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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요', '파이팅', '애매하다' 쓰지 마세요

'~같아요', '파이팅', '애매하다' 쓰지 마세요 당당한 말글생활을 위한 제언 ▲ 세종임금 영정(김학수 그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얼마 전 서평을 쓰기 위해 글쓴이와 대담을 하던 중이었다. 글쓴이는 "아이들이 이젠 스스로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같아요'는 잘못된 말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글쓴이는 "제가 논술교사여서 학부모들에게 '~같아요'라는 말투를 쓰지 말라고 하면서도 제가 써버렸네요.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에서 한 출연자는 "부모님께 효도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역시 잘못된 말이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도 '~같아요'를 쓰는 것이 어찌 올바른 말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하지 않고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일 뿐이다. 더구나 능동형인 '효도해야 할'로 할 것을 입음꼴(피동)인 '될'을 쓰는 것도 잘못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름씨(명사)에 '적'자를 붙이는 일도 흔하다. 어떤 연예인은 "마음적으로 괴로웠다"라고 말한다. '~적(的)'은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을 뜻하는 한자어 뒷가지(접미사)로 한자어 이름씨 다음에 '적'을 써서 표현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말 다음에 한자어 뒷가지 '-적'을 쓴 것은 잘못된 말이다. 여기서 한자어라고 해서 '적'을 덧붙이는 것은 역시 우리말다운 표현은 아니며, 우리말 토씨로 쓰면 되는 것이니 '적'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는 '전국에' 또는 '전국에 걸쳐'로, '정신적 고통'은 '정신의, 마음의'로, '연속적으로'는 '연속해서, 연속, 잇따라'라고 써야할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국적불명의 외국어가 마구 쓰인다. 텔레비전의 출연자들이 '파이팅!'하고 외치는 것을 본다. 그 출연자들은 운동경기도 아니고, 한국에 와 사는 외국인이 한글을 맞추는 프로그램에서 '파이팅'을 외친 것이다. '파이팅'이 무슨 말인가? 국립국어원 최용기 학예연구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이팅'(fighting)'이란 말은 본래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영어에서 이 말은 호전적인 뜻으로 '싸우자' '맞장 뜨자'는 정도의 뜻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하자' 뜻으로는 속어로 '키프 잇 업'(keep it up)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 '파이팅'은 출처가 모호한 가짜 영어인 셈이다. 또 이 말을 '화이팅'이라고 소리내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물고기인 '대구'(whiting)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 더욱 이상하다." ▲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미술관 소장) ⓒ 간송미술관 그러면서 그는 원래 우리 겨레는 그런 식의 상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파이팅'이란 국적 불명의 잘못된 말 대신 '얼씨구!', '힘내라!', '영차!' 들을 써보라고 권한다. 또 '아리아리'로 바꿔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제안도 한다. 이 말의 어원은 '아리랑'의 앞부분인 '아리아리'로 '여러 사람이 길을 내고 만들어 간다'라는 뜻이다. 다른 이들은 '아자아자!'를 쓰자고 말한다. 국적불명의 잘못된 외국어는 '파이팅' 말고도 '백미러(rear-view-mirror→뒷거울)', '츄리닝(training→운동복)', '스덴(stainless→녹막이)', '레자(leather→인조가죽)', '빵꾸(punchure→구멍)', '엑기스(extract→농축액, 진액)' 등이 있다. 책임 회피형 말과 국적불명의 외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식 한자말도 해방된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쓰인다. 표준말만 쓴다는 아나운서가 '애매하다'라고 한다. '애매 (曖昧,あいまい)'는 일본에서 쓰는 말이고 우리는 '흐리멍텅하다, 흐리터분하다, 어정쩡하다'라거나 '모호(模糊)'라는 한자말을 쓴다. 게다가 '애매모호'라는 중복된 말을 쓰는 것은 더욱 안 될 말이다. 물론 우리말에도 '애매하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뜻은 '억울하다'로 전혀 다른 것이다. ▲ 주시경 선생 ⓒ 한글학회 일본식 한자말은 '애매' 외에 '곤색(紺色, こんいれ→'진남색)', '노가다(どかた→노동자, 막노동꾼)', '기스(きず→흠, 상처)', '다대기(たたき→다진 양념)', '십팔번(十八番, じゆうはちばん:일본 가부끼문화의 18번째→장기, 애창곡)', '축제(祝祭,まつり→잔치, 모꼬지, 축전)' 등이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글자를 가진 자랑스런 겨레이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적게는 초중고등학교 12년, 많게는 대학까지 16년 동안이나 말글을 배우고도 맞춤법의 잘못은 물론 순일본말, 일본식 한자말, 국적불명의 외국어 등을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여태 잘 써왔는데 왜 시비냐고 하지만 우리가 말글생활을 올바로 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화 시대에 당당하게 사는 일일 것이다. 언론인 이참씨는 독일인으로 한국에 귀화한 사람이지만 한글에 관해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이렇게 잘못된 말글을 반성없이 쓰다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이가 지식인 체하면서 말글생활을 올바로 못한다면 떳떳하지는 못할 일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래서 당당한 문화국가로 곧게 서는 것이 살길이다. 부끄러운 말글생활의 주인공이 되지는 말자. 국어단체연합 최기호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라고 했다. 우리의 말글이 제대로 대접받을 때 우리나라도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뜻이다. 아직 일본말 찌꺼기를 쓰는 우리를 보고 일본인들은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는다. 스스로 우리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당당하게 우리의 말글을 올바로 써야할 때이다." 2006-04-03 11:00 ⓒ 2006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