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금으로부터 109년 전인 1914년 오늘(1월 14일)은 철도 호남선이 개통된 날입니다. 그런데 이 호남선은 당연히 서울(상행선)로 가는 철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목포에서 출발한 호남선은 대전역이 마지막 역이었습니다. 곧 호남선은 서울로 가는 철로가 아니라 대전역에서 1905년 1월 1일 개통된 경부선과 만나 부산 방향(하행선)과 연결했을 뿐이었지요. 다시 말하면 호남선은 일제가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에서 나온 쌀을 철도와 군산ㆍ목포항을 이용해 수탈해 가기 위한 것입니다. 역시 일제가 우리나라에 철도 가설한 것은 전쟁을 위한 것과 원활한 식민 지배와 수탈을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18년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제20회 국무회의에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철도의 날이 기존의 9월 18일에서 6월 28일로 바뀌게 됩니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 시절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경인선 개통일(1899년 9월 18일)이 철도의 날’로 지정된 것을 우리나라 최초 철도국 창설일인 1894년 6월 28일로 변경하는 안이 의결된 것입니다. 기존의 철도의 날인 9월 1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전기 문신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쓴 《미암일기(眉巖日記)》 1575년 10월 29일 기록을 보면 다락방의 책을 중당(中堂, 집 가운데의 마루)으로 옮기는데 모두 3,500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암일기》에 여러 차례 걸쳐 책을 옮기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 3,500권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책 구하기가 쉬운 요즘에도 개인이 책 3,500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아 3,500권만 해도 엄청난 양이지요. 조선시대 책의 인쇄본은 중앙의 교서관(校書館)과 지방의 감영, 군ㆍ현 등에서 찍는 소량일 뿐입니다. 또 그것마저 교서관에서 찍은 것은 일부 진상하고, 일부는 중앙부처가 간직하게 하며, 그 나머지가 종친이나 높은 벼슬아치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교서관이나 지방관에게 부탁하여 별도로 후쇄본을 찍기도 하지만, 인쇄본을 얻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또 어떤 이는 중국에 서장관으로 가는 이에게 부탁하여 사 오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게 인쇄본을 구하기가 어려우니 책을 일일이 베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베끼는 것도 남에게 부탁해야 하므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흥선대원군(1820∼1898)의 관복에 달았던 ‘기린무늬 자수 흉배’가 있습니다. 가로 21.5㎝, 세로 21㎝ 크기의 이 기린흉배는 구름무늬 비단 바탕에 약간 검은 빛이 도는 청색 단에 금실과 은실로 수를 놓았지요. 기린은 봉황, 거북이, 용과 함께 영험한 동물을 상징해왔습니다. 기린은 인(仁)을 존중하고 의(儀)를 지키는 명철한 동물로 어진 덕의 세상에 출현한다고 합니다. 흉배는 조선시대 임금과 문무백관의 집무 중 입는 옷에 붙이는 것으로 품계에 따라 무늬를 달리하는데 자수의 섬세함과 다양한 무늬는 옷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단종실록》 12권, 단종 2년 12월 10일 치 기록에 따르면 흉배의 무늬를 대군(大君)은 기린(麒麟), 문관 1품은 공작(孔雀), 무관 1, 2품은 호표(虎豹, 범과 표범), 대사헌(大司憲)은 해태(선악을 판단하여 안다는 상상의 동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하응은 영조의 증손인 남연군의 아들로, 순조 20년(1820)에 태어났습니다. 헌종 9년(1843) 흥선군으로 봉해지고 철종 14년(1863) 임금이 죽자 그의 둘째 아들이 왕위에 올라 고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입니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는 말처럼 소한 추위는 예부터 대단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매서운 추위가 오면 땔감이나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견디기 참 어려웠지요. 그래서 동사(凍死) 곧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춥고 눈이 많이 와야만 그해 풍년이 들었다는 걸 생각하면 소한 추위라는 것은 꼭 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또 추위를 겪어야만 따뜻한 봄날의 고마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라고 추사는 자신의 그림 세한도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다행히 이번 소한은 추위가 누그러졌습니다. 겨울철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우리는 따뜻한 차와 신맛이 나는 과일을 권합니다. 한방에서는 ‘총백’이라고 부르는 ‘파뿌리’를 물에 넣고 끓여 마시면 땀을 내주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며, 항균 작용도 있어 감기 예방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전주박물관은 오는 2월 26일까지 특별전 “깨달은 수행자, 나한: 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을 열고 있습니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다해 수행하여 아무 괴로움도 없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던 불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열반(涅槃)에 드는 것을 미루고 중생 곁에 머물며, 불법(佛法)을 지키고 모든 사람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보살폈습니다. 원래 강원도 영월 창령사(蒼嶺寺) 터에서 2001년 오백나한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오백나한은 국립춘천박물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부산박물관에 이어 이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이곳 전주박물관은 영월 창령사(蒼嶺寺) 터 오백나한상과 함께 담양 서봉사(瑞峯寺) 터 나한상, 나주 불회사(佛會寺) 나한상,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강삼혜 학예연구관은 “이상하게도 오백나한상 앞에만 가면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발길이 오래 머무르곤 했다.”라고 말합니다. 나한은 바로 우리와 닮은 친근한 모습으로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며, 언제나 복을 내리고 신묘한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밝아온 2023년 계묘년은 검정 토끼의 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토끼라면 흰토끼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본디 이 땅에 살던 토끼는 멧토끼로 회색, 갈색 털을 가지고 있으며, 흰색 털의 토끼는 색소결핍증[Albino] 토끼이거나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입니다. 따라서 가끔 보이는 흰색 토끼가 옛사람들의 눈에는 퍽 신기했을 것이고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는 1천 년을 사는데 5백 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라고 기록했습니다. 흰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 넣은 것이지요.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45인 호랑이, 20인 거북이에 견줘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겨레는 토끼를 꾀 많은 동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슬기로운 백성의 대변자로 나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옛날이야기에서 작고 힘없는 토끼는 산중의 왕인 호랑이를 골려주는 영리한 동물로 나오기도 하지요. 우리 겨레는 그렇게 토끼가 장수의 상징이면서 슬기로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정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중기의 문신 유몽인(柳夢寅 : 1559~1623)이 임진왜란 뒤 민간에 설화와 야담을 모아 펴낸 책으로 《어우야담(於于野譚)》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논개(논개(論介, ?~1593))’는 진주의 관기로 제2차 진주성 전투 때 일본 장수를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순국한 것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립진주박물관에는 <논개 초상>으로 김은호가 그린 것과 윤여환이 그린 것 두 점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김은호의 <논개 초상>은 1955년에 그린 것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졌지요. 하지만, 김은호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일본 미인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여럿 그렸습니다. 특히 1939년에 그린 <춘향상>은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논개 초상>은 <춘향상>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김은호가 친일 여성단체인 애국금차회가 일본군사령부에 금비녀와 패물, 현금 등을 헌납하는 사건을 기념하는 〈금차봉납도〉를 그리는 등 친일행적으로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인물입니다. 또 이 초상의 문제점이 하나 더 있는데 16세기의 인물인 논개의 저고리를 기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22일 뉴스를 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바로 레귤레이션이다. 마켓에 대해서 정부는 어떻게 레귤레이션 할 거냐, 마켓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그 마켓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영어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 영어 사대주의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영어 사랑에 관한 기사는 전에도 자주 눈에 띄었지요. 지난 6월 11 오마이뉴스에는 “내셔널 파크'라고 하면 멋있다고? 윤석열의 영어 사대주의”, 6월 28일 치 경남도민일보에는 “'열등감 보상'에서 발현된 윤석열의 영어사랑”, 또 7월 22일 오마이뉴스엔 “윤석열 대통령의 지극한 '영어 사랑'... 이쯤되면 '사대주의’”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였습니다. 심지어는 디지털타임즈 12월 25일 치엔 “‘사람이 먼저다’ 정철, 윤 저격…‘산타할아버지, 여기 영어 하는 사람 제발 가져가시라’”라는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말에 쓰는 단어 대부분을 영어나 외국어로 대체하고 토씨만 우리말을 쓰는 문체를 ‘보그체’라고 하고, 그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18일 KBS ‘진품명품’ 프로그램에는 13세기에 빚은 영롱한 빛깔의 고려청자 향완이 출품되었습니다. 향완은 불교에서 공양할 때 쓰던 것으로 향로의 하나인데 우리가 흔히 보던 ‘청동은입사향완’과 달리 고려청자로 빚은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이 향완은 연꽃, 모란 그리고 구름과 같은 상서로운 무늬들로 가득했지요. 또한 상감, 역상감, 흑상감 등 고려청자 전성기 시절의 수준 높은 기술들로 새겨 놓아 이 의뢰품의 높은 값어치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여기서 ‘상감기법’은 고려청자에서 흔히 보던 기법으로 무늬를 새긴 뒤 무늬를 백토와 자토로 메워 무늬를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그런데 이 향완에서 보이는 ‘역상감기법’은 ‘상감기법’과는 반대로 무늬의 바깥 면을 파낸 뒤 백토를 넣어 무늬를 부각하는 것이지요. 이날 출연한 전문위원은 ‘역상감’으로 빚은 향완은 드물게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고려청자 향완은 추정가 2억 5천만 원이 되었습니다. 이날 출품된 고려청자 향완과 달리 1962년 국보로 지정된 ‘표충사청동은입사향완’은 청동에 ‘은입사’ 수법으로 무늬를 새긴 것입니다. ‘은입사’는 금속그릇의 표면에 무늬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