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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정운복의 아침시평 8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중국에 양진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가난하게 성장하였으나 배우기를 좋아하여

‘관서 땅의 공자’라는 별칭을 얻은 사람이기도 하지요.

양진은 승진을 거듭하여 형주자사가 됩니다.

 

그는 부임 중에 창읍을 지나게 되는데 양진이 전에 천거했던 왕밀이

창읍의 수령으로 있었습니다.

왕밀은 밤에 몰래 황금 열 근을 가지고 와서 양진에게 건넵니다.

 

양진이 말하지요.

"나는 그대를 아는데 그대는 나를 모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렴을 몰라주는 왕밀..)

"밤이 저물어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

 

여기서 사지(四知)라는 고사가 나옵니다.

天知地知子知我知(천지지지자지아지)가 그것이지요.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사람이 양심을 가지고 바르고 옳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끌어내리려 하기도 하지요.

오죽하면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없다."

"높은 산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흙이 너무 깨끗하면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면 세상에 부합하지 못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래서 굴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릅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 可以濁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현실과 이상은 반드시 함께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상은 현실의 존재 형식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정말 좋은 처세란 중용(中庸)과 중도(中道)를 알아서 상황에 따라

알맞은 조화를 이루는 것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