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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그도 이젠 외로운 건가?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   화

 

                                            - 김 태 영

 

       한때 그럴싸했던 친구

       물어물어 찾았다며 전화가 왔다.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가끔씩 생각나고 잊을 뻔했던

       그 옛날 친구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건가

 

       그도 이젠 외로운 건가

       힘겹게 외로울 땐 나도

       꼭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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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벨이 발명한 전화는 우리나라엔 1890년 무렵 궁궐 안에 처음 설치되었다. 고종은 당시 이 전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는데 특히 동구릉에 있는 대비 조 씨의 무덤에 아침저녁으로 전화해 문안을 드릴 정도였다. 그런데 고종이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는 신하는 임금을 직접 뵈었을 때처럼 극진한 예를 다했다. 먼저 전화벨이 울리면 신하는 전화기가 있는 방향으로 절을 세 번 하고 전화를 받아 임금의 말씀을 들었다. 말소리로만 들리지만, 전화기를 임금으로 생각하고 삼배(三拜)의 예를 다했다.

 

이때 전화기는 영어말 ‘텔레폰’을 한자식으로 바꾼 ‘덕률풍(德律風)’, ‘덕진풍((德眞風)’, ‘다리풍(爹釐風), ’어화통(語話筒)‘, ’전어통(전어통)‘ 등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그 뒤 1895년 일본서 만든 말인 “전화(電話)”란 말을 썼고, 이후 이 말로 굳어졌단다. 이렇게 귀했던 전화기는 이제 누구나 손말틀(휴대폰) 하나는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손말틀로 걸려 오는 전화기에 절을 하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고대하던 사람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도 있지만, 스팸 전화처럼 짜증 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이에게 전화할 때 받은 이에게 받고 싶은 전화가 될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김태영 시인에게 전화가 왔단다. 가끔씩 생각나고 잊을 뻔했던 그 옛날 친구. 시인은 생각한다. “그도 이젠 외로운 건가?” 시인은 힘겹게 외로울 때 꼭 누군가에게 전화했던 것이 떠올랐나 보다. 어떤 이에게 걸려 온 전화, 그는 정말 외로운 나머지 나를 구세주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니 욕심인지 모르지만, 내가 전화기에 절을 하고픈 전화가 한번은 왔으면 좋겠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