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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민속문화, 마을신앙에 주목하다

부산 전지역 마을제(祭) 최초 참여관찰 조사보고서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관내외 60여 명 참여, 부산 182개 지역 마을신앙 해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19년 2월부터 약 2년 동안 부산광역시 16개 구ㆍ군 전 지역의 마을신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최근까지 부산은 각종 산업단지의 대규모 개발, 주택재개발 사업 등 급격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마을제의가 전승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부산의 182개 지역 마을제의 전승, 변화, 단절 등에 대한 첫 번째 현장중심 참여관찰 종합조사보고서다. 보고서는 1권 강서구ㆍ북구 편, 2권 남구ㆍ동구ㆍ부산진구ㆍ사상구ㆍ사하구ㆍ서구ㆍ중구ㆍ영도구 편, 3권 기장군 편, 4권 금정구ㆍ동래구ㆍ수영구ㆍ연제구ㆍ해운대구 편 등 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마을제가 정월에 진행되는 특성상, 참여조사란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국립민속박물관과 부산ㆍ경남지역 마을신앙 전문가 60여 명이 마을제에 대한 특징과 전승양상과 변화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하였다.

 

부산 지역 마을신앙의 전승과 단절

 

부산의 마을제는 산업화 및 도시화 등으로 이미 많은 지역에서 전승이 약화하거나 단절되어 가고 있다. 부산 전 지역 가운데서 기장군과 강서구에서 현재 비교적 많은 마을제가 전승되고 있다. 제의가 진행된 지역이 많았던 만큼 단절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장군의 경우 59% 이상이 단절되었음에도 부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마을제가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심지역으로 갈수록 전승되는 비율이 확연하게 낮아지면서 단절된 비율이 높아진다.

 

 

 

 

골매기할배 보다는 골매기할매

 

부산의 마을제에서 보편적으로 모시는 신은 서낭신, 산신, 용신, 장승[또는 솟대]이다. 서낭신은 부산 지역에서 ‘할매신[○씨 할매ㆍ골매기할매ㆍ고당할매]’ 혹은 ‘할배신[○씨 할배, 골매기 할배]’으로 부르며, 마을의 주신(主神)으로 모셔지고 있다. 본 조사대상인 모두 182곳의 제당 가운데 할매를 주신으로 모시는 제당은 130곳, 할배를 주신으로 모시는 제당은 23곳, 할배와 할매를 같이 모시는 제당은 29곳이다.

 

한 제당 내에 모셔진 할배신과 할매신은 부부관계인데, 이는 남녀가 결합해야 자녀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마을의 풍요도 남녀신이 부부관계를 맺어야 보장된다는 주술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원래 남신과 여신을 따로 모셨으나 경북지방의 부부신 관념이 전파되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 마을에서 할배신과 할매신이 부부신으로 모셔진다고 해도 “우리 마을에는 골매기 할매가 영검합니데이”라는 마을주민들의 보편적 이야기에서, 할매신이 서낭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으로 보아, 부산에서는 ‘골매기 할배’보다 ‘골매기 할매’에 대한 신앙심이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생산성과 관련하여 농경문화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진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 장산국과 좌동 당산제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서 “동래현은 옛날의 장산국(萇山國) 일명 내산국(萊山國)이라 하였다.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장산국의 옛터가 “동래 도호부의 동쪽 10리에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장산국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주변으로 비정되고 있다. 해운대 6개 자연마을[운촌ㆍ중동ㆍ미포ㆍ장지ㆍ오산ㆍ좌동]은 한 해씩 윤번제로 음력 1월 3일과 6월 3일 두 차례 장산 마고당ㆍ천제당제를 정성들여 지내오다가 현재는 좌동에서 전담하고 있다.

 

부산의 마을제에서 한 행정구역 내에서 여러 개의 자연마을이 공동으로 제를 모시는 사례는 없으며, 해운대 지역이 조선시대 동래부에 속하였고 읍치성황제를 올리는 성황단이 동래구 안락동 충렬사 내에 있었다는 점에서 해운대 자연마을의 읍치성황제적 제의 관습은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 장산(萇山) 부근에는 삼한 시대 ‘소국’의 존재를 상정할 만한 고분군 등 유적이 존재하지 않아 장산국의 존재유무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해운대 6개 마을이 공동으로 드렸던 장산 마고당ㆍ천제당제의 연원은 장산국과의 상관성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제관의 고령화와 동제의 불교화

 

마을제를 주관하는 사람을 제주[제관]라고 한다. 제주는 마을제를 지내기 전 마을 회의에서 부정이 없고 제(祭)일과 생기복덕(生氣福德, 길일과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의 간지를 팔괘로 나누어 가린, 길한 일진의 날)이 맞는 연만(年晩)한 사람을 뽑는다. 부산의 경우 옛날에는 선정제 중심이었으며 마을의 점바치가 대를 잡아 그 대가 들어가는 집에서 제주를 맡는 신탁제를 하는 마을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마을에 재화(災禍)가 일어낫을 때 제관이 당제를 잘못 지냈다거나 금기를 어겼다는 손가락질을 받게 되어 주민들이 제관이 되기를 꺼려 해서, 지금은 주로 이장(里長)이 제관이 되거나 절에 제를 맡기고 있는 추세로 당산제의 약식화ㆍ의례의 불교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곧, 부산지역 동제 182곳 가운데 유교식으로 제의를 올리는 마을이 135곳(74.2%), 불교식으로 제의를 올리는 마을이 39곳(21%), 무속식(巫俗式)으로 제의를 올리는 마을이 8곳(4.8%)으로서 제주의 고령화로 인해 절에 마을제를 위탁하는 마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장 참여관찰 조사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뤄낸 쾌거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마을제의 취소나 외부인 참여불가, 제의 절차의 간소화 등으로 현지조사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조사사업 취지와 제보자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182개 지역마을에 대한 부산지역 마을신앙의 전승양상을 참여관찰 중심으로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참여관찰을 통한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는 부산 전 지역 마을신앙을 조사ㆍ기록함으로써 지역별 유형분류와 비교연구의 기초자료를 제시할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에 대한 정신사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역에서 전승되는 마을신앙에는 다양한 민속문화가 복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마을신앙 조사는 부산지역의 마을문화를 이해하는 중심축이 되고, 이러한 변화양상은 마을문화를 파악하는데 또 다른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