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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 훈민정음 창제는 연민과 편하게 함

[‘세종의 길’ 함께 걷기 56]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세계 역사상 국민과 인권을 생각하는 선언이 몇 있었다. 인권선언인 권리장전, 세종대왕의 백성 편의를 위한 선언과 미국 링컨의 인간 평등을 주창하는 연설문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마그나 카르타 혹은 대헌장(라틴어: Magna Carta, 영어: the Great Charter of Freedoms)은 1215년 6월 15일에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강요에 따라 서명한 문서로, 국왕의 권리를 문서로 명시한 것이다. 임금에게 몇 가지 권리를 포기하고, 법적 절차를 존중하며, 임금의 의지가 법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임금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문서로 만들기 시작하여 전제 군주의 절대 권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후 1689년 영국 의회에 의해 승인되었다. 자연권의 적극적인 보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의회의 왕권 견제 목적이 강하지만, 최초의 권리장전임에 큰 의의가 있다. 영국의 ‘권리장전(權利章典, Bill of Rights)’은 엄밀히 말하자면 중세봉건사회의 가시적 종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의회의 의결 없이는 임금이 징병, 법률의 폐지, 수세 등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밖에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인권에 관한 선언문’이 있다.

 

국민의 평등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Abraham Lincoln’s Gettysburg Address] 이 있다. 미국 남북 전쟁이 진행되던 1863년 11월 19일,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죽은 장병들을 위한 추도식이 열렸다. 대통령 링컨은 행사에 참석하여 전몰한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명연설을 남겼다.

 

▪ 게티스버그 연설 요지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 조상들은 자유가 실현됨과 동시에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평등하다는 원리가 충실하게 지켜지는 새로운 나라를 이 대륙에서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지금 대대적으로 내전 상태에 휩싸인 채, 우리 조상들이 그토록 자유가 실현되길 바라면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내전으로 인해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구하려다가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당한 분들에게 마지막 안식처로서 그 싸움터의 일부를 바치고자 합니다.

 

하지만 한층 더 엄밀한 의미에서 살펴보면, 이 땅을 바치고 봉헌하고 성지로 만드는 존재는 결코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끼어들 여지도 전혀 없이, 전사자든 생존자든 여기서 싸웠던 용감한 분들이 이미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살아남은 자로서 미완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마땅히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처럼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하느님의 가호 속에서 우리나라는 새롭게 보장된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이면서, 국민에 의한 정부이면서,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 결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네이버, 이종훈ㆍ김희남)

 

연설 내용 중의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보자.

 

· of the people: '국민의'는 바로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뜻이다. 임금의 아들이 통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사람이 통치를 한다.

· by the people : ‘국민에 의한’은 정치는 국민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재판도 임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인 사법관이 한다.

· for the people : ‘국민을 위한'은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양반이나 귀족을 위한 시책이 아니라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사람들에게 사맛[소통]을 넓히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지식을 쌓을 기초를 마련한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다. 링컨의 연설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 1446년에 있었다.

 

 

연민과 편민 :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다.”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昜)〔易〕習, 便於日用耳。(《세종실록》28/9/29,)

 

이로 보면 세종의 백성에 대한 의식은 가엾게 여김과 백성을 편하게 하는 사상이다. 언어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의 시기와 동기, 제자 원리를 알 수 있다는 훈민정음. 세종이 밝힌 창제의 동기에는 가엾게 여김과 백성을 편하게 하고 올바로 이끎을 향한 세종의 고민과 의지가 고스란히 밝혀져 있다.

 

예조판서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 서문에, “천지(天地)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게 되니, 옛날 사람이 소리로 인하여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정(情)을 통하여서, 삼재(三才, 천지인)의 도리를 기재하여 뒤 세상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한 까닭이다. ...옛날에 신라의 설총이 처음으로 이두(吏讀)를 만들어 관과 민간에서 지금까지 이를 쓰고 있지마는,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린 것이기 때문에 혹은 간삽(艱澁, 말라 윤택없고 껄그럽다)하고 또는 질색(窒塞, 숨이 막혀 통하지 않음)하여, 천하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사이에서도 그 만분의 일도 통할 수가 없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正音) 28자(字)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 궁상각치우, 변치, 변궁)에 합하여 삼극(三極, 천지인)의 뜻과 이기(二氣, 음양)의 정묘함이 갖추고 포괄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轉換)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 故智者不崇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깨닫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를 자세히 듣고 판단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28자로써 전환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간단할수록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한 예로 분야는 다르지만, 축구와 바둑이 그러하다. 비록 즐거움에 속하는 품목이지만 축구는 손이 아닌 발로 차는 스포츠고, 바둑은 너 한 번 두면 나 한번 두는 절차가 단순한 두뇌운동이지만 그 운용은 무궁무진하다.

 

한글날을 맞아 인권을 생각한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의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앞으로 5차 산업시대에 훈민정음을 이용한 세계의 언어의 교류를 기대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