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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78. 비행기가 아닌 날틀이란 말이 이미 조선시대에 쓰였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뒤 최고의 한글학자이셨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하여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나친 국수주의라는 것이었죠. 정말 그럴까요? 하지만, 조선시대 이미 ”날틀“이란 말이 쓰였음을 아는 이는 적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솜틀, 재봉틀처럼 기계를 ”틀“이라 불러왔지요.

임진왜란의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에는 “날틀” 곧 “비거(飛車)”가 활약했었다고 하지요. 일본 쪽 역사서인 ‘왜사기’에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를 발명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썼는데 왜군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날틀은 하늘을 나는 차를 말하며, 곧 비행기의 다른 말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18세기 후반에 쓴 신경준 문집 ≪여암전서≫와 19세기 중반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이 '비거' 곧 날틀이 등장하지만 정확한 모양이나 어떤 쓰임새였는지는 확실하게 나와 있지 않지요.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말도 많이 수입되었습니다. 이때 대부분 말들은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고, 지식인들은 이를 우리 토박이말로 바꿔보려는 생각은 안 하고 그대로 써버렸습니다. 그 까닭은 지식인들 대부분이 일본에 빌붙어 친일파로 전락한 때문은 아닌지 모릅니다. “비행기”나 “날틀”이나 모두 “나는 기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비행기 대신 “날틀”을 썼다고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아니 이미 있던 토박이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요? 이제라도 수입되는 말들을 토박이말로 바꾸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