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기라성? 일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출판사 삼성당(산세이도우)에서 펴낸 일본어 사전 <대사림>에는 “きらぼし(綺羅星)”를 올림말로 싣고, ‘綺羅, 星の如し’라는 표현에서 실수로 ‘,’를 빼고 ‘綺羅星の如し’로 잘못 쓴 데서 온 말로, 훌륭한 사람들이 잇달아 늘어선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곧, “기라―綺羅 :①무늬 있는 비단과 얇은 비단 ②아름다운 의복―가 별(星)과 같다”를 “기라보시(기라성)와 같다”고 잘못 표현한 데서 온 말이라는 것이다.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우리의 시늉말 ‘반짝’을 뜻하는 일본말이 기라(きら)여서 그 소리가 ‘綺羅’와 같으니, ‘綺羅星’이라고 써도 일본말로서는 흠이 없다고 하겠지만, 그것을 빌려다가 우리말로는 절대로 쓸 수 없다. 우리가 훌륭한 사람을 말할 때는 쟁쟁한 선비나 학자라 하고, 어느 학문 분야에서 특출한 인물을 비유해 말할 때는 태산이나 북두칠성처럼 높다는 뜻으로, ○○학의 ‘태두’라고 치켜세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이 강의하는 중에 훌륭한 학자를 들어 말할 때 ‘기라성’ 같은 존재라고 힘주어 말하고, 온갖 연예인들이 무대 위에 줄지어 서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늘어섰다’고 지껄이면서 서로 치켜세우는 꼴은 몹시 메스껍다. 어린애들이 부르는 노래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기라기라 빛나는 별’이라고 부르면 말이 되겠는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런다면 ‘반짝반짝’에 담긴 겨레다운 정감은 가뭇없이 죽을 터이다. 한때는 일본 위정자들의 야만적 동화정책에 겨레의 넋이 담긴 말을 빼앗겼는데, 그 질곡에 벗어난 오늘날에 와서까지 겨레 정서를 마비시키는 말들을 들여다 쓰는 일은, 쓸개 빠진 짓이다. 이수열 / 국어순화운동인 한겨레신문 /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