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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 아프고 굶주린 백성을 걱정한 임금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44]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와 연관 지어 인간 욕구 그리고 세종 시대의 사회적 환경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과 사회의 욕구 단계

 

한 나라 국민[백성]의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 행복은 결코 경제적인 GDP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는 건 세계 국민의 행복지수 조사로도 알려진 바 있다.

 

한 사회가 건강한가를 논의할 때 중세에는 일반적으로 ‘의식주통육락(衣食住通育樂)’의 기준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헐벗지 않고, 배고프지 않으며, 춥지 않은 집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며 다음 사회적으로는 교통 길과 사회적인 사맛[커뮤니케이션]이 잘 흐르고 누구나 교육을 받고 문화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 기본적 인간의 욕구에 대한 연구로는 매슬로우(A. Maslow, 1908 ~1970)가 있다. 그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사랑, 존중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설(뒤에 7단계)을 주장하였다. 일종의 결핍 욕구로 충족되지 않으면 충족 동기가 강해지고 충족되면 약해진다고 한다. 단계는 1) 생리적 욕구에서 출발하여 2) 안전의 욕구 3) 애정 및 소속의 욕구 4) 자존의 욕구(여기에 인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 5) 자아실현의 욕구의 단계로 상승한다.

 

이에 ‘의식주통육락’과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에 맞추어 세종시대를 살펴보자. 세종대의 백성은 첫째 생리적 욕구의 의식주 문제, 둘째 안전문제의 병으로부터 걱정이 덜하고, 이유 없이 죄인으로 몰리지 않고, 셋째 농민이나 장인(匠人)으로 이후 자존감을 가지며 자기 업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를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와 비교하면 생리, 안전의 개인 욕구가 사회성을 띠는 소속의 욕구 그리고 후반부는 사회 속에서 자존과 자기실현을 이루는 것으로 종국에는 세종의 업(業)사상과 잇닿아 있다.

 

여기서 세종 시대의 의식주 혹은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에 대한 세종의 시책을 확인해 본다.

 

국가 복지로서의 세종시대

 

 

‘의식주통육락’에서 먼저 세종시대의 의식주의 문제를 살펴보자.

 

구휼 감독 : 지인(知印) 4명을 경상ㆍ충청ㆍ강원ㆍ함길도에 나눠 보내어, 수령들의 구휼하는 일에 관한 성실성과 굶어 죽은 사람의 유무를 살펴보게 하였다. (《세종실록》 1/1/15)

 

굶어 죽는 사람 : 구제할 물품을 가지고 장애인이나 병든 사람을 우선적으로 구제해 주되, 장차 조관(朝官)을 보내어 순행하여 물어볼 것이니, 만약에 여염 가운데 한 백성이라도 굶어 죽은 자가 있었다면 중죄로 처단할 것이다. (《세종실록》3/2/5)

 

굶어 죽은 백성이 있게 되면 수령은 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굶어 죽는 일이 발생했다.

 

현감에게 곤장: 예조 판서 황희가 계하기를, "고양현에 굶어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하여 승정원 주서 이극복에게 가서 살펴보게 하였더니, 사비(私婢) 모란의 모자 세 사람이 굶주리어 부종이 났고, 어린아이 1명은 굶어 죽었다 합니다." 하자, 의금부에 명하여 현감 김자경(金資敬)을 추궁하여 죄를 물어 곤장 80대로 다스렸다. (《세종실록》5/6/10)

 

먼저는 세종 즉위 초기부터 백성의 먹고 사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다음으로는 안전욕구의 하나인 아픈 사람에 대한 배려가 이어진다.

 

병자의 전염 예방: 내가 병자(病者)를 활인원(活人院)에 옮기도록 명령하였다. ... 그 나머지 기민은 편의에 따라 각 진제장(賑濟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렸을 때 곡식을 내어 주거나 죽을 쑤어주던 곳)의 옆에 흩어 있게 하다.(《세종실록》19/3/8). 진제장의 병자에 의해 전염되는 일이 없도록 각도에 명하였다.

 

부모 병에 휴가 : 군사의 부모가 병이 있는 경우 휴가를 허용하되 참된 정성을 쏟게 하다. (《세종실록》7/2/21)

 

죄수 치료 : 옥에 갇힌 죄수로 병이 있는 자는 치료하여 죽는 일이 없도록 하다. (《세종실록》7/3/24)

 

한증 치료 : 한증(汗蒸, 불을 때서 뜨겁게 단 한증막에 들어앉아 땀을 내는 일)으로 병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금 확보와 운영 방법을 예조에서 청하니 따르다. (《세종실록》9/4/24)

 

혜민국에서 구료 : “옥에 수감된 사람으로 병을 앓고 있는 자들에게 서울에 부호(扶護)할 자가 살고 있으면, 약품을 사서 구료(救療)하게 하고 있사오나, 빈한하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 자는 조석의 공궤(供饋, 윗사람에게 음식을 드림)도 오히려 이어 가기가 어렵사오니, 청하옵건대 동ㆍ서 활인원(東西活人院)의 예에 의하여 빈한하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 자는, 혜민국(惠民局)으로 하여금 약품을 주어 구료하게 하소서." (《세종실록》13/3/19) 기타의 병에 걸린 수인(囚人)들도 역시 이 예에 의하여 구료하게 하였다.

 

의복과 식량: "옥에 갇힌 죄수 가운데 도와줄 사람이 없는 자는 관에서 그 의복과 식량을 지급하고, 질병에 걸린 자는 관에서 약품을 조제하여 구호하라. (《세종실록》 13/3/21) 진제장의 병자에 의해 전염되는 일이 없도록 각도에 명한 일이 있다.

 

진제장 환자 치료 : 경기ㆍ충청ㆍ전라ㆍ경상도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도내에 진제장을 설치한 때부터 나와서 먹은 굶주리는 백성의 수와 죽은 자의 수효를 자세히 아뢰고, 또 진제장에 도착하지 못하고 도중에 죽은 사람은 몇 사람이며, 이미 도착하여 죽은 자는 몇 사람이며, 병들어 죽은 자는 무슨 증세로 죽었는가. 당시에 병에 걸린 자, 본향으로 돌아간 자, 현재 있는 자, 도로에서 머물렀다가 죽은 자의 수효와 돌림병이 있는지 없는지 모두 빨리 아뢰라. 서울 안의 진제장에서 굶주리는 백성이 죽은 것을, 처음에 생각하기는 주리고 피곤한 사람이 너무 배불리 먹어서 상한 것인가 하였더니, 요사이 한성부에서 아뢰기를, ‘이처럼 날씨가 따뜻한 때를 당하여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돌림병이 서로 전염되어 많이 사망하는 것이라.’ 하기에, 내가 병자(病者)를 활인원(活人院)에 옮기도록 명령하였다. ... 굶는사람은 편의에 따라 각 진제장의 옆에 흩어 있게 하여, 비록 돌림병이 있는 자가 있더라도 서로 전염하지 않도록 하고, 도내에 만일 돌림병이 있게 되면 이 예에 의하여 조치하라." (《세종실록》19/3/8) 전염병과 배고픔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약 보내기 : 예조에서 아뢰기를, "황해도에서 돌림병에 걸린 자가 황주에 171인, 봉산에 14인, 장연에 29인, 재령에 24인, 합계 2백 38인이오니 약을 보내어 구호하게 하옵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세종 21/윤2/28) 예조에서 황해도의 돌림병에 걸린 자에 대해 약을 보내어 구호하게 할 것을 아뢰다. 이밖에도 억울한 일로 죄를 짓지 않게 배려한 여러 시책이 있다.

 

노비를 구타하지 마라 : 상주고 벌주는 것은 임금 된 자의 대권(大權)이건만, 임금 된 자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자를 죽여서, 선(善)한 것을 복 주고 지나친 것을 화(禍) 주는 하늘의 법칙을 오히려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노비는 비록 천민이나 하늘이 낸 백성 아님이 없으니, 신하된 자로서 하늘이 낳은 백성을 부리는 것만도 만족하다고 할 것인데, 그 어찌 제멋대로 형벌을 행하여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임금 된 자의 덕(德)은 살리기를 좋아해야 할 뿐인데, 무고한 백성이 많이 죽는 것을 보고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금하지도 않고 그 주인을 치켜올리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매우 옳지 않게 여긴다. (《세종실록》26/윤7/24)

 

세계적으로 겪는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우리나라는 환자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 대응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 의료보험도 무상의료제도인 일부 서구국가에 견주어 국가와 개인이 함께 부담하는 보다 효율적인 장점도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역경을 겪으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저력이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대에도 백성이 배고프지 않고, 병 걸렸을 때 치료받고, 억울하게 죄에 빠지지 않은 채 건강한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있었음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민족의 좋은 정치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