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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사람이 찾지 않아도 향기를 멈추지 않아

[정운복의 아침시평 6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 공자가어(孔子家語) : 논어(論語)에 빠진 공자의 일화를 기록했다는 고서

 

芝蘭生於深林 지란생어심림,

不以無人而不芳 불이무인이불방

“깊은 산 속의 영지와 난초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향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입니다.

벌레와 새를 유인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원시시대에는 고사리와 같이 씨와 꽃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여야 번식에 성공할 수 있으니

화려함은 처절함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식물은 좋은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없고

단지 평생을 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까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며 한세월을 지내야 하니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향기가 없는 것은 아니니

항상 준비하는 모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의 인품과 학식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닦고 자신의 길을 가면 자연히 그 향이 퍼지게 되겠지요.

 

 

자신의 신념은 쉽게 저버리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신념 때문에 고난의 날도 있겠지만

때가 되면 언젠가는 꽃도 피워 올릴 것이고

궂은날도 때가 되면 해가 뜰 날이 올 것이니까요.

 

공자는 논어의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알아주지 않으면 성질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상정인가 봅니다.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향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수양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지... 그 어려움을 생각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합니다.

얕은 물에 큰 배를 띄울 수 없고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포갤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