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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오렌지'나 '어륀지'나 미국인에겐 똑같습니다_데니스 하트

[퍼옴] '오렌지'나 '어륀지'나 미국인에겐 똑같습니다_데니스 하트 [제국에서 띄우는 편지 ⑪] 미국인의 눈에 비친 이명박식 '황당무계' 영어교육 정책 - 오마이뉴스 2008.02.05 15:08 ▲ 인수위원회 영문 홈페이지입니다. 영어 좋아하는 인수위원회에서는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보려고 가봤더니 엉망이었습니다. 문법 오류, 어색한 문장, 뜻이 통하지 않는 표현과 어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greetings from chairperson"(사실은 "greetings from the chairperson"이라 해야 맞습니다)처럼요.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영어몰입교육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영어몰입교육 및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에 대한 뉴스를 여러 꼭지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니까 한국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처지가 되지 못합니다만, 한국에서 몇 년 살았고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으로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와 국사를 포함한 전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기막힌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황당무계한 발상인가 싶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몰입교육방안 자체는 철회되었지만 영어교육 관련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끔찍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집에서 부모님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외국인들의 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5천만 명의 한국 사람들이 남녀노소 없이 졸지에 어려운 외국어 공부에 매달리며 한국의 민족적, 문화적, 문학적 미래를 파괴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5천만이 졸지에 외국어에 매달릴 필요가 있나요? 인수위는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많이 시키면 학원에 안 가도 되니까 사교육비가 절감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반론을 제기했으므로 길게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학교든 학원이든 영어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영어가 세계화의 물결에 동참하는 데 필수적이며, 영어를 잘해야 개인적으로도 출세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약진할 수 있다는 그 논리는 참으로 가당치않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일하는 분들, 가정주부들, 일반회사 직원들, 운전기사, 교사, 의사, 약사, 미장원, 식당이나 제과점 종업원들 중에서 외국의 거대기업 회장과 만나서 중요한 토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몇이나 있습니까? 영어가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수위의 억지논리는 '영어를 성공의 지름길로 만들겠다, 즉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어 안 하겠다는 사람들, 배우기만 해봐라"라고 했다는 이경숙 위원장의 말투에는 자기와 세계관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하겠다는 권력 남용의 의지조차 엿보입니다. 한국어를 조금 배웠지만 잘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인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 온 국민이 영어에 매달리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한국인의 지적 능력과 정서와 에너지와 국력(요즘은 "국가 경쟁력"이라고 하지요)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는 것입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정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외국어를 공용어화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일제 식민 통치기간 중 한국 사람들의 끊임없는 저항, 특히 모국어를 지키려는 투쟁이었습니다. 저의 은사님 한 분이 "식민 통치자로서 일제는 폭군이었지만 아주 민완한 폭군이었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일제는 한국어를 없애면 장기적으로 한국인의 정체성도 말살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한국학을 강의할 때 저는 한국인들이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킨 투쟁을 강조합니다. 미국 학생들에게 이제 뭐라고 할까요? 일제의 한국어 말살 정책에 목숨 바쳐(이명박 당선인은 "받쳐"라고 하겠지만) 싸웠던 한국인의 후손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모국어를 버리고 미 제국의 언어를 배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할까요? ▲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주도하다가 1942년 발발한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에서 곤욕을 치른 생존자들이 1946년 6월에 자리를 함께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윤경, 정세권, 안재홍, 최현배, 이중화, 장지영, 김양수, 신윤국, 가운데 왼쪽부터 김선기, 백낙준, 장현식, 이병기, 정열모, 방종현, 김법린, 권승욱, 이강래, 뒷줄 왼쪽부터 민영욱, 박혁규, 정인승, 정태진, 이석린. ⓒ 연합뉴스 조선어학회 이명박·이경숙, 이분들 일제 때라면 '일본어 몰입교육' 주창하지 않았을까요? 이명박 당선인과 이경숙 위원장이 일제 때 살았더라면 "일본어 몰입교육"을 주창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세상에 영어가 돈이고 성공이고 국가경쟁력이라면 당시에는 일본어가 분명코 돈이고 성공이고 국가경쟁력이었을 테니까요. 일본어를 잘해야 "비즈니스"도 잘했을 거고, 일본어가 "세계화"의 지름길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일제 때 일본어를 잘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했던 조선인들 중에 (물론 다는 아니지만) 식민통치관리들과 친하게 지내며 조선을 "근대화" 혹은 "개발"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개인적인 출세를 위해 일본인 관리보다 더욱 잔혹하게 동포들을 탄압하고 팔아먹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가요? (흠…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해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을 잘 모르겠습니다. "매…" 뭐라고 하던가요, "친…" 뭐라고 하던가요?) 영어가 돈이라고 하는 논리를 한 번 짚어봅시다. 영어를 잘 하면 국제통상 분야의 특정 직종에서는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접 영어를 해야 하는 사람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만으로 돈을 갑자기 더 많이 벌게 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그리고 한국인들이 영어를 더 잘한다고 영국, 미국 등 영어사용국과 하는 "비즈니스"에서 한국 기업들이 갑자기 유리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당선인이 전부터 거론했던 "영어몰입교육"은 차치하고라도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한다는 것도 무리입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신문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설혹 많은 교사들이 영어로 수업을 할 능력을 단시간에 습득한다고 해도 이분들에게는 영어가 분명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이며 미국인이나 영국인처럼 영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음이나 악센트는 쉽게 고칠 수 없으며 문법 역시 정확할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학생들을 영어로 제대로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인도나 필리핀, 말레이시아, 라이베리아 등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에서도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현지어와 융합되어 변형된 영어입니다. 이들 나라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이고 영미인들과 대략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의사전달의 정확성은 때로 문제가 됩니다. 영국인들은 아시아인들의 영어를 정통 영어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문법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발음체계로나 아주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것이나 영어원어민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런 마당에 영어가 외국어인 선생님들께서 똑같이 영어가 외국어인 학생들을 영어만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무슨 코미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비원어민들의 어학수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 자리에 미국인 선생님을 뽑았는데 곧 학생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선생님은 일본어 글자쓰기 등 기본은 가르칠 수 있었지만, "이런 표현은 이렇게 하면 왜 안 되나요? 이런 숙어는 어떨 때 쓰나요? 왜 이런 숙어는 이런 뜻이 되었나요?"하는 등등의 학생들의 질문에 전혀 답변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 1월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영어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이경숙 위원장님, "오렌지"나 "어륀지"나 미국인 귀엔 똑같이 들립니다 이경숙 위원장은 또한 영어를 잘하는 것과 영어 발음을 미국 사람처럼 하는 것을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도 지역에 따라 발음이 천차만별인데, 미국 중서부식으로 영어를 한다고 해서 발음이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설혹 그렇다 해도 발음만 좋으면 좋은 영어입니까? 발음과 악센트는 일반 미국인들과는 많이 달라도 아주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끔 영어의 한국어 표기가 잘못되어서 한국인들의 영어발음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것은 근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말을 로마자화하기도 참 마땅치 않고 영어를 한국어로 표기하기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경숙 위원장이 "오렌지"는 틀렸고 "어륀지"가 맞다고 했다지만, 한국 사람들이 "오렌지"라고 써놓고 읽으나 "어륀지"라고 써놓고 읽으나 미국 사람들 귀에는 똑같이 들립니다. 미국 사람들이 양반을 "얭밴"이라 하거나 서울을 "쏘울"이라 하고 한국을 "핸쿡"이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영어의 발음체계가 아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원어민 교사를 어떻게 구하느냐는 질문에 이명박 당선인은 "재외동포"들을 데려다가 봉사를 시키면 된다고 했다지요? 일 년씩이나 해외에 나가있을 여건이 되고 능력을 갖춘 "재외동포"들이 그렇게 많기나 하며, 그들이 갑자기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여 교사도 아닌 보조교사로 떼 지어 봉사를 나올까요? 재미동포라고 해서 무조건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한국에 장기간 다녀오고 싶어 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기회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포기하고 영어를 하겠다는데 재미동포들이 굳이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올까요? ▲ 1월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영어몰입교육 아이들이 한국에 대한 자부심 배울 수 있을까요? 또 다른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몇 년 전 한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의뢰를 받고 제가 평소에 알던 교포 대학원생을 영어교사로 소개시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명문대학에서 사회과학 학사를 받은 총명한 학생이고 한국어도 좀 할 줄 알았기에 저는 기꺼이 추천했으나, 양쪽 모두가 시답잖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는 "미국 사람" 즉 백인을 원했고 (한국인처럼 생긴 원어민 교사는 뭔가 원어민스럽지 않다는 것일까요?) 그 교포학생은 한국에 가면 위험하지 않을지, 더럽지 않을지, 사기를 당하지 않을지 하는 백인 미국인들과 똑같은 편견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결국 그 학생은 제가 학교 측을 설득하여 좋은 대우를 약속했는데도 고용 제의를 끝내 거절했습니다. 한국에는 자격을 갖춘 원어민 영어교사가 지금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가끔 한국 신문에 나오는 영어교사들의 추태를 보면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오는 사람들의 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원어민 교사들을 모셔오려면 지금보다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외국인 영어교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 중의 상당수가 영어로 말을 할 줄은 알았지만 교사로서 훈련은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자국(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살았다면 아마도 맥도날드나 월마트 같은 곳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갑자기 교사로 출세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인에 대한 이들의 태도였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도 한국을 업신여기고 한국인들을 깔보는 오만한 외국인 영어 교사를 만난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친한파"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은근히 한국을 낮추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아는 영어교사도 "한국에서는 치과에 가지 마라, 마취를 하지 않고 이를 뽑는다고 하더라"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퍼뜨리고 다닌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 사람들은 아이 간을 약으로 쓴다"든지 "한국 사람들은 바지를 입은 채로 똥을 누기 때문에 똥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한복 바짓단을 대님으로 묶는 거다"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번역사무소에서 몇 년이나 아르바이트를 했던 또 다른 한 영어교사는 한국 사람들이 기회만 있으면 사기를 치려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며 자란 한국 어린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 1월 31일 '영어 몰입 방송'을 감행해 논란이 된 SBS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FM>(자료 화면). ⓒ SBS 이숙영 무한한 한국어의 매력, 안전할 건가요? 언어는 돈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영혼의 문제입니다. 저는 한국말을 조금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모국어인 영어만큼 유창하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의 짧은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는 영어로 절대로 번역할 수 없는 수많은 단어와 표현과 느낌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에 따르면 평소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마는, 어느 순간 영어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어의 정서적인 매력은 무한하다고 봅니다. 영어로 "embarrassed" 한 단어인 감정이 한국어로는 "부끄럽다", "남세스럽다", "창피하다" "낯 뜨겁다", "수줍다", "머쓱하다", "면구스럽다", "쥐구멍을 찾고 싶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리고 속어로 "쪽 팔린다" "뻘쭘하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있는지요. 언어학자인 제 처남의 말에 의하면 한국어의 다양한 형용어 변용(파랗다, 새파랗다, 파르스름하다, 파릇파릇하다, 푸르죽죽하다 등)과 수를 세는 단위(두부 한 모, 바늘 한 쌈, 오징어 한 축, 굴비 한 두름 등)의 세분화는 세계의 어느 언어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한(恨)"이란 단어에 대한 논문이 수십 권이지만 영어로는 한 단어로 번역이 되지 않습니다. "아줌마", "할마시", "삽질", "노빠", "안습", "대략 난감", "황까" 같은 단어는 또 어떻게 번역하겠습니까? 이명박 당선인의 꿈이 실현되어 다음 세대가 영어로 전 과목 수업을 들으며 자란다면 어떻게 이런 한국말의 매력을 알고 가꾸겠습니까? 언어는 사고 뿐만 아니라 무의식까지 지배합니다. 일제 때의 저항시인 이상도 가장 사적이며 정서적인 글인 일기는 일본어를 섞어서 썼다고 합니다. 이십대에 유학 오셔서 평생을 미국에서 사신 영화제작가 김대실 선생님께서는 지금도 몸이 아프면 한국어로 꿈을 꾼다고 하십니다. 영어만을 배우며 자란 어린이들은 영혼마저 영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 "Hi Seoul"은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무슨 뜻인지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콩글리시입니다. 서울이 스스로 "안녕 나 자신!"하는 것 같으니까요. ⓒ 하이서울2008사무국 화면 갈무리 하이서울 영어 강조 엘리트, 제국의 품에 안기려는 친미사대주의자일뿐 어떤 분들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국가들도 많고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일 뿐이라고 하지만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들은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였고 현재도 영미 제국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당시 식민지 지식인들은 모두 영어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식민역사의 결과물인 이들의 영어사용을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또한 말레이시아나 인도, 필리핀은 식민시대 이전에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민족국가로 통합되었던 역사가 없었던 나라들입니다. 근대 이전 이들 국가들은 작은 부족사회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독립 후 이들 국가들은 공용어 사용의 필요성 때문에 영어를 채택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단일한 언어를 오랫동안 공유해온 민족국가인 한국에서 제2의 공용어를 선택할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잠시 이경숙 위원장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이 도입되고 성공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다음 세대의 한국 어린이들이 "성공적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삼아 자라난다면 부모, 조부모 세대와는 어떻게 대화를 하겠습니까? 조부모님이 살아오신 이야기와 가족사는 어떻게 전하겠습니까? 한국어를 잘 못 읽는 세대들은 <춘향전>이나 <토지>는 물론 <청산별곡>이나 황진이의 시조, 이상의 시도 영어로 읽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잘된 번역이라 해도 한국문학 본래의 깊이와 섬세한 정서를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