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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대추죽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29]

[한국문화신문 = 지명순 교수]  한 달 전 쯤 위장병이 나서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어 고통스러웠을 때 친정어머니가 쑤어준 대추죽을 아침저녁으로 먹었더니 어느새 예전처럼 식욕이 좋아져 이젠 살이 찔까 염려하고 있다.  

은 곡물을 주재료로 물을 많이 붓고, 오래 끓여 만드는 음식으로 우리 먹거리 가운데 가장 일찍부터 발달한 주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죽 전문식당이 생겨나면서 죽은 특별한 맛을 즐기기 이한 별미음식으로, 환자를 위한 병인식으로, 몸이 허약한 사람을 위한 보양식으로 언제 어느 때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 보양식으로 죽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은 임금이었다. 탕약을 들지 않는 날에는 날마다 이른 아침(7시 이전) 죽과 마른 찬으로 차린 초조반(初朝飯)을 먹었다. 이때 올리는 죽으로는 흰죽, 잣죽, 깨죽, 우유죽, 흑임자죽, 행인(살구속), 대추죽 같은 몸에 좋은 재료를 써서 담백하게 쑤어진 것들이었다. 


   
▲ 대추죽

대추나무는 5월 봄이 한창일 때 싹이 터, 한 여름을 다 지내고 9월 가지마다 토실토실한 열매를 주렁주렁 많이 맺기 때문에 자손의 번창함을 기원하는 의미로 혼인에식에 빠지지 않고 쓰인다. 대추는 맛이 달고 따뜻하며, (, 지라), ()에 작용하는데 특히 여름의 화()기운을 받아 붉은 빛을 낸다고 한다. 붉은 빛은 심장을 보하여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에게 권할 만 하다. 뿐만 아니라 대추에 함유되어 있는 풍부한 비타민, 특히 비타민 E의 함유량은 그 어떤 과일보다 많아서 천연비타민제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대추도 날것으로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나거나 빼가 불러오고 설사를 하며, 몸이 추었다 더웠다 하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갈증이 심한 사람이나 변비가 있는 사람, 그리고 병 없고 튼튼하여 양기가 강한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다. 생대추에 열을 가하게 되면 독성이 줄어 장과 위를 보하고, 살이 찌도록 하며, 기운을 돕고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친정어머니표 대추죽 쑤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질좋은 대추(빛이 선명하고 알이 적당히 굵으며 주름이 고르고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 것)를 골라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2시간 정도 푹 고은 뒤 손으로 주물러 속살이 빠지도록 하고 체에 걸러 대추즙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추즙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아침식사를 대신할 때, 또는 소화가 안 될 때, 불린 찹쌀 그리고 좁쌀을 함께 넣고 쌀알이 투명하게 퍼지고 걸쭉하게 될 때까지 끓여 죽을 쑤거나, 대추즙에 물에 갠 찹살가루를 넣어 부드러운 미음으로 만든다. 또 다른 비법이 있다면 물은 새벽에 떠온 약수로 하고, 쌀은 그해에 수확한 햅쌀을 쓰며, 끓일 때 쉬지 않고 끓이고, 오지그릇을 써야 약으로서 효과가 있다. 

대추의 은근한 향과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대추죽을 한 그릇 먹으면 온 몸에 온기가 돌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속도 편해진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병에 좋고 소화기능이 약한 어르신들에게, 졍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다. 그렇지만 어린아이 이유식으로는 부적당하며,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으므로 다어어트를 원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임금이 보약으로 들었던 대추죽, 뭔가 허약하다 싶은 사람에게 속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