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경 기자] 유월의 햇살을 받은머위대가 내 팔길이 만큼이나 자랐다. 이 녀석들을 잘라와 살짝 데쳤다. 일일이 껍질을 까는 일이 조금 힘들지만 밥 반찬으로 그만인 머위대 장아찌의 맛을 생각하며 한 소쿠리를 깠다. 깐 껍질을 간장 150, 식초 150, 설탕 100, 매실청 50, 소주 1병, 물 약간을 넣어 펄펄 끓였다. 그리고 식은 뒤 까놓은 머위대에 부어주면 끝이다. 이 작업을 세번 반복한다. 머위가 크는 동안 반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난 일년 먹을 장아찌를 준비했다. 씹히는 아삭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머위 특유의 향과 쌉사롬한 맛이 입맛 없는 여름철 반찬으로 그만이다.이 맛난 머위대 장아찌는 내게 있어 유월의 연례 행사다. 내일은 서울 사는 암환자인 울언니에게 한 통 싸서 보내야겠다. *머위는? 머위는 페타시테닌과 후키토녹신이라는 미량의 독성물질이 있지만 물에 데치면 모두 사라진다. 머위에는비타민 A, C, 철분 칼슘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고 폴리페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한편 한방에서는 천식, 인후염 등에 좋은 약재로 쓰이고있다.
[우리문화신문= 이윤경 기자] 제법 웃자란 대파,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는 옥수수, 하지를 향해 영글어 가는 감자밭의 하얀 감자꽃이 탐스럽다. 새소리를 벗하며 밭작물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다보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고랑을 이웃삼아 쑥쑥 커가는 녀석들을 볼라치면 오손도손 사이좋게 지내는 오누이 같아 마음 또한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유월은텃밭 채소들이 커가는 즐거움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문화신문=이윤경 기자] 어떤 사람들은 심은대로 거두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다고 한다.그리고 심은대로 거두지 못해 슬퍼한다. 그러면서 심은대로 거둘 수만 있다면 세상살이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나 지난 겨울 밭에 뿌려둔 씨앗들을 보라. 딸기는 딸기 싹을, 부추는 부추 싹을, 달래는 달래 싹을 내밀지, 딸기가 참외싹을 틔우거나, 달래가 부추 싹을 내미는 법은 없다. 나도 도회지에서는 늘 그게 불만이었다. 콩을 심어도 팥이 나오고, 팥을 심으면 콩이 나와 당황한 적이 부지기수다. 그 모든 것의 이치와 원리를 모를 때는 그렇게 되어지는 결과의 미흡함에 늘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달래 심은 자리에 달래가 싹을 틔우는 것을 한해 두해 그렇게 이십여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싹이 트는 것'의 원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거늘! 늘 허덕대었던 것은 밖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 죽어있던 그 "씨앗" 이었음을 이제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간다. 너무나 당연한 싹을 틔우는 새싹들을 보면서 뒤늦게 말이다.
[우리문화신문= 이윤경 기자] 봄이다. 밖은 아직 춥지만 기분 좋은 햇살이 집안 깊숙이 들어온다. 창가 그 자리에 늘 놓여있던 선인장 화분에 요 며칠 눈길을 주고, 해가 골고루 들도록 방향도 바꿔놓길 여러번 했다. 그저 화분 위치만 바꾸는 게 아니다. "사랑스럽다. 어여쁘다. 꽃망울이 곱다."라고 주문처럼 날마다 속삭였다. 그것뿐이었다. 선인장이라 물을 자주 주는 것도 아니다. 정말 '사랑한다'라고만 했는데, 기적처럼 어여쁜 꽃망울을 오늘 아침에 활짝 피웠다. 식물도 그러하거늘 사람이랴! 발그레한 한송이 선인장 꽃이 선사하는 기쁨이 배가 되는 아침이다.
[우리문화신문=이윤경 기자] 어제 삼일절도 그렇고 오늘 정월대보름날도 날씨가 무척 맑다. 서울과 달리 미세먼지가 적어서 그런지 공기도 산뜻하다. 무엇보다도 하늘이 맑고 깨끗해 마음까지 밝아지는 듯하다.오늘 밤에 떠오르는 정월보름달은 그야말로 크고 깨끗할 듯하다. 벌써 부터 기대된다. 어제는 장롱 속 태극기를 꺼내 달고 99년전 선열들의 '피맺힌 구국 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지난해 말려두었던 텃밭에서 거둬 말려둔피마자, 가지, 애호박 등을 물에 불려 보름 나물을 무쳤다. 아침에는 팥, 검은콩, 수수, 조, 찹쌀, 밤, 검은 쌀 등을 넣어 오곡밥을 지었다. 요즈음은 잡곡이 좋다하여 거의 모든 집에서 365일 잡곡밥을 먹는 집이 많지만 특별히 우리 식구들은 잡곡을 좋아한다. 평소 보다찹쌀을 듬뿍 넣고 지어서인지 찰진 밥에 나물이 더 맛있다. 맛난 밥상을 물리고호두와 땅콩으로 부럼도 깼다. 올 한해도 몸에 병없이 온 가족이 무탈하게 지내길 비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정월대보름의 의미가 더욱 새로운 아침이다.
[우리문화신문= 이윤경 기자] 호숫가에 홀로 핀 버들강아지 솜털 두르고 춥다하지 마라 이 추위 물러가면 어느새 성큼 털 감싼 줄기에 돋아날 새싹 움트리니 고개 들어 봄을 기다리라 - 산정호수에서-
[우리문화신문=이윤경 기자] 겨레의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백김치를 담갔다. 엊저녁 배추를 절여두었는데겉 잎은 떼어 살짝 삶아시래기국용으로 냉동실에 넣어두고 노란 고갱이가 고소해 보이는배추는 적당히 소금절임을 해두었다. 오늘 아침, 찹쌀풀을 쑤고 사과, 배, 양파, 부추, 당근 등 속을 곱게 채썰어 까나리 액젖으로 간을 맞춰 김치통 한가득 담아 두니마음이 부자가 된 듯하다. 이제 슬슬 명절 채비를 채려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