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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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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도온면의 또 다른 의미 / 김서연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24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 몇달전 우연히 한국의 맛집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진행자들에 열광하는 시청자들, 덕분에 프로그램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었다. 10분여를 재미있게 시청을 하다가 화면이 바뀌었고 나는 깜짝 놀라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연변 투도온면이 한국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있는 것이었다. 진행자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의 입에는 침이 고였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 맛을 알기에 더욱더 그리웠다. 그러나 나 또한 조금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투도온면이 “온전한” 우리의 음식일까? “아, 역시 고수(香菜)가 듬뿍 들어가 있네요. 허허.” 진행자는 요리전문가로 고수(香菜)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듯 했다. 그는 맛있게 젓가락질을 하며 국수를 마시듯 먹고 있었다. 가운데 자막으로 음식에 대한 소개가 참 인상 깊었다. “이 지역 조선족 동포, 한족 고객 모두에게 인기 만점인 연변 특유의 입맛을 돋우는 구수한 국수.”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진행자의 해설… 씹는 맛이 일품인 밀가루 면발에 시원한 소고기육수가 풍미를 살리고 살포시 얹어진 소고기 두 점은 정을 나누기에는 충분하고 송송 썰어놓

우리 마을 전봇대사건 / 전옥선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23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 오늘 오래 만에 소꿉친구 해숙이를 만났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한 미모하는 예쁜 친구와 함께 커피숍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푸노라니 우리는 30년 세월이 지나도 미스터리로 남은 전봇대사건이 또 화두에 올라 이리저리 추측을 하면서 웃기도 하고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갸우뚱해지면서 서글픈 웃음이 나간다. 해숙이는 우리 마을 십여 명되는 여자애들 가운데서 제일 이뻤다. 하야말쑥한 피부에 그 세월에 염색이란 것도 없었는데 특이하게도 약간 파도치는 금발의 머리에다 크고 까만 오목눈에 상큼한 콧날, 작은 입술을 가진 인형같은 여자애였다 우리가 초중을 다닐 때니 열댓 살이라 하겠다. 버들방천에서 우리 마을 여자애들이 엇바꾸어 보초를 서가며 목욕을 하다가 해숙이 피부가 너무 고와서 황홀하게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예쁜데다 성격도 부드럽고 유순하여 애들한테 인기도 있었다. 해숙이가 이렇게 이쁜 건 자기 엄마를 똑빼 닮아서이다. 해숙이 엄마는 농촌에서 사는 여자치고는 너무 미인이다. 우리 엄마들의 파마머리는 항상 꼬실꼬실하였지만 해숙이엄마는 굽실굽실 파도치는 파마머리를 어깨까지 곱게 드리우고 삔으로 량

사랑하는 내 딸아 / 최홍련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22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 설핏 잠들었다가 깨고보니 외로운 등불이 왜 벌써 일어나느냐는듯 나를 빤히 내려다본다. 나는 어지러이 널부러져있는 책들을 보며 픽 웃어버린다. 이게 벌써 한두날도 아니고 거의 한달째 계속되는 일상이다. 자다말다 깨서는 책 보고 보다가는 자고... 그러니까 그게 지난해 12월 12일이였구나. 널 대련에 미술공부시키느라 데려다준 날이 바로 그날이였지. 나는 눈을 집어뜯으며 다시 안경너머로 폰에 저장된 날자를 확인해본다. 네가 없는 이 한달동안 엄마는 너의 방에서 맴돌았단다. 매일 시집들을 찾아 읽고 시도 써보면서. 겨울의 긴긴밤을 지새운적은 그 얼마였던가. 지금도 이 글을 쓰노라니 또 너희들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우리 함께 대학입시를 향해 손잡고 달리던 날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나. 오, 맞다. 네가 고중2학년이 된 다음부터였지. 저녁마다 젊은 청춘에 쏟아지는 잠을 쫓느라 커피를 타 마시기도 하고 그 추운 겨울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하며 넌 그야말로 공부에 온 정력을 쏟고 있었지. 그러는 너를 지켜보다가 난 감기 걸린다고 창문 닫으라고 소리쳤지. 그러면 잠들어 공부 못하면 엄마가 책임지겠는가 하는 너의 날카로운 대답질이 들려오고

동년의 락원, 이모네 텃밭 / 김영자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21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 동년, 하면 나의 눈앞에는 항상 이모네 집이 먼저 떠오른다. 이모는 화룡 동성 명신에서 사셨는데 나는 학교 다니기 전 이모네 집을 제집처럼 다녔었다. 이모네 집은 독집이고 앞뒤 텃밭이 아주 컸다. 그 텃밭은 내가 온종일 꿰지르고 다녀도 싫증나지 않는 나만의 락원이였다. 어른들이 일밭으로 가고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 간 뒤면 혼자 남은 나는 텃밭을 찾는다. 노란 꽃을 달고 디룽디룽 꺼꾸로 매달린 오이도 먹음직스럽지만 찬란한 햇빛 아래 파란 잎사귀 뒤에 반쯤 숨어 빠꼼히 내다보는 빨간 토마토가 더 유혹적이다. 하나 뚝 따서 옷섶에다 쓱쓱 문질러서 그 자리에서 쓱쓱 냠냠 먹어치운다. 뭐니 뭐니 해도 텃밭에선 꽈리의 유혹이 제일 컸다. 꽈리를 뜯어서 겉껍질을 뜯어내고 겉껍질과 이어졌던 자리를 약한 나무꼬챙이로 구멍을 뚫는다. 꽈리즙과 씨가 구멍으로 나오도록 엄지와 식지(집게손가락)로 살살 비비고 우벼낸다. 꽈리 속을 다 우벼낸 다음 껍질만 남은 빈 꽈리를 입에 넣고 공기를 들이그으면* 똥똥 불어난다. 이때 꽈리 허리를 깨물면 꽈르륵 귀맛 좋은 소리*가 울린다. "꽈르륵 꽈르르륵 꽈르륵 꽈르르륵" 끊어질 듯하다가도 이어지는 꽈리소리는

우리 엄마와 준호아버지 / 전옥선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20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나와 준호, 란이 우리 셋이 한 마을 소꿉친구들인것처럼 우리들의 아빠, 엄마들도 한 마을친구들이셨다. 며칠 전 란이엄마 칠순잔치소식을 듣고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준호도 와있었다. 란이엄마 칠순잔치는 풍성하게 잘 차려졌다. 한잔 거나해진 하객들이 어르신의 만년장수를 빌며 권커니작커니 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띄워 올렸다. 손자, 손녀들과 함깨 덩실덩실 춤을 추는 란이엄마를 바라보며 나도 응당 기뻐해야겠지만 어쩐지 가슴이 짠해 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당황한 나는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섰다. 그런데 문가에는 준호가 먼저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서있었다. 저 친구의 심정도 나와 마찬가지이리라. 란이엄마는 칠순잔치를 펼치는데 같은 년배였던 준호아빠와 우리 엄마는 벌써 이십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기쁨이 넘치는 란이엄마의 얼굴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준호도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야속한 아버지가 생각나 더 앉아있지 못했으리라. 준호는 나를 보더니 어색한 웃음을 한번 짓고는 말도 없이 돌아서 가버렸다. 그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도 가슴을 눅잦히며* 준호가 간 반대방향으로 발걸

풋내기 사랑 / 최홍련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19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누가 세수시켜 놓았는지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높고 푸르다. 주는 대로 꼬박꼬박 먹다보니 어느새 벌써 반백 나이가 되였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찾지 못했던 추억속의 모교를 정말 오랜만에 찾았다. 연길시조양천1중이라는 간판을 보노라니 어느새 학교 때 추억이 해변가 파도처럼 철썩이며 밀려온다. 그게 몇 학년 때 일이였지? 아마도 고중1학년 후학기 문과반에 다닐 때 일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싣고 흐르는 세월 속에서 모든 것이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사춘기 때 짝사랑을 했던 일은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때 향화라는 녀자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맨날 하학종이 울리면 손에 손을 잡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백양나무사이를 누비였다. 소곤소곤 밀담을 하면서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는 누구냐? 내가 좋아하는 남자스타일은 누구다. 그러면서 쏙닥쏙닥이 끝이 없었다. 내가 반했던 남자애는 초중 때 못 보던 애였다. 고중에 올라가면서 다른 지방에서 우리 학교에 입학해 온 것이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쭉 빠진 롱다리, 우리 반뿐만 아니라 전교 녀자애들 환심을 사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왜 검실검실한 얼굴

눈썹 달 / 조순옥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 18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하늘을 때리는 요란스런 굉음과 함께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벌써 남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공항에서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애들이며 누가 볼세라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는 안해들이며 배웅나왔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흩어지며 서운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나는 두 발이 자석에라도 붙은 듯이 멍하니 서서 비행기가 날아간 하늘만 쳐다보았다. 텅 빈 사막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다. 타향에 가는 언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길 옆의 락엽이 쓸쓸히 나뒹굴고 을씨년스런 찬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을 마구 가린다. 같은 부모한테서 태어났어도 언니와 나는 색깔이 전혀 다르다. 언니는 조용조용한 성격에 배려심도 많다. 단아한 반달눈썹에 새물새물 웃는 눈, 동글납작한 작은 이마에 검고 윤기 나는 단발머리, 소녀 같은 맑은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매까지 누구 봐도 천상 여자였다. 우리 삼남매 중 언니와 나는 년년생이라 유난이 끔찍했다. 어릴 적부터 내가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녀서 언니친구도 다 내 친구로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친구얘기만 나오면 우리 둘은 신이 나서 밤 세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떤다. 엄마의 말씀을 따르면 나도 아주 착했다고 한다. 어릴 적

사이판아 잘 있거라, 박기란

석화 시인이 전하는 연변이야기17

[신한국문화신문=석화 시인]1999년 가을, 나는 사이판에서 귀국한지 며칠 만에 아들애의 손을 잡고 시장구경에 나섰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서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처음 들린 과일매장에는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주런하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키며 아들애한테 물었다. “뭘 먹을 거야?” 먹을 걸 사주면 좋아할 줄 알았던 아들애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몇 번 권했지만 아들애는 여전히 싫다고 했다. “그럼 놀이감을 살까?” 나는 놀이감 매장 앞에 가서 아들애보고 마음대로 고르라고 했다. 이번에도 아들애는 한사코 싫다고 하면서 집으로 가자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럼 다른 데로 가볼까?” “아무것도 안 살 거야. 놀이감이랑 먹을 거랑 사구 돈을 다 써버리믄 엄마가 또 사이판에 갈까봐 싫어.” 순간 나는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엇이 욱- 올리 밀었다. 엄마 없는 세월이 얼마나 싫었으면 이럴까?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1995년도 다 저물어가던 11월18일, 나는 세 살 난 아들애를 남편한테 맡기고 로무일군들의 행렬에 끼워 사이판으로 떠나갔다. 태평양을 날아넘어 사이판에 도착했을 때는 세 번째 날인 21일 새벽이었다. 행장을 풀고 한 두어 시간 눈을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