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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67. “동장군”은 러시아-프랑스 전투에서 생긴 말


바야흐로 동장군(冬將軍)의 계절입니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동장군 잔치(축제)를 어느새 7회째나 열고 있다고 하지요. 한겨울 몹시 추울 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한자로 ‘冬將軍’이라고 쓰는 이 말은 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동장군을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짧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 수가 없는 풀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은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말을 들여 온 것으로 일본국어사전 다이지센<大辭泉>에는 “ふゆしょうぐん【冬將軍】:《モスクワに遠征したナポレオンが、冬の寒さと雪が原因で敗れたところから》冬の嚴しい寒さをいう語。また、寒くて嚴しい冬のこと。”로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 “후유쇼군, 모스크바를 정복(원정)하러 간 나폴레옹이 겨울 추위와 눈으로 패한 데서 유래한 말로 겨울 혹한을 이르는 말. 심한 겨울 추위 그 자체.”로 번역됩니다. 다시 말하면 동장군은 1812년 러시아-프랑스 전투에서 혹한의 날씨로 진 프랑스 군대를 보고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를 일본에서 번역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동장군은 근세에 생긴 말인데 조선시대엔 뭐라고 했을까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가운데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 ‘차운한 시[次韻]’가 나오는데 거기엔 “현명(玄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을 뜻하며 곧 요즈음 쓰는 말로 동장군(冬將軍)과 같은 뜻입니다. 

'장군(쇼군, 사무라이)문화’ 700년을 거친 일본인들이 만든 말 ‘동장군(후유쇼군)은 선비문화 600년을 거친 한국인들이 번역했다면 ‘대감추위’ 정도였을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동장군'이 일본에서 들어 온 말임을 뚜렷하게 밝히고 일본사전처럼 러시아-프랑스간 전투에서 프랑스가 혹한때문에 진데서 유래했다는 것을 밝혀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동장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동장군=겨울장군이란 풀이는 아무리 봐도 씁쓸한 풀이입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rhsls645@hanmail.net)
                                           <사쿠라훈민정음, 인물과사상, 2010,11>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