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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펴낸 《농사직설》

[‘세종의 길’[行道] 함께 걷기 55]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뉴그린딜

 

코로나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러한 시대에는 개인이 모두 창작가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방법을 달리하여 새롭게 만들어 내는 창작가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대면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여 살 궁리를 하고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운에 부응하여 정부에서는 고용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큰 그림을 직접 그리고 있다.

 

그린 뉴딜이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인 사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 스마트화 등을 제시했다. `그린 뉴딜`이 하반기 제 정책에 곧바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뉴딜은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으로 촉발된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겠다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대규모 공공사업 등을 총체적으로 묶어 표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뉴딜’ 하면 재정 투입과 공공사업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은 이름을 뉴딜에서 따오긴 했지만, 내용은 딴판이다. 건설, 토목 위주의 공공 프로젝트가 아닌 디지털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가 가속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뿐이다.

 

그린 뉴딜은 뉴딜에서 더 나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어찌 보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전 정부의 유산이라며 `녹색`이란 말이 들어간 정책을 모두 날려버렸는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맞아 이를 다시 살려내는 셈이다.

 

현재로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 노후 건축물의 단열 등을 개선해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그린 리모델링 등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MB 시절 `녹색성장`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대해 "디지털화를 심화시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 경제에 무게를 싣는 것"이라며 "녹색성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견해를 밝혔다. 과거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벌였던 환경 파괴적 대규모 토목공사와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참고 : ⓒ 매일경제, 2020.5]

 

구체적으로 차세대 수소차와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를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이다. 아울러 네이버 측에서는 산업의 디지털화를 가속화 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올해 2조7천억 원을 투입해 데이터ㆍ네트워크ㆍ인공지능 생태계를 강화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며 사회간접자본을 디지털화하는 등 내용의 디지털뉴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위원회는 미국이 명명한 "그린 뉴딜" 정책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유럽의 그린딜"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의 뉴 그린딜 정책은 에너지 과세율의 인상, 해운과 항공에 대한 증세, 도로상에서의 배출가스세 인상, 기업들에 대한 재활용과 전자제품 수리 의무비율 증대, 그리고 더더욱 결론짓기가 어려운 자유무역협정 추구 등 다양한 정책들을 담고 있다. 해당 정책들에 더하여 산업 전반과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 더 있지만, 큰 줄기에서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가) 유럽연합 위원회는 탄소배출세를 도입하기를 원한다.

나) 유럽연합 위원회는 2030년 탄소 배출 목표를 강화한다.

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소위 유럽국가들에 대한 '재투자'(아마도 회원국들을 매수하기 위해)를 위해 추가 예산을 책정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로 타개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세에는 일부 외국과의 교역에서 이를 찾기도 했지만, 현대에서는 자체 개혁과 새로운 기술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세종시대 창신

 

세종시대를 다른 시대와 다르게 평가하는 것은 세종시대에는 ‘신제’가 많았다. 제도를 정비하여 정착시킨 일이 많아 이를 ‘이위항식(以爲恒式)’이라 했다. ‘항식’은 《조선실록》 가운데 한자 원문 모두 810건 중 태종이 112건, 세종이 304건이 된다. 태종과 세종이 조선의 제도를 정착시킨 셈이다. 그리고 그밖에 ‘창신’, ‘창제’도 있었다. 세종시대에 ‘창제’, ‘창신’을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다.

 

법 창제 : 양녕 대군 부자의 일을 사간원에서 상소했으나 회보하지 아니하다가 대대의 많은 임금 으뜸가서, 법을 만들고 제도를 창제(創制)했으니, 비록 만세가 지나더라도 고칠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전하의 때에 〈고칠 수〉 있겠습니까. 양녕 대군 이제(李禔)는 미친 사람처럼 난폭하고 도리에 어긋나서 군부(君父)께 죄를 얻었으므로, 태종 대왕께서 그의 도리에 어긋난 것을 종묘(宗廟)에 알리고 밖으로 폐하여 내쫓아, 그 출입을 금하여 난(亂)의 근원을... (《세종실록》 9/2/1)

 

아악 창제: 임금이 근정전에서 회례연을 베풀었는데, 처음으로 아악을 사용하다 명하기를, "내가 조회(朝會)의 아악(雅樂)을 창제(創制)하고자 하는데 입법(立法)과 창제가 예로부터 하기가 어렵다. 임금이 하고자 하는 바를 신하가 혹 저지하고, 신하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임금이 혹 듣지 아니하며, 비록 위와 아래에서 모두 하고자 하여도 시운(時運)이 불리한 때도 있는데, 지금은 나의 뜻이 먼저 정하여졌고, 국가가 무사(無事)하니 마땅히... (《세종실록》 15/1/1)

 

법 창제 : 폐단이 없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법을 세우고 창제(創製)하는 것은 만세(萬世)의 계책이 되오니, 동궁이 강무하는 법을 한 번 열어 놓으면 후세의 사람들이 다 이것이 성상(聖上)의 시대에 한 것이라고 구실을 삼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폐해를 무궁한 후세에 남기게 될 것이니, 이것이 어찌 작은 탈이겠습니까." (《세종실록》24/9/4 )

 

창신 : 용도를 덜어 감하고 공역(工役)을 정지하고 파하여, 무릇 하늘을 삼가고 백성을 구휼하는 일이 지극하지 않음이 없는데, 어찌 홀로 무익한 일에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고 반드시 경찬(부처의 덕을 높이 찬탄하는 일)을 행하십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성상께서는 급히 이 명령을 거두시어 성조(盛朝)의 다스림을 빛내시고 비를 근심하는 생각을 온전히 하소서." 하다. 임금이 말하기를, "불사(佛寺)를 중창(重創)하지 않았으면 그만이지마는, 이미 창신(創新)하였으니 경찬(慶讚)을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또 경찬을 곧 오늘에 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특히 장차 행하려는 것이니, 이것은 너희들이 잘못 들은 것이다." 하니, 우헌납(右獻納) 권형(權衡)이 아뢰기를, "지난번에 중창할 때에 전하께서 조종이 창건한 것이라 핑계를 대셨기 때문에, 대간(臺諫)의 청이 비록 간절하였으나 그치게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지금은 절이 이미 완성되었으니 다시 무엇을 하겠습니까. (《세종실록》 22/5/4)

 

이밖에 ‘신제’ 등이 있어 예를 수없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밥에 해당하는 농사와 목숨에 해당하는 의료에 해당하는 자료의 모음과 창작이다.

 

《농사직설(農事直說)》 : 1429년(세종 11)에 나라에서 책을 펴내 이듬해 각 도의 감사와 주ㆍ부ㆍ군ㆍ현과 도성 안의 2품 이상에게 널리 나누어 주었다. 《농사직설》의 내용은,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법으로 편찬된 책으로는 효시가 된다. 또 이것이 지방 권농관의 지침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뒤로 속속 간행된 여러 가지 농서 출현의 계기가 되었다.

 

 

정초가 쓴 서문에서와같이 풍토가 다르면 농사의 법도 달라서, 이미 간행된 중국의 농서와 같지 않았다. 그러므로 각 도 감사에게 명하여 각지의 익숙한 농군들에게 물어 땅에 따라 이미 경험한 바를 자세히 듣고 수집하여 편찬하고, 인쇄, 보급하게 된 것이다.

 

곧, 종래에는 중국의 옛 농서에 의존하여 지방의 지도자들이 권농에 종사하였으므로 실제로 풍토에 따른 농사법의 변경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처럼 《농사직설》은 지역에 따라 적절한 농법을 수록하였으며, 우리 실정과 거리가 있는 중국 농사법에서 탈피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비곡(備穀:씨앗의 선택과 저장, 씨앗처리 등)ㆍ지경(地耕:논밭갈이)ㆍ종마(種麻:삼의 파종과 재배, 수확)ㆍ종도(種稻:벼의 재배)ㆍ종서속(種黍粟:기장ㆍ조ㆍ수수의 재배)ㆍ종직(種稷:피의 재배)ㆍ종대두소두(種大豆小豆:콩ㆍ팥ㆍ녹두의 재배)ㆍ종맥(種麥:보리와 밀의 재배)ㆍ종호마(種胡麻:참깨 가꾸기)ㆍ종교맥(種蕎麥:메밀 재배) 등 10항목으로 나뉘어 논술되어 있다.

 

이는 곡식작물 재배에 중점을 둔 농서인데, 이 책에 수록된 농사법을 살펴보면 우선 벼의 재배법으로 직파법(直播法:논에 볍씨를 뿌려 그대로 키워 거두는 방식)ㆍ건답법(乾畓法:밭벼식으로 씨뿌려 키우다가 장마 이후로는 물을 담은 채 논벼로 기르는 방법)ㆍ묘종법(苗種法:못자리에서 키운 벼의 모를 논에 옮겨 심어 재배하는 이식법으로 요사이 하는 수도재배법)의 세 가지 수도재배법(水稻栽培法)과 산도법(山稻法:이른바 밭벼 또는 陸稻栽培法)이 있었다.

 

곧, 이 네 가지 벼 재배법이 날씨ㆍ수리(水利)ㆍ지세 등 환경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실시되었다. 또, 경작농구로서는 쟁기ㆍ써레ㆍ쇠스랑ㆍ고무래ㆍ번지( 흙을 고르는 농기구)ㆍ고무래ㆍ따비ㆍ호미 등이 쓰였으며, 거름으로는 인분ㆍ우마분ㆍ재거름ㆍ녹비(綠肥:참갈잎ㆍ녹두 등)ㆍ외양간거름 등이 사용되었다.

 

《농사직설》의 내용은 판본이 거듭되고 개수됨에 따라 계속 증보되었는데, 예를 들면 조도앙기(早稻秧基, 올벼의 못자리), 화누법(火耨法:도열병에 걸린 벼의 처리법), 목화재배법 등의 새 항목이 첨가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그 뒤에도 판을 거듭하여 1492년(성종 23)에 내사본(內賜本)으로, 1656년(효종 7)에는 《농가집성》에 포함되어 십항본(十行本)으로, 이어서 1686년(숙종 12)에 숭정본(崇禎本)으로 펴냈다. 내사본은 일본에까지 건너갔다. 그 뒤에도 《산림경제》ㆍ《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기타 여러 국내 농서에 인용되었다.

 

그 밖에 사람을 살린 《의방유취》 등이 있다.

 

《의방유취(醫方類聚)》 : 조선 세종 때 왕명으로 펴낸 동양 최대의 의학사전이다. 처음 365권으로 구성하였으나, 사용된 서적은 한ㆍ당 이래로 명에 이르기까지 164종의 고전 의서가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오늘날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망실된 것이 40여 부나 들어 있다.

 

 

펴낸 경과를 보면, 세종은 조선의 자주적 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1433년(세종 15)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을 완성했다. 이후 다시 한방 의서들의 유취(類聚)를 편집하기 위하여 김예몽(金禮蒙)과 유성원(柳誠源) 등에게 명하여, 의방(醫方)을 수집하고 편찬하게 하였다. 계속해서 김문(金汶)ㆍ신석조(辛碩祖) 등에게 감수하게 해서 1445년(세종 27)에 완성하였다. 정리를 계속하다가, 1477년(성종 8) 5월 한계희(韓繼禧) 등이 을해자(乙亥字)로 30질을 인쇄ㆍ출판하여, 내의원(內醫院)ㆍ혜민서(惠民署)ㆍ활인서(活人署) 등에 나눠주었다.

 

의료기술ㆍ의료행위ㆍ복약방법ㆍ약품의 분류 등을 열거하였다. 내용을 보면 모든 병증(病症)을 91종의 강문으로 나누고, 각 문에는 그 문에 해당되는 병론(病論)을 들고, 모든 약방(藥方)을 출전(出典)의 발간순서에 따라 나열하였다. (《한국미의 재발견》 - 과학문화, 2004. 12. 김인덕 외)

 

《농사직설》과 《의방유취》의 장점은 우리 것의 발견과 그 표현에 있어서 우리말 표기로 인해 누구나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