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노정용 기자] 어떤 시골에서의 일이다. 삼대가 한집안에 사는데, 자작도 좀 있고 남의 논도 좀 부치고 지내건만 언제나 살림이 옹색하여 어른들 이마에 내천(川)자가 가실 날이 없다. 노상 찡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어느 날 밤 역시 살림 어려운 걱정들을 하고 있으려니까, 열 살 남짓한 손자 놈이 엉뚱한 소리를 한다. 『우리 집엔 어른이 없어서 이 모양이여!』 듣다 못해 아비가 나무란다. 『이놈아! 할아버지가 계신데 그따위 소리를 해?』 『할아버진 어른자격 없어!』 『임마, 아비가 있는데 그러냐?』 이번엔 할아버지가 탓한다. 『아버지도 어른 자격 없어유』 『그럼 누가 어른 자격이 있니?』 『나나 할만 할까요. 다른 사람은 못할 거예요』 『그럼 네가 어른노릇 하렴』 『흥, 그렇게 밥알을 물고 새 새끼 부르듯 해서 어른 노릇이 되나요? 제대로 시켜야지』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시키는 거냐?』 『도대체 어른이라는 것은 말발이 서야 하는 건데, 온 집안의 식구며 동네가 다 그렇게 알아야 할 거니까, 사당고유(가정이나 나라에서 큰일이 생겼을 때 사당이나 신명에게 고하는 것)를 하고 제대로 절차를 밟으세유』 그리하여 할아버지가 책력을 펴고 길일을 가리어 사당을
[그린경제=강종성 이야기꾼]나는 어려서 과히 똘똘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잠이 많아, 저녁만 먹으면 세상 모르고 곯아 떨어져 자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다만 한 가지 옛날이야기를 좋아하여 얘기판 만 벌어지면 밤을 홀딱 밝히어도 졸릴 줄을 몰랐다. 그래 하도 얘기를 즐기니까, 우리 어머니께서 이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어찌나 얘기를 즐기는지, 누가 옛날얘기만 하면 들어앉아서 극성맞게 베끼는 것이었다. 그래 이렇게 해서 베끼면, 안방 뒷문 밖에다 뒤웅박을 달아두고 차곡차곡 모으는 것인데, 그렇게 모은 것이 세 뒤웅박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 소년이 자라서 이제는 장가를 들게 되었다. 산 넘고 산 넘어 마을의 이쁜 색시에게 혼인을 정해 놓고 날짜까지 받아 그 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들일이 바빠 아버지 어머니도 들판에 나가시고, 신랑은 글방에 가고, 하인들도 모두 논밭에 나가 집안엔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그런데 마침 이 집 머슴하나가 연장을 가지러 집에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안은 대낮이건만 밤중같이 고요하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린다. (이상도 하다. 번연히 아무도 없을 텐데.) 머슴은 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