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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덕선생전, 똥을 져 나르는 엄행수

[정운복의 아침시평 7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연암 박지원은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을 지었습니다.

예(穢) 자는 ‘더러울 예’ 자지만 똥을 의미하며

예덕 선생은 똥을 져 나르는 일을 하는 엄행수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제자는 스승이 사대부와 교유하지 않고

비천한 엄행수를 벗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지요.

그러자 스승은 이야기합니다.

 

“엄행수는 생김새가 어리석어 보이고

하는 일이 비천하지만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에게 욕먹는 일이 없으며, 타고난 분수대로 사는 사람이니

엄행수야 말로 더러움 속에서 덕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시정잡배의 사귐은 이익으로 하고 안면으로 사귀는 것은 아첨으로 하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세 번 요청하면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원수라도 세 번 이익을 주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지

무릇 이익으로 하는 사귐은 계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하는 사귐도 오래가지 않는 법이야.

무릇 큰 사귐은 얼굴에 있지 않고 훌륭한 벗은 지나친 친절이 필요 없다네

 

그가 하는 일은 불결하지만, 그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사는 곳은 더럽지만 의를 지킴은 꿋꿋하니 그를 예덕선생이라 불러 마땅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업이나 지위를 통해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됩니다.

크게 잘 살지 못하는 외판원이 좋은 차를 끌고 다니는 까닭이 또한 그러합니다.

학교에 환경미화를 위하여 고생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분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수십억대의 자산가에 아들은 대학교수고

며느리는 성악 전공을 한 분이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평소에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겸손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아왔는데

물론 그분을 가볍게 여긴 적은 없지만,

겉으로만 보고 판단한 저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어찌 보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허풍으로 일관하고

진실성이 없는 이때

1700년대를 살아간 문인의 일갈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