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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진실

[정운복의 아침시평 4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잔잔히 흐르는 백마강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뚝 솟은 바위 절벽을 만나게 됩니다.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꽃잎처럼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이지요.

 

 

의자왕은 백제 31대 임금입니다.

의자(義慈)의 뜻은 올바르고 자애롭다는 의미로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들과 우애가 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의자왕은 무절제하고 방탕하며 무능한 왕으로 삼천궁녀를 거느렸다고 소문이 났을까요? 실제 백제는 궁녀 3,,000명을 거느릴만한 국력이 아니었습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조선시대에도 궁녀는 500명을 넘지 못했으니까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처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의이고 힘이니 처벌 할 수 없다는 표현이 옳겠지요.

만약에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정권을 잡지 못했다면

역사책에 단순히 '이성계의 난'이라고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종묘사직과 더불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임금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신라의 경순왕은 나라를 통째로 왕건에게 바치고 그는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천수를 다하고 죽습니다.

 

고려의 마지막 왕은 공양왕이지요. 공양왕이라는 뜻도 공손하게 왕위를 양위하였다는 의미미니..... 임금들의 떳떳하지 못한 처신을 봅니다.

 

어쩌면 거의 유일하게 끝까지 항거하다 포로가 된 임금이 백제의 의자왕입니다.

그는 전쟁에 지고 당나라로 끌려가 결국 그곳에서 병사하고 말지요.

문제는 패주가 되고 나면 기록이 별로 아름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삼천궁녀라는 표현은 삼국시대를 다룬 어떤 역사책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상대를 깎아내리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역사 앞에 떳떳한 임금을 별로 가져보지 못했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물론 항복하고 백성의 목숨을 지키느냐

아니면 끝까지 싸워 국권을 지키느냐 하는 것은 그 당시 통치자의 선택의 몫일 것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귀족의 의무를 지켜 살아온 통치자가 많지 않음이 아쉽습니다.

또 이 시대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자기 집 드나들듯이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현실이 더욱 그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