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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월엔 수선화 속으로

나는 보았네, 황금빛 수선화가 춤추는 것을
[솔바람과 송순주 4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은 사랑스러운가?

대중음악가 그룹인데 좀 느낌이 안 좋은 Slaughter를 이름에 쓰는 음악그룹의 리더인 Mark Slaughter는 4월이 사랑스럽다며 빨리 오기를 재촉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April, Dear April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빨리 오렴

달콤한 앵초꽃도 빨리 피어

수선화 잔치에 참가하려무나

하늘이 새 햇살을 선사할 때에

 

4월이여 사랑스런 4월이여 축복받은 봄의 아들이여

노랑과 흰색으로 온통 화려한 그대

새들을 간질러 노래를 부르도록,

하늘을 날아 춤을 추도록 하는 너

 

이 노래의 주인공은 수선화이다. 이른 봄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의 경우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는 벚꽃인데 외국의 경우, 다른 데는 잘 모르겠고 내가 있었던 영국의 경우 체리가 있기는 하지만 많이 넓게 피는 것으로는 들판의 수선화가 보편적이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1770-1850)가 제일 먼저 노래하는 꽃도 수선화다.

 

 

 

수선화 (Daffodils)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

 

하늘 높이 골짝과 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

문득 나는 보았네, 수 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 아래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에서 빛나며

반짝거리는 별들처럼 쭈욱 연달아

수선화들은 호만(湖灣)의 가장자리 따라

끝없이 열 지어 뻗쳐 있었네

무수한 수선화들이, 나는 한눈에 보았네,

머리를 까닥이며 흥겨이 춤추는 것을

 

수선화 옆에 호수물도 춤추었으나, 수선화들은

환희에 있어 반짝거리는 물결을 이겼었다

이렇게 즐거운 동무 속에

시인이 아니 유쾌할 수 있으랴!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이 광경이

어떤 값진 것을 내게 가져왔는지 미처 생각 못 했더니

 

이따금, 멍하니, 아니면 생각에 잠겨

카우치에 누워있을 때

수선화들이 번뜩인다

고독(孤獨)의 정복(淨福)인 심안(心眼)에

그러면 내 마음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영국은 호수와 숲이 많은 나라. 언제나 비가 내리고 축축하고 나무들은 잎이 무성하고 꽃은 일 년 내내 핀다. 어떻게 보면 국토 전체가 공원처럼 보이는 나라. 그 나라의 분위기를 가장 영국적으로 전해주는 시인 워즈워드,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호수지방(Lake Distirct) 그라스미어(Grasmere)라는 곳은 그런 풍경과 느낌이 가장 강한 곳. 호숫가의 나무들 사이로 심겨 있는 수선화들이 봄이 되어 노란 꽃을 피우면 바로 이런 시가 되고, 이런 시인이 되어 혼자서 마음속으로 춤을 추게 되는 것이리라.

 

가끔 기다란 의자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도 불현듯 고독의 축복이라고 할 내 마음속 눈에 비치는 것은 노란 수선화가 벌이는 춤의 잔치, 그것이라고. 그 생각을 하면 가슴에 기쁨이 넘친다고 한 이 시인의 마음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고독(孤獨)의 정복(淨福)인 심안(心眼)"이라고 표현한 번역은 번역자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약긴 옛스럽고 어색하지만, 그거야 어쩌겠는가?

 

 

또 하나의 시는 역시 봄에는 수선화가 으뜸이라는 한 현대 미국 여류 시인의 작품이다. 이것도 생동하는 기쁨을 준다. 봄은 이런 기쁨을 같이 맛볼 수 있게 하기에 계절의 여왕이다.

 

이 시를 본인이 한번 풀이해 보았다.

 

봄은 역시 수선화(Nothing says spring like Daffodils!)

                                                         Marilyn Lott

 

작은 크로커스 꽃줄기가 땅에서부터

봄에 머리를 내미는 것을 보세요

따뜻한 날씨가 되면 앵초꽃도

달콤한 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요

 

과일나무의 꽃들도 아름다운 색으로

우리의 숨을 멈추게 하지요

그러나 노란 코트를 입은 수선화만큼

봄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답니다.

 

파랗고 하얀 작은 물망초들은

한 송이까지도 간직하고 싶도록

봄의 많은 꽃들은 빛나는 태양에

몸을 활짝 열어 보이지만

 

일 년의 이맘때에 많은 꽃들이

내 속에 전율을 가져다주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지만

봄을 말해주는 것은 역시 수선화

 

그런데 맨날 남의 나라 사람들의 시만 보고 좋다고 하기도 계면쩍은 만큼 우리 선조들의 시를 찾아보자. 추사 김정희 선생의 시가 있다

 

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한 점의 겨울 마음이 송이송이 둥글어

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냉준변)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빼어나구나

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이정체)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못 벗어나는데

淸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해탈한 신선을 맑은 물에서 정말로 보는구나

 

우리나라의 옛 선비들도 수선화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중국 연경에 가는 이들에게 부탁해 그 뿌리를 어렵게 얻어다 키웠다. 그런데 추사가 제주 대정에 유배와 보니 ‘수선이 일망무제(一望無際,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로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느낌, 마치 횡재를 한 듯한 느낌이 이 시에 배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선화가 만발한 화원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전국 몇 군데에는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올해 봄을 본격적으로 알려주는 벚꽃이 활짝 피어도 예년처럼 가까이 가서 마음 놓고 보지 못하는 세상. 우리가 4월에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아마도 수선화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밖에 없으면 집안에 피는 수선화라도 가만히 보며

수선화의 노란 얼굴에 모든 시름을 묻고 즐거운, 상쾌한 봄을 마음으로라도 맞이하자!

이미 4월이어서 수선화는 이제 전국에 피거나 피었을 것이다.

노란 수선화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은

코로나인지 선거인지 혼란스러운 4월을 보내는 한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