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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말 문장이 말의 기본 단위임은 앞에서 이미 말하였다. 한 문장 안에 두드러지게 어려운 낱말이 들어 있으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낱말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외국어 문장을 읽다보면 자주 겪는 일이다. 한 문장이나 단락에 어려운 낱말이 한꺼번에 여럿 나타나면 자기도 모르게 전체 뜻을 놓아두고 낱말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바람에 전체의 맥락을 놓치는 것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자연과 사회 교과서가 이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쪽은 본디 낱말을 새로 배우거나 가르치는 과목이 아니다. 사회나 자연 교과서에서 말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어려워지는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내용을 설명하는 문장은 정확하고 쉬워야 한다. 내용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과서는 흔히 그 내용보다 먼저 말이 더 어려워진다. 간결하다는 이유로 한자말을 많이 사용하는 탓이다. 새로운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과목에서 어려운 한자말이 많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우리 모두 학교 다닐 때 이런 것을 경험한 일이 있다. 한자말은 아무리 오래 써도 우리의 말느낌에 직접 와서 닿지 않는다.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쓸 때마다 거듭 그 속뜻을 되풀이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자연이나 사회 과목에서는 어려운 낱말의 말뜻까지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아주 쉬운 낱말만 써서 설명해도 이해하기가 꼭 쉽지 않은 내용이 거듭 새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과목들이 낱말풀이 시간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는 어릴 적부터 무거운 이중의 부담을 안기고 있다. 안인희 / 번역가 한겨레신문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