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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72. 뒷간의 측주를 보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한 조재삼


≪송남잡지(松南雜識)≫는 조선후기 학자 조재삼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은 국어학·역사학·철학·동물학·복식사·음악사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담고 있어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합니다. 하지만 조재삼에게도 한계가 있었던 듯 잘못된 기록도 종종 보입니다. 그 예 가운데 훈민정음 창제한 관한 것도 있지요. 

살펴보건대, 세종이 병인년(1446) 측간(뒷간)에 갔다가 똥을 눈 다음 뒤처리를 할 때 쓰는 나무막대 곧 측주(厠籌)가 가로세로로 된 것을 보고 반절(反切,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위는 ≪송남잡지≫ 제3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 가운데 훈민정음을 1443년이 아닌 반포한 해인 1446년에 창제했다고 한 것과 나무막대를 보고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말한 것이지요 

현대 언어학자들은 한결같이 훈민정음이 과학적인 글자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닿소리(자음)를 목구멍·혀·이·입술 같은 발음기관을 본떠 만들었다는데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무려 11,172자까지 글자로 표현하여 세상 웬만한 소리는 거의 기록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찌아찌아족 같은 글자 없는 겨레에게 도움을 줄 수가 있는 것이지요. 들리는 바로는 일부 여행사 관광안내원은 세종이 뒷간 창살을 보고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한다지요. 훈민정음은 이렇게 뒷감 문창살이나 측주를 보고 만들었다면 이런 세계 최고의 글자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송남잡지≫의 한글이야기도 형편없지만 한국문화 설명을 하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한글을 소개한다면 이는 분명코 한글과 세종대왕을 욕보이는 일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