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제산 기자] 노진과 강릉기생 ◑산 넘고 물 건너 장가길 천리 여기는 강릉도호부. 부사가 대청마루에서 기생 서너 명과 술판을 벌이고 있다. 그래 네가 예까지 나를 찾아온 연유가 무엇이냐? 부사는 통인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애띈 초립동에게 퉁명스럽게 묻는다. 당숙. 우선 제 절부터 받으시지요. 초립동은 나붓이 큰절을 올리고 나서 어머니의 심부름이라며 서찰을 꺼내 올린다. 서찰을 읽는 부사의 표정이 굳어진다. 참으로 얌체들이로군.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총각은 눈이 캄캄해진다. 너 듣거라! 관청은 공무가 아니면 함부로 들어오는 법이 아니다. 이곳은 네가 사사로이 머물 데가 못 된다. 시장할 테니 요기나 하고 가거라. 동기(童妓)하나가 한쪽 구석에 밥상을 차려준다. 개다리소반에 노잣돈 몇 닢과 함께 밥 한 그릇과 나물 몇 가지가 전부다. 부사의 식전방장(食前方丈)의 주안상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부사는 당질에 대한 덕담이나 가족에 대한 안부는 한마디도 묻는 법이 없고 그저 기생들과 수작하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순간! 초립동은 발로 밥상을 냅다 걷어찼다. 밥상이 천정까지 치솟았다가 마루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 산산이 흩어진다. 네 이놈 이
두 개의 명당 [그린경제=소병호 기자] 삼정승 보다는 사정승! 한 지관이 수더분하게 생긴 촌부(村夫) 구산자(求山者)에게 지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자리는 천금을 주고도 못삽네다. 좌청룡자락과 우백호자락이 대칭을 이루며 앞들을 소쿠리처럼 보듬고 있고 앞들언저리를 활처럼 감아 흐르는 도랑 너머로 탕건 모양의 안산(案山)이 다소곳이 업드려 있다. 그 뿐이랴? 뒷 날등이 힘차게 뻩어 내려오더니 용머리처럼 불쑥 치솟았다가, 다시떨어지듯 미끄러져 내리다가 딱 멈춘 곳! 굳이 지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명당 터다. 윤생원, 이 안에 묘자리가 두 개 있소. 하나는 삼정승 날 자리이고 또 하나는 사정승 날 자리요. 어떤 자리에 쓰시겠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겠는가? 사정승 날 자리에 써야지. 정승이 뉘집 강아지 이름인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나온다는데 이런 천재일우의 호기를 놓칠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처음에는 그저 가난이나면하기를 바랐던 구산자는 욕심이 발동하여 앞뒤잴 것 없이 사정승 날 자리에 조상을 이장했다. 정승의 버릇을 고친 영특한 소년 윤효순의 아버지 윤처관(尹處寬)은 의정부 녹사로 있었다. 처관은 어느 날
십년 만에 완성한 詩欲凍(시욕동) 유치숙(柳痴叔)의 놀라운 예지력서애(西崖) 유성룡(柳成龍)에게는 모자란 삼촌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유치숙 이라고 불렀다. 유씨네 집의 바보 아저씨란 뜻이다. 유치숙은 어느 날 느닷없이 서애를 찾아와 바둑을 한판 청했다. 서애는 당시 바둑계의 국수(國手)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가 숙부인지라 마지못해 응해 주었다. 치숙은 바둑알을 하나씩 딱딱 놓을 때 마다 무슨 뜻인지 모를 소리를 뇌까려댔다. 딱! 설타음순시욕동! 딱! 매표가선곡생향! 조카 뭘 그렇게 꾸물대시나? 설타음순시욕동! 허허 주무시나? 매표가선곡생향!첫판에서 겨우 한 점 차로 서애가 졌다. 한 판 더 두기로 했다. 나를 모르면 죽어. 이놈아! 설타음순 시욕동! 죽긴 왜죽어? 여기 매표가선곡생향 나간다! 매표가선곡생향! 치숙의 날궂이 같은 소리는 점입가경이었다. 서애가 또 졌다. 져도 크게 졌다. 조카 이번엔 마지막 한판이네. 설타음순시욕동, 매표가선곡생향!말끝마다 그놈의 소리. 귀가 마다하고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설타음순이라 시욕동, 매표가선에 곡생햐~~ㅇ! 막판을 두는 동안에는 숫제 그 날궂이 에다가 육자배기 가락까지 붙여 무당 푸닥거리 하듯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