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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칡(葛)과 등나무(藤)

[정운복의 아침시평 5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다른 의견이나 정서로 인하여 서로 충돌하여 대립할 때 갈등이란 표현을 씁니다. 갈등이라는 낱말은 덩굴식물의 칡(葛)과 등나무(藤)의 한자가 조합된 글자이지요.

 

칡은 주변에 아주 흔한 식물입니다. 자른 단면에서 액이 나오는데 갈색으로 한 번 물들면 빠지지 않습니다. 그 갈 자가 칡갈(葛) 자인 것이지요. 칡의 가루를 갈분(葛粉),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고 하는 이유도 그 한자에 연유합니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성장하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자랍니다. 만약 이 둘이 만나 서로 얽히면 풀기 힘든 모양이 되고 나무의 성질이 질겨 자르기도 힘들고 뿌리도 잘 뽑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갈등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지요.

 

 

이방원이 하여가에서 만수산 드렁칡을 언급했는데 드렁칡이란 ‘언덕진 곳에 얽혀있는 칡덩굴’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대부분의 덩굴식물은 지탱식물에 의지하여 자라게 되는데 자연의 공생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터를 잡고 나면 허락 없이 이웃 나무를 칭칭 감고 자라는데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올라가지요. 광합성을 위해 공간을 몽땅 점령해 버린 데다가 잎도 넓어서 지탱식물을 고사시키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공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것이 대부분 덩굴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갈등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적갈등과 다른 사람이나 사회 자연 운명과 부딪혀 발생하는 외적갈등이 있습니다. 갈등은 많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갈등은 필연입니다.

 

어쩌면 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은 갈등을 인정하되 악화시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나 조직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갈등이고 보면 그 말이 칡과 등나무란 명사를 지칭하는 말로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