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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네버랜드’의 아이들

제프와 신희수가 함께 하는 사진전 <네버랜드_경계의 아이들>
5월 18일부터 류가헌에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사진 속에 두 아이가 서 있다. 10월의 밤거리는 차가웠지만, 아이들은 잠옷 바지에 맨발이 드러난 실내화 차림이었다. 우선 추위를 피할 흰 상의를 입혔다. 손에 들린 종이가방과 비닐봉지가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 두 소녀가 가진 전부였다.

 

“차마 열어보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집을 나서기 전에 챙겼을 물건들이 궁금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가 두려웠다. 길거리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냈을까?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잠옷은 어느새 검게 변한 외출복이 돼버렸다.”

 

사진가 신희수의 말이다. 그는 수년간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과 자립 지원단체 <제프>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미진학, 자퇴, 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의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노동 최전선의 노동자들과 사회의 외곽, 비주류에 속한 인물들을 조명해 온 그이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아이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집을 뛰쳐나온 두 소녀의 잠옷, 딸기와 동그라미가 그려진 분홍색과 하늘색 잠옷이 이제 열다섯 열여섯인 나이를 대변했으며, 그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빛과 두 발이 향한 방향의 어둠이 ‘경계’에 선 아이들의 현실을 그 어떤 다큐멘터리 사진보다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네버랜드_경계의 아이들>에는 신희수의 사진과 청소년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 약 20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사진 속 아이들이 피사체뿐만 아니라, ‘1인 창작자’의 역할을 하며 사진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한다.

 

요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이 아이들에게도 사진, 영상, 누리 소통망(SNS)은 매우 익숙한 일상이다. 노숙 청소년들이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관리를 받기보다는 스스로 근로를 통해 자립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프가 아이들이 직접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스스로 촬영한 사진에는 그들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과 그들이 꾸는 꿈이 함께 깃들어 있다.

 

 

 

 

전시 제목 ‘네버랜드’는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미지의 세계로, 관심이 없는 어른들은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학교라는 경계를 벗어난 아이들은 자연스레 어른들의 관심 경계에서도 벗어난다. 19살 이하 청소년 가운데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18살 미만 기초생활수급권자, 복지시설 가정위탁 청소년, 일시보호소 이용 청소년 등과 함께 ‘위기 아동, 청소년’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지만 정작 그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제프는 이 전시를 통해 “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 여기는 시각과 포용력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한다. 이 세계의 어른들에게 ‘네버랜드’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