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세상에는 붉은 꽃만 있는 것은 아니라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30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판단치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이는 18세기 후반기의 대표적인 조선 실학자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사람들을 위해 고갯마루의 꽃을 보고 쓴 한시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입니다. 박제가는 꽃이라고 하면 ‘붉다’는 생각만 가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꽃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곧 꽃에는 다양한 빛깔의 꽃이 있고, 또한 꽃에서 잘 보지 않는 부분인 꽃 수염은 많은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다면서 꽃 수염들부터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세상의 모든 만물은 물론 세상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곧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하나로 재단하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므로 그 ‘다름’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세태를 박제가는 꼬집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