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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백화산 태을암 백제때 가장 오래된 태안마애삼존석불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서쪽해안에서 남으로 길쭉하게 뻗은 태안반도의 시작점인 태안읍 백화산 중턱에는 태을암으로 불리는 천년고찰이 있다. 태을암의 절 이름은 본래 한민족의 조상으로 여기는 단군의 영정을 모셨던 전각인 태일전(太一殿)에서 유래한다고 하지만 현재는 단군을 모셨던 태일전은 없어지고 그 터만 남아있다. 현재 태을암의 중심건물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며 대웅전 가운데는 석가여래 그리고 좌우에는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셨다. 관세음보살은 현재 사람들의 고통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모셨고, 지장보살은 부모형제 등 조상들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모셨다.

 

예전에 있었던 태일전은 터만 남았다고 했는데 태일전에 모셨던 단군은 최근 대웅전의 아랫쪽 언덕에 지은 산신각의 중심에 새롭게 모셨다. 산신각에는 다른 절의 경우라면, 가운데에는 북극성을 뜻하는 치성광여래(모든 별들은 움직이지 않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은, 북극성을 별들의 왕으로 생각하여 별들의 중심으로 여겼다)와 하늘의 4방위를 뜻하는 하늘신을 그리고 있으나, 이곳 태을암에는 치성광여래 대신 단군이 가운데 모셔져 있고 단군의 뒤에는 도교에서 모시는 신들이 있다. 태을암의 산신령은 단군의 오른쪽에 있고, 단군의 왼쪽에는 용왕이 그려져 있어 전체적으로는 3존불의 균형을 맞추었다. 이런 배치는 한국의 산신각 중에서도 유일한 모습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도상으로 산신각의 탱화를 그린 연유는 태을암이 사라진 태일전을 복원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 뜻만은 이어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태을암에는 백제시대에 조성된 백제 최고의 '태안마애삼존불'(국보 제307호)이 있다.  '태안마애삼존불'은 완전한 입체는 아니지만 거의 입체에 가까운 조각으로 불상은 동남쪽을 향하고 있다. 이곳의 삼존불은 보통의 다른 절의 삼존불과는 달리 가운데에 작은 크기의 보살이 있고, 그 좌우에 불상을 모신 매우 특이한 형식이다. 가운데에 모셔진 상을 보살로 보는 이유는 상의 크기가 좌우의 불상보다 뒤에 있는 듯 보이며, 그 크기가 작고 머리에 삼산관의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불상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다. 보살이 서있는 대좌 또한 좌우 부처님의 대좌보다 작게 표현하였다. 크기가 작다는 것은 그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살의 양쪽에는 부처님의 형상으로 원만한 불상의 상호(얼굴)에는 미소가 보이고 있으며, 조각상의 모습이 매우 당당한 모습에 옷의 주름은 가운데 아래로 U자형의 주름이 보이는 통견의(通肩衣)로 옷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이런 무릅까지만 내려오는 옷자락의 모습은 불상의 조성시기를 추측하는 근거가 되는데, 6세기 후반기 불상의 경우 옷자락이 발목까지 내려온 것과는 달리 6세기를 지나서 7세기 전반기의 여래상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왼쪽에 서있는 부처님은 왼손에 약단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병을 치료해주는 약사여래로 보이며, 오른쪽의 부처님은 오른손은 시무외인(두려움을 없애는 손모습)과 왼손은 여원인(소원을 들어주는 손모습)으로 아미타불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부처님의 상호(얼굴)가 많이 손상되어 전체적인 윤곽은 알 수 있으나, 구체적인 자세한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없음이다. 

 

불상이 새겨진 바위는 거대한 하나의 바위로 앞으로 숙여진 붉은 화강암바위에 새긴 것인데, 시대상으로는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보다도 더 오래된 것으로 불교문화재당국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서산마애삼존불과 함께 백제시대의 불상모습을 알 수 있는 몇 안되는 불상으로, 매우 귀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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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