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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돌 한글날, 영어에 숨 막혀

561돌 한글날, 영어에 숨 막혀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 시작 ▲ 우리에게 위대한 한글을 만들어주신 세종임금의 동상 ⓒ 김영조 우리나라는 지금 누구나 정보통신(IT)강국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것은 한글이 으뜸으로 큰 몫을 했다고들 말한다. 한글이 그 어떤 글자보다 정보통신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와 컴퓨터 자판에는 알파벳보다 한글이 훨씬 잘 맞는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영자 자판과 비교할 때 그 운용체계가 훨씬 합리적인 까닭이다. 예를 들면 '널 사랑해'와 'I love you'를 견주어보면 자모음의 자소 자체는 한글은 10자, 영어는 8자로 영어가 적다. 그러나 실제 휴대전화 자판 누르는 횟수를 보면 한글은 18번, 영문은 커서를 옆으로 옮기는 것을 제외하고도 26번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한글 자판은 왼쪽은 자음, 오른쪽은 모음으로 확연히 갈라져 배우기 쉽고 치기 쉬운데 영어는 모음 글쇠 위치가 일정한 규칙이 없고 실제 칠 때도 ‘read' 처럼 오로지 왼손으로만 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문 자판을 쓰면 한글로 쓸 때보다 컴퓨터 증후군, 곧 어깨가 결리는 일이 잦다고 알려졌다. ▲ 컴퓨터와 휴대전화 자판에 한글은 가장 적합한 글자이다 ⓒ 김영조 따라서 우리는 정보통신 강국을 만들어준 한글을 창제한 세종임금에 고마운 마음을 드려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한글날 561돌을 맞은 오늘 한글은 영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경기도가 파주에 이어 안산 영어마을을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문을 열자 이에 질세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여기저기 영어마을을 만든다. 그런데 그 영어마을들은 수십억 원에서 백억 원대의 적자에 허덕인다고 한다. 이미 실효성을 잃어버린 결과이다. 아니다. 아예 영어마을이 아니라 영어도시를 만든단다. 부산시와 인천시가 영어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경상남도와 밀양시는 1조 원을 들여 영어도시를 만든다고 법석이다. 이에 더하여 정부 제주도지원위원회는 7,800억 원을 투자해 제주 서귀포시를 영어도시로 바꾼다고 하여 <우리말살리기겨레모임>이 발표하는 2007 우리말 으뜸 헤살꾼에 뽑혔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영어과외 열풍을 불게 하더니 행정자치부는 동사무소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는지 영어를 써서 “주민센터”로 바꾼다. 참고로 중국은 센터가 아닌 ‘中心(중심)’으로 쓴다. ▲ 7,800억 원을 들여 제주도 서귀포를 영어도시로 만들겠다고 하여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으로부터 2007 우리말 으뜸 헤살꾼으로 뽑혔다. ⓒ 제주지원위원회 ▲ 한국도로공사 기업 표시인 '이엑스(EX)', 영어도시를 만들겠다는 인천시, 절도특별수사팀을 새로 만들어 영어로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라고 이름 붙인 경찰청, 대한주택공사의 영어이름의 아파트 "Humansia" ⓒ 김영조 정부가 이러니 기업도 뒤지지 않는다. 국민은행이 BK로 바꾸자 기업은행은 IBK로 뒤따른다. 한국통신이 KT로, 포항제철은 POSCO로, 선경은 SK로 영문기업이 되어 버렸다. 아파트들은 대한주택공사의 "Humansia"처럼 영어 이름 일색이다. 경찰청은 절도특별수사팀을 새로 만들어 영어로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라고 이름 붙였고, 한국도로공사는 기업 표시를 '이엑스(EX)'로 쓴다. 거기에 영어는 진학과 취업의 필수 관문이 되어버려 젊은이들은 토플?토익에 온 삶을 사르는데 삼성경제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영어 사교육비는 15조 원에 이른단다, 일본보다 무려 3배나 더 들이고 있다. 하지만 한 언론사는 이렇게 엄청난 사교육비를 쓰면서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는 것을 빗대 “영어 못하는 영어공화국”이라고 표현한다. 나라에 사는 우리 교포 조선족의 중국 연변조선족자치구는 남의 간판에 한자보다 한글을 먼저 쓰는 등 뿌리지키기에 애를 쓰는 것에 견주면 모국인 대한민국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 한자보다 한글이 먼저 쓰인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의 공항과 국제호텔 간판 ⓒ 김영조 이제 세계는 언어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것은 군사, 경제 강국인 것보다는 영어가 세계 공통어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진단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국은 세계 곳곳에 중국어를 퍼뜨리기 위한 “공자학당”을 열면서 400억 원의 예산을 들인다. 그런데 이제 몽골,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연 “세종학당” 사업에 우리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은 겨우 40억 원이란다. 국립국어원과 몇몇 한글단체, 그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이 몸부림치고 있지만 훈민정음 창제 561돌을 맞은 오늘 한글은 영어에 숨이 막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영어를 무기로 한글의 목을 조르고 있음이다. 이에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본부”(본부장 박용수-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이하 본부)가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일제강점기에도 선각자들이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다시 한글이 영어에 목을 졸리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우리말지키기서명운동본부>가 탑골공원 앞에서 벌인 서명운동에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김영조 ▲ 성제훈 씨의 5살 난 딸 지안 양이 아버지와 함께 참여 열심히 전단을 나눠줘 큰 손뼉을 받았다. ⓒ 김영조 지난 10월 7일 일요일 이른 10시부터 12까지 본부를 꾸리는 10여 명의 회원이 서울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서 길거리 서명운동을 벌여 3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특히 날마다 우리말편지를 보내 한글학회의 2007년 두 번째 우리 말글 지킴이로 뽑힌 수원 농촌진흥청 성제훈 씨의 5살 난 딸 지안 양이 아버지와 함께 참여 열심히 전단을 나눠줘 큰 손뼉을 받았다. 일요일이어선지 통행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시민은 서명에 적극적이었으며, 답사를 나온 수십 명의 어린이는 단체로 참여하고 학교에서 서명을 받아 보내겠다며 서명용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한 노인은 아파트 이름이 거의 영어로 되어 있어 노인들이 찾기 어렵다며, 먼저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본부 회원은 길거리 서명 전에 이미 개개인이 서명을 받았는데 의원 명패를 모두 한글로 바꿔 문화정치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서울시의회 박주웅 의장과 동대문구 홍사립 구청장을 비롯하여 1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 ⓒ 김영조 ▲ 나라말지키기 서명운동에서 나란히 서명을 하는 모자 ⓒ 김영조 이날 서명을 하던 최형미(43. 서울 한남동) 씨는 “지나가다 우연히 서명을 하게 되었지만 나라말 지키는 운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탠 듯하여 보람을 느낀다. 정말 요즘 영어가 온 나라를 뒤덮은 듯하여 안타까웠는데 이제라도 서명운동을 통해 한글이 숨 막히는 것을 절대 막아야 한다. 그리고 한글이 자랑스럽게 세계 공통어가 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용수 본부장(74살)은 말한다. “지금 나라말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세종임금의 큰 은혜인 한글, 일제 강점기 때 선각자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한글이 우리 대에 와서 영어에 짓밟히고 있다. 우리 모두 떨쳐 일어서야 한다. 세종임금과 선각자들에게 배은망덕한 후손이 되어서도, 어리석게 우리의 가장 큰 무기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단연코 모든 국민과 함께 한글을 지켜낼 것이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10월 말까지 1차 서명을 마치고, 이를 모아 대통령 후보들에게 한글 사랑 실천을 공약으로 내걸도록 종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해서 한글이 굳건히 설 때까지 서명운동을 그치지 않을 것이란다. ▲ 언해본 영인본 ⓒ 한글학회 언어 철학자인 박영식 전 문교부장관은 어떤 학술대회에서 “한 명문대 교수가 일본 유명대학에 가서 우리 학교는 영어강의가 30%인데 앞으로 50%까지 늘일 예정이라고 했더니 일본인 교수는 우리는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세계화 바람 속에 살아 남으려면 우리 것, 우리말을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이 최고의 글자라고 칭찬하기에 침이 마른다. 하지만 정작 제 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외면하고 영어를 극진히 모시기에 바쁘다. 자원도 없고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문화, 그 가운데서도 한글을 내세우는 길밖에 없을 터이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영어에 정신이 팔린 정부와 기업들에 매운 채찍을 때려야 한다. 그래서 한글이 나라말이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만 하지 않을까? 나라말지키기서명운동본부 ▶ ☎ (02) 722-1824 sol11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