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너도 먹고 물러나라. 너도 먹고 물러나라” 소리꾼과 연희패가 연신 외쳐댑니다. 악귀를 쫓아내는 ‘나례(儺禮)’ 의식의 이 장면은 지난 12월 2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2023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나례(儺禮), 훠어이 물렀거라>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사람만 해도 국립국악원 정악단ㆍ무용단ㆍ민속악단 등 무려 200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공연입니다. 나례는 궁중과 관아, 민간에서 행해 온 섣달 그믐밤 사악한 악귀를 물리치고, 태평스러운 새해를 기원하는 종교의식이 예술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첫 문헌 기록은 약 천 년 전의 《고려사》에 있으나 처용무를 생각하면 신라 때부터 행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잡귀와 역병을 쫓아내는 엄숙한 구나의식으로부터 가무와 오락이 주를 이루는 활기찬 잡희로 점차 변화, 발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나례를 나의(儺儀), 나희(儺戱)라고도 합니다. 공연에는 역신을 물리치기 위하여 신라 때부터 전해 내려온 오방처용의 처용무(處容舞)와 12지신(十二支神)의 십이지신무(十二支神舞), 아이들의 진자(侲子, 역신을 쫓아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2003년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지 20돌이 되는 해다. 그 20돌을 마무리하면서 어제 12월 28일 낮 3시 ‘선릉아트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중견소리꾼 노은주 명창의 세 번째 완창 무대 ‘박록주제 한농선류 흥보가’ <화양몽>이 펼쳐졌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던 한농선 명창은 지정된 뒤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한농선 명창에게 흥보가를 이어받은 노은주 명창이 외롭게 ‘한농선류 흥보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완창으로 ‘한농선’ 명창을 새롭게 드러낸 것이다. 노은주 명창은 완창 발표회에 앞서 “한농선 선생님은 늘 곁에서 소리공부를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자금은 제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물려주신 동편제 박록주제 흥보가는 꾸밈과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소리입니다. 미사여구가 없다보니 그만큼 소리의 깊은 묘미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리를 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너도 먹고 물러나라. 너도 먹고 물러나라” 소리꾼과 연희패가 연신 외쳐댄다. 악귀를 쫓아내는 ‘나례(儺禮)’ 의식이다. 어제 12월 2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2023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나례(儺禮), 훠어이 물렀거라>가 열렸다. 무대에 오른 사람만 해도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 민속악단 등 200여 명이나 되는 거대한 공연이다. 나례는 궁중과 관아, 민간에서 행해 온 섣달 그믐밤 사악한 악귀를 물리치고, 태평스러운 새해를 기원하는 종교의식이 예술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 첫 문헌 기록은 약 천 년 전의 《고려사》에 있으나 처용무를 생각하면 신라 때부터 행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잡귀와 역병을 쫓아내는 엄숙한 구나의식으로부터 가무와 오락이 주를 이루는 활기찬 잡희로 점차 변화, 발전해 왔다. 그래서 나례를 나의(儺儀), 나희(儺戱)라고도 한다. 공연은 고천지(告天地) 곧 ‘나래의 시작을 천지에 고하다’로 시작된다. 섣달 그믐밤 창덕궁에 어둠이 내리고 전각마다 촛불이, 궐문마다 횃불이 켜짐을 샤막(망사천을 써서 뒤가 살짝 비치게 하는 막)으로 보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950~70년대에는 《세계여성백과》가 집에 한질 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성백과가 있었지요. 1809년(순조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쓴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채 필사본 또는 목판본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1939년에 발견된 《빙허각전서(憑虛閣全書)》가 이 책의 제1부작으로 밝혀져 지은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규합총서》는 지은이가 서문에서 “이 모두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오래 살기 위해 먼저 힘써야 할 것이요, 집안을 다스리는 방법이라 진실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요, 부녀가 마땅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삶에서 꼭 필요한 슬기를 적어 모은 것입니다. 《규합총서》는 주사의(酒食議)ㆍ봉임측(縫則)ㆍ산가락(山家樂)ㆍ청낭결(靑囊訣)ㆍ술수략(術數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사의>에는 장담그기, 술빚기, 밥ㆍ떡ㆍ과줄(한과)ㆍ반찬 만들기가 들어있고, <봉임측>에는 옷 만드는 법, 물들이는 법, 길쌈, 수놓기, 누에치기와 함께 그릇 때우는 법, 불 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함길도 감사가 아뢰기를, ‘길주 이북에 눈이 깊이 쌓이고 풀이 묻히어, 들에 놓은 소와 말이 태반이나 굶어 죽었사온데, 회령(會寧)ㆍ경원(慶源) 두 읍이 더욱 심하여 새로 옮겨 온 백성들의 농우(농사일에 부리는 소)와 전마(戰馬, 전쟁에 쓰는 말)가 거의 다 죽었습니다. 이에 각 고을이 피(볏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와 콩을 나눠주게 하고, 다방면으로 풀을 베어 먹이게 하고 있사오며, 또 새로 이사 온 백성들이 길을 통행하지 못하옵기에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67권, 세종 17년(1435) 3월 12일 기록으로 함경도 회령과 경원에 눈이 많이 와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했다는 얘기입니다. 설마는 우리말로 하면 썰매로 이에 관한 첫 기록으로 보이지요.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는 “우리나라 북쪽 지방에서 겨울이 되면 사냥에 설마를 이용하여 곰과 호랑이를 잡는다.”라고 나옵니다. 또 서유구(1764-1845)가 쓴 백과사전 《임원경제지》에는 “설마는 좌우에 두툼한 판자를 세우고 바닥이 둥글게 휘어지도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안 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쁩니다.”라며 아직 병중이건만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사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 명성왕후(明聖王后, 현종 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明安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해’의 부활이라는 큰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 곧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동지의 특별한 풍속을 보면 다가오는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데 더위를 잘 견디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의 또 다른 풍속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그런데 이날 가장 보편적으로 지내는 풍속은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3일 ‘머니투데이’에는 “한국, 영어 능력 세계 49위…중국ㆍ일본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기사 내용은 “최근 스웨덴 교육 기업 '에듀케이션퍼스트'(EF)의 '2023 영어능력지수'(EPI·English Proficiency Index)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13개국 중 한국은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6위에서 13계단 하락한 순위다.”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13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보통 수준인데 이에 견줘 중국은 82위, 일본은 87위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 기사에 보면 1위에 네덜란드가 차지했으며,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순으로 상위 10위권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10위 안에 든 나라 대부분이 유럽 나라들이고, 유럽 외의 나라는 싱가포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으며 현재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나라들뿐이다. 하지만, 한국ㆍ중국ㆍ일본은 문화가 전혀 다르고 각자 자기들의 말과 글이 살아 있어서 영어에 목매는 처지가 아닌 것이 다르다. 그런데도 이 기사를 보고 영어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기억에 남아 있을 ‘통행금지‘. 광복을 맞으면서 시작된 통행금지는 1982년 1월까지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는데 광복 직후엔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1961년부터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통금시간이었습니다. 동무들하고 신나게 놀다가도 통금시간이 다가오면 ‘오금아 날 살려라’라면서 집으로 줄행랑을 쳤었지요. 어떤 이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꾀를 낸다는 것이 장승처럼 멀뚱히 서 있다 여지없이 잡혀 파출소행을 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통행금지가 물론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조선이 개국 되자마자 치안과 화재 예방을 위해 한성을 비롯해 주요 도시와 국경지방에까지 통행금지 시간을 두었지요. 시계가 없던 시절 성문이 닫히고 통금이 시작되는 때를 “인정(人定)”이라 하며 28번의 종을 칩니다. 인정을 친 이후는 지위가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통행금지를 위반하여 잡히면 엄한 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통금이 풀리는 때를 파루(罷漏)라 하여 33번의 종을 쳐 백성들에게 알렸지요. 그런데 《태종실록》 2권, 태종 1년(1401) 9월 21일 기록을 보면 사헌부(司憲府)의 우두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갑진년 용띠 해를 맞아 2023년 12월 20일(수)부터 2024년 3월 3일(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용(龍), 날아오르다》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용에 얽힌 여러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자리로 우리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 비와 물의 상징인 용 오늘날 서구문화, 게임 등의 영향으로 ‘용’하면 불[火]과 악[惡]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우리 용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하며 수신(水神), 우신(雨神) 등으로 나타난다.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 이번 특별전에 소개한 ‘농기(農期)’, ‘용왕과 용궁부인을 그린 무신도(巫神圖)’, ‘기우제 제문(祈雨祭祭文)’ 등을 통해 용에게 비와 물을 빌던 우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열두 띠 동물 가운데 땅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은 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