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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얘기 글에서 꼭 필요할 때 한자·로마자 따위를 괄호쳐서 적는다. 눈으로 그 뜻을 참고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소리내어 읽거나 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부터 우리에게 잘못 익은 버릇이 있다. “춘향이 거동 보소. 옥태화용 고운 얼굴 백모래밭에 금자라 걷듯 …”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정에 달 떠온다” “춘래 불사춘이라, 봄은 왔으되 느낄 수가 없도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 전통적인 동어반복 문자풀이 말투다. 음수율까지 맞출 정도로 고질이던 것이 한때 벗어난 듯하다 되살아난다. 글이 말로 번진 연유가 그 하나요, 다음은 새로운 외국어 풀이 말투 탓인데, 이런 얼치기투를 흔히 방송에서 듣는다. “세계무역기구 더블유티오는 …, 경제협력개발기구 오이시디는 …, 오펙 석유수출국기구는 …, 아이엠에프 국제통화기금은 …,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 봄이면 베이징에 ‘상팡’하는 지방 사람들이 늘어난다, … ” 풀이나 번역도 없이 처음부터 “아이엠에프는, 오이시디는, 더블유티오는, 지칠은 …”으로 가는 때도 적잖다. 말에서는 괄호를 쓰지 않으니 번역한 이름이든 외국어든 앞뒤로 늘어놓기만 하는데, 적어도 “세계무역기구 곧, 더블유티오는 …” 정도로는 풀고 끊어서 말해야 할 것이다. 아예 로마자 줄인 이름을 들출 필요가 없기도 하려니와, 방송기사를 입말답게 써서 읽을 일이다. 괄호는 글에서 눈으로 읽는 데 참고하려고 쓰는데, 여기서도 얄궂은 현상이 있다. 괄호 밖의 말과 괄호 뒤의 토씨를 연결해야 할 것을 괄호 안의 말과 토씨를 이어 붙이는 것이다. “국제 통화기금(IMF)는 …, 핵확산금지조약(NTP)를 탈퇴하고 …, 유엔개발계획(UNDP)는 …” 괄호와 외국말로 빚어지는 엉뚱함들이다. 최인호 / 교열부장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겨레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