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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젊으니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가 더 젊으니까

 

                                   시인  김  태  영

 

       말 많기로 소문난 동네 여편네

       반가우면 반갑다고 말을 할 것이지

       어머, 왜 그리 늙어버렸냐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늙긴 지가 더 늙어가지고

       진짜 미워 죽을 뻔했지만 참았다

 

       내가 지보다 더 젊었으니까.

 

 

* 지가: 자기가라는 말의 짧은 사투리

 

 

어떤 재벌가 여성은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주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프로포폴을 맞는 것이야 젊어 보이려 함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이 먹어도 젊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대신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았다.

 

대리출석에 몸서리를 앓던 대학에서는 급기야 출석부에 사진을 붙였다. 그런데 사진을 붙인 뒤 출석을 부르던 교수는 한 학생을 빤히 쳐다보며 "이 사진이 네가 맞아?"라고 물었다. 교수는 의심으로 찜찜했고 학생은 억울함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현상은 물론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나머지 사진편집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곧 젊은이들 용어로 ‘뽀샵’이란 걸 한 결과다.

 

여기서 우리는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니냐 얘기를 들출 필요가 있다. 그녀가 만년에 사진을 찍었는데 그녀는 찍기 전에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마니냐는 대답했다.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김태영 시인은 내가 지보다 더 젊었으니까 참았단다. ‘어머, 왜 그리 늙어버렸냐?’라고 물었던 여성은 아마도 자신의 주름진 얼굴이 상대에게 투영해 보인 것 아닐까? 늙어가는 걸 걱정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곱게 늙을지 걱정하는 것이 슬기로울지니. 오드리 헵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젊은 시절 ‘로마의 휴일’ 영화에 출연했을 때가 아니라 주름진 얼굴이지만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아픔을 같이하고 있는 노년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시인처럼 나는 늘 젊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누가 뭐래도 당당한 노년일 터다. <우리문화평론가 김영조>

 

 

* 김태영 (시인)

  실버넷 기자

  한국문인협회ㆍ서울시인협회 회원

  2006년 문학공간 시인상

  시집 《해바라기 연가》, 《빨간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