가 갈라지면서 형성되었다.

 

새로 형성된 흑해 분지는 점차 대양에서 고립되어 염도가 낮아졌으며, 서서히 카스피해 지역과도 분리되었다. 현재 흑해는 가장 깊은 곳이 수심 2,000m를 넘을 정도로 깊은 바다인데, 들어오는 바닷물에 견주어 주변에서 유입되는 강물이 많다. 그러므로 염분 농도가 적게 유지된다고 한다. 현재 흑해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조지아, 터키 등 모두 6개인데, 해안선을 따라 휴양 도시가 발달되어 있다.

 

과거 역사를 보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를 구하려는 러시아는 흑해를 탐내어 수차례 흑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흑해 북쪽에 돌출되어 있는 크림 반도는 오랫동안 열강들의 싸움터였는데, 특히 1853~1855년 3년 동안 러시아는 영국ㆍ프랑스ㆍ투르크의 연합군과 바다와 육지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패배하였다. 치열한 전투와 전염병이 겹친 크림 전쟁에서 양측은 모두 약 25만 명이 죽었다. 이때 세계 첫 종군기자였던 영국 <타임즈>의 러셀 기자는 전투 소식을 본국으로 보내면서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참상을 생생하게 세상에 알렸다.

 

영국의 런던 숙녀병원 간호부장이었던 나이팅게일은 비참한 소식을 접하자, 전쟁에서 고통받는 군인들을 위해 간호사들을 인솔하고 크림반도로 향하였다. 그녀는 전쟁터에 도착하자마자 세계 최초로 야전 병원을 세워 국적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병사들을 치료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백의의 천사’라고 불렀고, 일부에서는 크림 전쟁을 ‘천사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 뒤 스위스 사람 앙리 뒤낭이 전쟁 부상자 구호를 위한 국제기구의 창설을 주장하였고, 유럽의 각국이 적극 협조하여 1863년 국제 적십자사가 창설되었다. 1864년에는 전쟁에서 국적이나 정치, 종교, 사상에 관계없는 구호 활동을 규정한 제네바 협약(적십자 조약)이 체결되었다.

 

유람선을 타고 흑해를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해보았다. 병산의 계획이 현재대로 잘 추진되면 그는 내년 8월에 로마까지 걸어가서 교황을 친견하게 될 것이다. 그 후 교황과 달라이라마, 발도로메오 총대주교 등의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인류를 원전의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제2의 UN을 만들어낸다면, 병산은 국제적십자사를 만든 뒤낭 만큼의 큰 일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림이 현재는 꿈이지만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유람선에서 내려 우리는 선착장 옆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작은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케이블카는 서울 남산 케이블카의 2배는 됨직한 거리를 천천히 올라갔다. 산봉우리에서 바투미 시가지와 그 너머 흑해를 내려다보았다. 봉우리에는 별다른 관광시설이 없었다. 병산이 케이블카를 타지 말고 걸어서 내려가자고 말했다. 나도 동의했다. 걷는 것은 우리가 잘하는 일이다.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은 산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중간에 근사한 식당을 발견하고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경치도 좋고 음식도 훌륭했다. 손님은 우리 두 사람뿐이었고 종업원은 매우 친절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려가 시가지에 도착했다. 시가지 구경을 하면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나중에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산봉우리에서 숙소까지 14km를 걸었다.

 

시가지를 걸으면서 우리는 꾸준히 생명탈핵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병산은 예쁜 여자만 골라서 전단지를 준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 먹으면서 잠시 쉬는 동안에 나는 병산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병산은 왜 미인에게만 유인물을 줍니까?”

“미인에게 남자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지요.”

“남자들에게 직접 주면 안 되나요?”

“선전 효과로 보면 여자, 특히 미인에게 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습니다. 꽃에 나비들이 날아들 듯 미인 한 사람에게 여러 남자가 모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이지만,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입니다. 그러므로 전단지는 미인에게 주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그럴듯한 삼단논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