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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내가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 계산해볼까?

나는 한 해 소나무 47.1 그루를 심어야 한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5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이산화탄소(CO2)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잘못해서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리고 인류가 문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오염물질이다.

 

이산화탄소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휘발유를 소비할 때, 밥을 먹기 위하여 쌀을 재배할 때, 고등어를 요리할 때 등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발생하므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적게 하는 것이지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재는 하나의 척도로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다. 탄소발자국은 캐나다의 웨커네이겔(M. Wakernagel)과 리스(W. Rees)가 1996년에 쓴 책 《Our Ecological Footprint》에서 제안되었는데, 근래에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한 지구환경문제로 인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탄소발자국은 우리가 모래밭을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듯이 인간의 모든 활동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이다. 탄소발자국을 정의하면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 소비, 폐기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총량(kg)”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가정에서 매달 전기를 350 kwh 사용했다고 가정하자.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추적하여 이산화탄소의 총발생량을 계산한다. 그리고는 매월 350 kwh 전기 소비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년 단위로 계산해보면 163.2kg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곧 내가 한 해 동안 전기를 소비하면서 발생한 탄소발자국은 163.2kg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을 때로는 소나무 그루 수로 표현하기도 한다.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물의 광합성이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포도당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30년생 소나무는 1년 동안에 이산화탄소를 6.6kg 흡수한다. 그러므로 내가 일 년 동안 전기를 사용하면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를 흡수시키는 데 필요한 소나무 그루 수를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163.2kg/6.6kg = 24.7 그루

 

내가 일상생활에서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을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다. 한국기후ㆍ환경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이용하여 나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보자. 독자 여러분도 재미 삼아 아래 주소로 들어가 계산을 해보기를 바란다.


▶ 탄소발자국 계산하기

 

이 계산에서는 (1) 한 달 동안의 전기사용량(kwh) 또는 전기요금 (2) 한 달 동안의 가스사용량(m3) 또는 가스요금 (3) 한 달 동안의 수도 사용량(톤) 또는 수도요금 (4) 한 달 동안 차를 운전하는 거리(km) 또는 기름값을 묻는다. 네 가지 질문에 답을 입력하면 내가 일 년에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하여 kg 단위와 소나무 그루 수로 알려준다.

 

필자가 전기요금 월 5만 원, 가스요금 월 1만 원, 수도요금 월 3만 원, 휘발유값 월 10만 원을 입력하여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보니 311.1 kg이 나왔다, 소나무 그루 수로는 47.1 그루가 나왔다. 필자의 이러한 규모의 탄소발자국은 식구 수(4인)와 아파트 크기(30평)가 비슷한 다른 가정에 비해서 탄소발자국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위의 4가지 활동에서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밥 먹을 때 소비하는 여러 가지 음식물을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식품 1kg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음과 같다.

 

 

나의 탄소발자국은 이상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 여행을 다녀왔다면 비행기로 이동할 때, 호텔에서 숙박할 때, 기차나 버스를 타고 관광지로 이동할 때 등등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것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은 피할 수가 없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지구온난화 현상이 나타나고 기후위기가 다가온다. 기후위기의 원인자는 나쁜 저 사람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인류가 기후위기의 원인자이자 피해자이다.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내가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행동을 선택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오랫동안 우리가 추구해왔던 너무나도 당연한 가치관, 곧 “부자가 되어 잘살아 보자”라는 가치관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