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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저평가된 보물급 안성 매산리 '미륵석불'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안성은 높은 산이 없이 낮은 구릉지역에 올망졸망한 산들이 많은 평탄한 지형으로 영남에서 충주를 지나서 서울로 올라오는 교통의 요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오고가며 한양으로 하룻거리 발품을 남겨두고 마지막 숨을고르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발품을 팔아야하는 교통상황에 따라 안성지역 곳곳에는 사람들이 쉬어가면서도 마음을 의지하고자 곳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세우는 기도처도 많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가운데서 죽산면 죽주산성 근처 매산리 석불을 찾아 보았다.

 

매산리 석불은 서있는 모습의 미륵불로 그 조성연대는 고려시대 초기로 추정된다. 후삼국을 거치는 혼란기에 많은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가는 참혹한 시대가 지나면서 사람들은 아비귀환, 혼란한 시대를 정리하고 이땅에 미륵불이 나타나 극락세계가 열리기를 기원하였다. 미륵경전에 따르면 말세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하여 미륵불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에 따라 여기 저기 미륵불을 모셨다. 매산리 석불도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거대한 바위에 전신과 머리 위에 사각관모까지 쓴 미륵불로 조성했다.

 

매산리 미륵불의 모습은 얼굴이 매우 긴 모습이며, 이마 위의 머리카락부분도 높고, 그 위에 넓은 사각형의 보관을 쓰고 있다. 불상의 모습을 볼 때, 이처럼 머리위에 보관을 쓰고 있으면 이는 대부분 미륵불이라 생각하면 된다. 부처의 모습은 전체적으로는 사람의 모습 가운데 가장 귀한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32상 80종호라고 하여 얼굴모습이나 신체의 표현은 경전상에 설명한 부처님의 모습으로 조성한다.

 

따라서 그 모습이 균형이 잘 맞지 않아 보이지만, 이는 조성하는 조각가가 미적 감각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부처님을 표현하는 중요 요점들을 중심으로 나타낸 것으로 본다. 얼굴 모습 이외에도 손모양은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며 옷주름 등은 조성시대별 유행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 미륵불은 네귀퉁이에 돌초석을 세우고 그 위에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도록 보호각을 세웠으며, 그 앞으로는 오층석탑을 세웠다. 오층석탑은 그 규모가 신라 전형적인 삼층석탑의 형상을 이었는데, 탑은 오층이나 그 규모도 작고 각각의 부재들도 작으며, 전체적으로 층수에 비하여 높이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모습은 탑의 몸체가 1층만 있고, 2~5충의 탑신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탑의 옥개석(각 층별 지붕돌)들도 상처가 많으며, 탑의 상륜부는 아예 없어서 아쉽기 그지없다.

 

매산리 석불입상과 오층석탑은 이곳에서 300m쯤 거리에 있는 고려 태조 왕건의 초상을 모셨던 봉업사터와 가깝게 있어 그와도 매우 깊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불상의 규모나 시대적 조성시기 등으로 보아 보물급 이상의 가치가 있을 듯한데 현재는 경기 유형문화재(제37호)에 그치고 있다. 불상은 그 예술적 값어치 평가를 사람이 평가하는 것인지라 평가 당시 문화재위원들의 안목에 따라 높거나 낮게 평가되는데 매산리 석불은 그 값어치 평가를 매우 박하게 받은 것 같아 아쉽기 그지 없다. 문화재위원들의 재평가 절차를 통하여 속히 보물로 지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안성 석불입상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7호, 오층석탑은 안성시 향토유적 제20호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