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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15년 만에 기념일 접고 국경일 되다!

'국경일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2월 8일 국회 본회의 통과


                  ▲ 세종임금 탄신일에 세종임금 동상 앞에 바쳐진 꽃들 ⓒ 김한빛나리


한글이 우리 문화유산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한글은 세계의 글자 중 만든 때, 만든 사람, 만든 목적을 아는 유일한 것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이 반영된 글자임은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임금의 마음이 가득 담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한 유일한 글자인 것이다.


이 한글이 15년 동안 일반 기념일에서 헤매다가 드디어 12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경일에 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173572)'로 통과되어 내년부터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축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률안의 통과과정을 보면 먼저 제254회 국회(임시회) 제2차 행정자치위원회(2005. 6. 14) 에서 2004년 7월15일 신기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과 2004년 11월18일 이규택 의원이 발의한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을 일괄 상정하여 대체토론 후 소위로 회부하였다.


그 뒤 제256회 국회(정기회) 제10차 행정자치위원회(2005. 12. 1)는 법안 심사소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받아들여 '국경일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심사, 의결했다.


이 법률안의 개정이유를 보면 "우리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하여 현재 '각종기념일등에관한규정(대통령령)'에 의거 국가 기념일로 규정되어 있는 한글날을 같은 법에 의한 국경일로 승격 규정함으로써 한글의 독창성과 중요성을 드높이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주요 개정내용은 제2조 제5호를 신설하여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함"이란 조문을 넣음으로써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승격되기까지는 15년 동안의 엄청난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 과정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자.


한글날 국경일 제외와 다시 승격을 위한 노력들


                 ▲ 훈민정음 해례본(국립중앙박물관) ⓒ 김영조


지난 1990년 11월2일 정부는 대통령령 제13155호로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빼버렸다. 명목상으로는 노는 날을 줄인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설 연휴와 추석 연휴를 3일로 늘리기 위한 조치에서 한글날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우리의 '겨레 문화의 꽃'이자 '세계 으뜸 문자'인 한글을 기리던 한글날이 '바다의 날', '환경의 날' 등과 같은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되고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주로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공휴일이 많다는 논의가 있었고, 총무처(지금의 행정자치부)에서는 경제 단체 등 일부 주장만 듣고 문화계의 의견은 외면해버린 것이다. 당시 관계자들에 의하면 문화부 장관으로 갓 부임한 이어령 장관이 한글날 격하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자, 공휴일에서는 제외하더라도 문화 행사 등을 더 활발하게 펼치도록 지원한다는 그럴 듯한 조건을 내세워 통과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 한글날의 행사 규모는 나날이 줄어들고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않는 일부 인사들만 참석하는 기념식에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한글날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 문화 발전에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 크게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한글문화 단체 등에서는 한글날 공휴일 제외 움직임이 있었던 1990년 초부터 한글날 공휴일 제외 반대 성명서를 계속 발표하고 서명 운동도 펼쳤다. 1991년 10월1일에는 한글단체 공동 명의로 한글날을 법정 국경일로 제정할 것을 대통령에게 청원하는 글을 발송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한글날 국경일 범국민 추진 위원회 ⓒ 김영조


1997년 2월28일에는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촉구하는 질의를 했고, 1999년 7월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자는 '한글날 국경일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를 계기로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대두되었고 많은 이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어 2000년 10월 2일 국회에서 신기남 의원 외 34명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국회의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00년 11월 15일엔 신기남 의원 외 각 당에서 92명의 의원이 골고루 참여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의원 모임은 발족 직후인 2000년 11월 30일 '한글날 국경일 추진을 위한 국회 공청회'를 열기도 했으며, 이후 꾸준한 의원 활동이 이어졌다. 그러다 2001년 2월5일엔 한글운동가들이 모두 참여하여 '한글날 국경일 범국민 추진 위원회'를 출범 시켰으며, 추진위원장은 전택부 선생이, 추진본부장은 서정수 한글문화세계화운동본부 회장이, 사무총장은 이대로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가 맡고 총 8만8562명이 참여하여 뜨거운 운동을 여 나갔다.


                     ▲ 한글문화세계화를 위한 의원 모임 창립식 ⓒ 김영조


이후 2001년 4월10일 서울 종로 기독청년회관(YMCA) 대강당에서 서영훈, 이어령, 김남조, 신기남 등 저명인사들을 초청하여 한글날 국경일을 승격을 위한 강연회를 열었고, 4월20일부터 4월26일까지 국회 의장, 사무총장, 국회의원들과의 조찬 간담과 관련 행정부서 책임자 면담 등을 벌여 나갔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시도는 실패하였다. 또 2002년 9월10에는 대선 입후보 예정자에게 공문을 전달하였으며, 같은 해 10월1일부터 10월8까지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우리의 소원은 한글날 국경일이오!'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였다.


이후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 대회', 한글날 국경일 제정 촉구 토론회, 각계에 '한글날 국경일 제정' 건의문 전달 등의 운동을 꾸준히 벌였지만 16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은 자동 폐기 되는 운명을 맞았다.


                        ▲ 한글학회가 주최한 전국 국어학 학술대회 ⓒ 김영조


역시 2004년에도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법률의 정부 입법안 마련 촉구, 17대 국회의원에게 호소문 발송 등을 하고 그해 6월 25일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활동 준비 모임'을 했다. 같은 해 7월15일 신기남 의원(대표발의)등 67명의 의원들이 '국경일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이후 8월 3일에 '한글날 국경일 지정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후로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의원 면담,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한글단체와 국회의원 모임 간담회 등을 열었고 2005년 6월21일엔 다시 신기남 의원 외 61명이 참여하여 '한글문화세계화를 위한 의원 모임'을 창립했다. 이후로도 '한글날 국경일 범국민 추진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한글운동가들의 끊임없는 국회방문과 의원들의 누리집(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지속적인 설득과 호소를 병행한 끝에 드디어 11월30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중 개정 법률안'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것이 그동안 대강의 과정이다. 이제 한글날을 제대로 경축할 방안 마련돼야 그동안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 사람들의 논리는 노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부정적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국경일만 되면 공휴일은 양보하자는 애기도 나온 바 있었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어상담을 하는 국어단체연합국어상담소 ⓒ 김영조


하지만, 이관규 홍익대학교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한글날을 단순한 기념일로만 보지 말고 국가 차원의 국경일로 하여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리라 생각한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은 모두 이 날을 관심을 갖고 바라볼 것이다.


한글날을 경제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무궁무진하게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 토론회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문광위원회 만장일치로 '한글날 국경일 지정 촉구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경제적 논리에 의해 '쉬지 않는 국경일'이라는 대안이 거론되는 듯하다. 이것은 음식이름을 쓴 종이로 제사상을 차리는 '놀부심보'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영국인이 수백 년 전 어느 날 알파벳을 만들었다면, 영국과 미국은 매년 엄청난 기념행사와 잔치를 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을 종합해볼 때 한글날 국경일 제정은 오히려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긍정적일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한글날을 제대로 경축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때가 왔다. 그럼으로써 효율적인 국경일로서의 위상을 찾고, 한글날 국경일과 공휴일이 절대 경제에 부정적이지 않음을 증명해보여야만 한다.


                                 ▲ 세종임금 어진 / 김학수 그림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차라리 한편에서 얘기되는 한글주간을 만들어 한글날 국경일 행사를 성대하게 벌여야 하며, 한글이 올바로 알려지고, 다듬어지고, 세계에 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지금 일부에서는 글자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그 민족의 글자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런 방향도 괜찮은 일이 될 것이다. 또 국어기본법을 실효성 있는 법률로 고쳐야 하고, 국어상담소 사업을 예산을 제대로 지원하여 더욱 확고하게 벌여야 할 것이며, 번역청도 신설하여 외국의 책과 자료도 제대로 번역하고, 우리 문학작품도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타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15년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하지만, 그것은 끝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한글날을 제대로 경축할 방안을 마련하고, 한글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세계에 한 단계 높일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할 때이다. 어쨌든 우선 광화문 한 복판에서 우리 모두 "한글 만세!", "세종임금 만세"를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2005-12-09 12:09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