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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뽑혀

KTX,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뽑혀 '맞춤법 검사기' 부산대 우리말배움터 '으뜸 지킴이' 며칠 뒤면 559돌 한글날이 된다.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559해 동안 주시경, 최현배, 허웅 선생 같은 분들은 우리말글을 지키려 온몸을 던졌는가 하면 최만리를 비롯하여 많은 훼방꾼들도 있어 왔다. 이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으며, 칭찬하고 혼내왔다. 그 행사는 올해로 7번째가 되는데 이번엔 누가 지킴이와 훼방꾼으로 뽑혔을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는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발표하면서 말한다. "훼방꾼이 사라져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한자와 영어 섬기기 바람을 부채질하니까, 함부로 영어를 쓰고 이름을 짓는 일과 로마자와 한자와 한글을 뒤섞어 틔기말을 만드는 일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한자검정시험과 지방자치단체의 영어마을을 훼방꾼으로 뽑으라고 추천했으며, 영어와 한자를 지나치게 섬기는 큰 회사와 일류대학, 우리말을 더럽히고 죽이는 신문과 방송을 훼방꾼의 으뜸으로 뽑으라는 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여기에 밝혀둡니다." 부산대 우리말배움터 으뜸 지킴이로 뽑혀 ▲ 으뜸지킴이에 뽑힌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 ⓒ2005 우리말 배움터 으뜸지킴이로는 부산대학교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운영자 권혁철 교수)이 뽑혔다. 한글 맞춤법은 쉽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그런 걸 찾아주고 바로잡아주는 검사기를 부산대학교 전자전기정보컴퓨터 공학부 권혁철 교수가 연구, 개발하여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에서 누구나 그냥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 누리집과 권혁철 교수를 '우리말을 사랑하는 배달겨레'의 이름으로 큰 지킴이로 뽑아 우리말 역사에 올렸다고 한다. 권혁철 교수의 뽑힌 소감을 들어보자. ▲ '바른한글' 프로그램을 개발한 권혁철 교수 ⓒ2005 권혁철 "1982년 석사과정 때부터 한글정보화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연구해오다 1991년부터 문법 교정 소프트웨어 '바른 한글'을 연구해왔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다 내가 일한 것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칭찬해주니 죄송할 뿐이다. '우리말지킴이'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더 열심히 우리말글 바로 쓸 수 있는 일에 더 노력하겠다. 14년 연구를 했으니 앞으로 20년을 더 해서라도 완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한글정보화 관련 인력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자랑스러운 한글의 더 큰 발전을 위하고, 완벽한 정보화를 모색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주문한다. ▲ 충청북도 교육청의 '한글사랑관' 누리집 ⓒ2005 충청북도 교육청 하면 충청북도 교육청의 '한글사랑관'도 지킴이로 뽑혔다. '한글사랑관'은 지난해 학생들에게 한글사랑 정신을 심어주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게 하려고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엔 훈민정음은 물론 한글로 맨 처음 인쇄한 월인천강지곡, 옛소설 같은 한글 서적과 교과서와 사전들 모두 3천여 점의 자료를 전시했다. 다른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영어마을을 만들고 영어 섬기기에 열심인 때에 우리 한글을 사랑하는 교육을 칭찬하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의회 의원도 박수를 받는다. 충청남도 서산시의회의 윤철수 의원이 바로 그다.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일본 법령을 베낀 법률 문장이 판을 치는 이때 지방자치단체인 서산시의회 윤철수 의원은 일제 한자말과 일본 말투로 된 시의 조례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서 시 공무원들에게 쉬운 말 쓰기 정신을 심어주고, 시민에게 시 조례를 쉽게 이해하고 지킬 수 있음을 인정하여 뽑혔다. 그는 말한다. ▲ 충남 서산시 의회의 윤철수 의원 ⓒ2005 윤철수 "의원에 당선되어 의원회관에 가니 한자로 된 의원명패들이 보였다. 그런데 순서를 물으니 가나다순이라고 해서 '한자로 써놓고 부수순이 아닌 가나다순이 말이 되는가?'라면서 한글명패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담당자가 꺼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꿔주었는데 그 뒤 많은 의원이 한글명패로 바꾸는데 뒤따랐던 일이 있다. 이런 작은 일들로 상을 받다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연주황을 살구색으로 바꾼 어린이 지킴이 또 많은 기업이 회사 이름과 상품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는 데만 열심인데 웅진식품에서는 제품 이름을 '아침햇살, 하늘보리, 초롱이'처럼 우리말로 짓고 있어 지킴이로 뽑혔다. 더욱이 이 회사 경영철학이 "커피, 콜라 같은 남의 나라 마실 거리가 판치는 세상에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좋은 우리 음료를 내놓겠다는 것이며, 생활문화에서 정신문화까지 인류와 사회에 봉사한다"는 것이라 한다. 뽑은 까닭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떡인다. 그런데 이번에 뽑힌 지킴이 중엔 어린 학생들이 끼어 있어 화제다. 바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모두 133개의 표준 색깔 이름을 정할 때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꾸게 한 성남 이매중학교 2학년 김민하 학생과 초중등 학생 여섯 명이 그들이다. 2002년부터 연주황으로 바뀐 색깔 이름은 어려운 한자여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는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낸 뒤 고쳐졌는데 역시 칭찬을 받을 일이라는 것이다. ▲ 색깔 이름을 우리말로 바꾼 김민하와 친구들 ⓒ2005 김민하 또 지방언론사 한 곳도 지킴이에 뽑혔다. <경남도민일보>는 2003년 늦은 봄에 '실시'라는 낱말이 아무 뜻도 없으면서 기사를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 해 가을에는 한 달에 230회를 웃돌던 '실시' 기사를 30회 아래로 줄였다고 한다. 이에 힘을 얻은 경남도민일보는 사외 인사들로 구성한 지면평가위원들과 함께 쉬운 기사 쓰기 운동을 두 해 동안 집중해서 벌여 이제는 기사가 많이 쉬워졌고 기자들도 우리 겨레말을 살려 쓰는 데 앞장을 서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일간 신문 가운데 가장 먼저 한글로 가로 쓰기를 했으며, 글자꼴을 딱딱한 네모꼴이 아닌 보기 좋고 읽기 쉬운 새 글꼴 '한결체'를 선보였음은 물론 올해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를 만든 <한겨레신문>, 올바른 우리말글을 보여주는 <문화방송>의 '우리말나들이', 한글날 국경일 승격과 한글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한글문화 세계화추진 의원모임(대표 신기남의원), 부대 안 운전자들이 자주 쓰는 일본식 자동차 용어 20개를 뽑아 우리말로 바꾸고 우리말 살려 쓰기 운동을 하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 등도 우리말지킴이에 뽑혀서 박수를 받는다. KTX 으뜸 훼방꾼... KT&G, KT, LG도 꾸중 ▲ 영문창씨개명에 앞장서서 훼방꾼을 뽑힌 대기업들 이 시대에는 이런 칭찬받는 지킴이들이 있는가 하면 세종임금 때의 최만리 같은 훼방꾼들도 많아서 국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그 으뜸 훼방꾼에는 고속철도의 이름 'KTX'가 뽑혔다. 일본은 고속철도 이름을 '신칸센'이라는 일본말로 지었고, 지역과 노선에 따라 '노조미(희망), 히카리(빛), 쓰바사(날개), 고마치(아름다움)'라는 일본말을 붙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우리말이 아닌 'KTX'라는 영문자를 쓰고 있다. 고속철도는 우리나라의 대표 열차이며 우리 국민이 주로 타는 열차인데 굳이 우리말글이 아닌 영문자로 이름을 지은 것에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는 분노한다. 머지않아 나라가 통일되면 북쪽도 달려야 하고 시베리아까지 달릴 우리 대표 열차가 우리말이 아닌 남의 말로 이름을 짓고 남의 글자로 번듯이 써서 붙이고 달린다는 것은 겨레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 보았다고 한다. 대기업 중 훼방꾼에 뽑힌 곳들이 많다. 우선 담배인삼공사란 이름을 영문 이름으로 바꾼 것과 함께 담배 이름을 '에쎄, 시마, 루멘, 시즌즈, 레종, 원, 제스트, 비전, 클라우드 나인 따위의 외국말로 짓는 'KT&G', 회사이름을 일찌감치 영어로의 '창씨개명' 바람을 이끌고, 사내에서 영어공용화를 하겠다는 LG, 역시 이름을 영문 'KT'로 창씨개명하고, 'Let's KT'란 이상한 영문 광고를 하는 KT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의 꾸중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 '好老자식?'이라고 써있는 전철 안의 광고 ⓒ2005 이대로 그보단 더한 억지스런 틔기말을 만들어 퍼뜨리는 언론과 기업도 있다. 신문윤리위원회가 최근 경고한 기업들은 '弗어나는 오일머니', 'We-心心Free', '濠好 아줌마', '반가워요! Young원한 오빠', '외환은 즐거운 上上', '칼의 노래를 佛러본다' 같은 억지스런 말을 만들어 쓰며, 전철 안에 붙은 회사 광고문에도 '好老자식?, '人터넷, English? 無無' 따위를 쓰고 있는데 마땅히 혼내야 되는 훼방꾼으로 뽑았다. 게다가 법의 저울을 들고 있는 대법원과 학문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학술원도 훼방꾼이란 부끄러운 이름을 달고 말았다.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무시하고, 학술원은 시상식장에 써 붙인 펼침막에 '慶 第四九回 大韓民國 學術院償 施賞式 祝(경축 제사구회 대한민국 학술원상 시상식)'이라고 썼으며, 대법원도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식 때 '慶 第14代 李容勳 大法院長 就任 祝(경축 제14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이라는 펼침막을 만들어 행사장 안팎에 써서 붙였다. 자기들만 보려는 펼침막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얼마 전 중랑천 옆을 지나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는 한 펼침막 아래서 한참을 선 채로 발을 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바로 서울시 하수처리사업소가 일반 국민이 보라는 펼침막(현수막)을 붙인 것인데 "중량천변 차집관거 준설공사입니다"라고 일본 한자말로 써 놓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뜻을 알 수 없는 일본말 '차집관거'를 끌어다 쓴 것을 보면서 이것은 혼내야 할 것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 ‘慶 第四九回 大韓民國 學術院償 施賞式 祝'이라고 한자로 쓴 학술원의 펼침막 ⓒ2005 좋은메 ▲ "중랑천변 차집관거 준설공사입니다"라고 써있는 서울시 하수처리사업소 펼침막 ⓒ2005 이대로 세종임금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올바른 글자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눈병까지 앓아가며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란 얘기다. 모든 권력이 임금에게 모아지는 봉건왕조시대의 임금이 이러는데 민주주의 시대라는 오늘, 많은 이들은 세종임금을 닮아가려 노력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일부는 한심하게도 최만리를 닮는다. 우리에게 '한글'이 있음을 세계인들이 부러워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열리는 '한글문화 정보화 포럼'에는 이름난 외국인 학자들이 와서 우리말로 강연을 하고 세종임금이 잠들어 계신 영릉을 참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만큼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최고의 글자로 받드는 '한글'을 기리는 한글날이 빨리 국경일이 되고, 영문으로 창씨개명하는 일들이 없어지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의 말처럼 이제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는 일을 그만두어도 되는 날은 올 것인가? <참고> 우리말 배움터 누리집 : urimal.cs.pusan.ac.kr/urimal_new 한글사랑관 누리집 : www.hangeulsarang.net(한글사랑관) 윤철수 의원 누리집 : ycs.scc.go.kr/index.jsp 웅진식품 누리집 : www.wjfood.co.kr 2005-10-05 18:59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