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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시대와 지금의 시민 자율성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47]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코로나 19’ 사태는 단순히 사회적 변화가 아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시민의식, 경제 활동 등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발생과 방역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책임론과 나아가 무역으로 연결되는 경제 질서의 재편 등 국제적 공조의 파급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자발적 시민의식

 

국내 시민생활에 국한해 보면 생활 규칙의 강조다. 정부는 그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지난 5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규모 집단의 사회규칙이고 생활방역은 소집단 곧 가족 단위의 규칙을 일컬음이다. 1~2미터 거리 유지로부터 50여 센티미터 거리도 좋지만 밀폐된 곳에서 밀집하지 말고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다.

 

그간 잘 막아오던 코로나 방역이 4월 30일 이태원클럽 사태로 일거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인천 학원 강사로 시작된 전파는 7차 감염까지 발생시켰지만, 여전히 감염원을 찾지 못해 연결고리를 끊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5월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255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유흥업소는 마스크 쓰기, 사람들 연락처 적기, 열 재기, 일정한 거리 지키기를 못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가) 시민의식과 방역실천이 중요하다.

손 자주 씻고 다시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평범하면서도 기본적인 방역 지키기뿐이다. 버스나 전철, 택시를 탈 때 마스크를 해야 한다. 시민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능동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자발성이란 스스로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하여 책임을 지니는 시민 문화의식이다.

 

나) 생활 속 질서 지키기

미국 뉴욕 큰 빌딩에서는 연례적으로 위기시의 탈출 훈련을 하는데 차례를 지켜 비상계단을 내려오는 훈련을 거친 회사는 그렇지 않은 빌딩에서보다 위기 시 인명 손해가 적었다는 실례가 있다. 무질서보다 질서가 효율성이 높다는 게 현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다) 비방과 혐오보다는 배려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들어오거나 하여 격리되었음에도 마치 감염자 취급을 하며 집단 괴롭힘을 하는 경우가 이웃 일본에서 있다고 한다. 우리도 성소수자 운운하며 집단 괴롭힘에 동참할 수 있다. 모두의 삶은 소중한 것이다.

 

세종시대의 권유와 자율성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일은 세종시대에도 고민거리였다. 세종은 정책을 수행하고자 할 때 가) 백성의 자발성, 나)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는 권유, 다) 즐겁게 일하게 하는 분위기 조성을 강조한 바 있다.

 

▪억지로 마라 : (양계 감사에 농서에 따라 경작할 것을 권유하게 하다.) 함길도ㆍ평안도의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도내가 땅은 넓고 사람은 드물어, 집집마다 토전을 넓게 차지하고 있는데, 경작할 때에 힘쓰는 것은 간단하고 쉬우나 수확하는 것은 매우 많으니, 만일 타도와 같이 힘을 다하여 경작한다면 반드시 곡식이 잘되어 쉽게 풍작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농사직설(農事直說)》을 펴내 각도에 반포하였으니, 성의껏 친절하게 가르치고 일러서 농민이 고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하고, 관가에서도 역시 농서에 의하여 갈고 심어서 백성이 법을 받게 하라. 대개 인정이 예전 관습을 편안하게 여기고 새 법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비록 부지런히 가르치고 일러도 준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일 인심이 따르려고 하지 않거든 반드시 억지로 시키지 말고, 마땅히 점차로 잘 달래어 농서(農書)와 타도에서 행하는 방법에 따라 경작하게 하고, 또 관가가 또한 깨우쳐 지난날의 깨우치도록 한 바에 의하여 갈고 심게 하고, 가을에 수확한 수량을 자세히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세종실록》19/2/15)

 

 

백성들이 옛날 관습을 편히 여기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면 억지로 시키지 말고 시간을 들여 달래기도 하여 시행하고 중요한 것은 그 실적을 뒤에 보고하여 그 효과가 어떤지 밝혀보고자 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권과(勸課)를 게을리 마라 : (백성에게 《농사직설》 등의 경작법을 권유하도록 각도 감사에게 명하다) 각도 감사에게 전하기를, "먹는 것은 백성에게 으뜸이 되고 농사는 정치의 근본인 까닭으로, 수령들이 백성에게 가까이하는 것은 권농(勸農)보다 중한 것이 없다. 만약에 물난리나 가뭄, 병충해ㆍ풀무치 떼 재난 같은 재변은 하늘의 운에서 나오는 것이니 어찌할 수가 없으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의당 마음을 다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성들은 조심성이 항상 있지 않아 농사일에 정신을 쓰지 않아서 조금도 근본에 힘쓰는 마음이 없다. 그러므로 지난 기유년에 ...《농사직설(農事直說)》을 만들어 각도에 나눠주어, 어리석은 백성이라도 역시 분명하고 쉽게 알도록 하였다. 다만 일을 권장하는데 마음을 덜 써서 책은 비록 펴냈으나 그 실효를 보지 못하였다. 이제 또 약간의 책을 펴내 여러 도에 더 보내니, 경들은 나의 지극한 뜻을 몸 받아서 즉시 각 고을의 수령들에게 보내, 농민을 깨우치고 가르쳐 책에 바탕해 시험해 보여서 풍속을 이루도록 하라. 만약에 어리석은 백성으로서 자력이 부족한 자나 스스로 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강제로 시킬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권장하기를 시종 게을리하지 말아서 점차로 힘써 행하도록 하라.” (《세종실록》19/7/23)

 

세종 시대에도 농사나 건축 등에서 농민이나 승려의 무리가 일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덕목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자발성 : (흥천사의 탑전 수리 일로 권채에게 권문을 짓게 하다) 승정원에 전하기를, “흥천사의 탑전(塔殿 , 탑이 있는 불당)을 수리하려 하여 호조 판서 안순에게 의논하니, 순이 말하기를, ‘대개 승려의 무리는 절에서 불러서 역사를 시키면 반드시 꺼리고, 스스로 서로 불러 모이면 즐겁게 일에 나간다.’라고 하니, 그 말이 옳을 것 같다. (《세종실록》17/5/20)

 

일하되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기다리거나 대화하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일을 할 때 흥이 나고 일의 효율성도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재나 세종시대나 사회의 역동성은 개인의 자발에 따른 능동 그리고 일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데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