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녀들이 바닷가로 달려가 바다에 좁쌀을 뿌렸어. 칠머리 바다 밭에 풍년을 비는 거야. “영등할마님, 전복씨, 소라씨, 미역씨 드렴수다. 가시는 길에 씨 뿌려 줭 바글바글 나게 해 줍서.” 영이도 작은 손을 모아 엄마처럼 빌었어. “영등할마님, 씨 많이 뿌려 주세요!” 바닷가 사람들에게 행운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거센 풍랑이 이는 제주에서는 더욱 그랬다. 제주는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 유난히 발달한 곳이다. 비바람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 조금이라도 무탈한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 강난숙이 쓴 이 책, 《칠머리당 영등굿》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영등굿을 따뜻한 그림과 동화로 보여준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 칠머리당 영등굿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주 해녀들은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비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잔치를 여는데, 이 잔치를 ‘영등굿’이라고 한다. 음력 2월 1일에 제주로 들어와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2월 15일에 떠난다. 짧게 다녀가는 신이지만, 제주 사람들은 영등신을 ‘영등할마님’이라 부르며 각별하게 여겼다. 특히 해녀들에게 영등신은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비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우리는 지금, 다양한 미디어 속 수많은 목소리들이 불타오르는 이른바 플레이밍 사회를 살고있다. '플레이밍(flaming, 炎上) 현상'이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도넘은 비방'의 의미로 2000년대 초 등장한 단어이다. 이후 소셜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확대되었고 오늘날에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6개의 장을 통해 플레이밍이 발생하는 사회적 구조와 사례를 분석하고,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논리와 모순 등을 살펴본다. 일본인 저자가 제시하는 일부 사례와 정치적 배경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한 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대한 격렬한 반응이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플레이밍 현상은 여느 나라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특히, 해시태그를 통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플레이밍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발생한 사건 자체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객관적 거리를 두고 이러한 사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플레이밍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그동안 다양한 미디어 속 화염에 휩쓸리기 바빴지만, 앞으로는 주체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십이월(음력)은 늦겨울이라 소한ㆍ대한 절기로다 눈 덮인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온갖 색깔 들여내니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농가월령가 (음력 12월, 양력 1월)> 오늘은 24절기의 마지막 날 대한(大寒)이다. 이름으로 보아서는 가장 추운 날이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추울 때가 많다. 그러나 아직 이 무렵은 한겨울인지라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사람들은 끼니 걱정이 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세끼 밥을 두 끼로 줄였다. 겨울철엔 나무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힘든 농사일은 없어서 세끼 밥 먹기가 죄스러워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는 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아직 남아있는 양식을 아껴서 돌아오는 보릿고개를 잘 넘기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박 진사는 집에 붙일 이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박 진사는 고려시대 마지막 충신이었던 조상님 박문수 할아버지를 모신 사당에 다녀왔단다. 박진사는 사당에 걸려 있는 시를 읊조리다가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옳지! 우리 집 이름을 박문수 할아버지께서 쓰신 이 시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어야겠다. 꿈과 마음을 담은 집, 몽심재로다!” 호랑이 머리를 닮아 호두산으로 불린 산,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죽산 박씨 문중에 박동식이라는 큰 부자가 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박 진사라고 불렀다. 박 진사가 꿈과 마음을 담아 오래도록 살 집을 지으니, 그것이 남원에 있는 ‘몽심재’다. 몽심재는 조선 후기에 지어져 지금도 전라북도 대표 양반집으로 남아있다. 알면 알수록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스며있고,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기로 이름나 영호남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김양오가 쓴 책,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는 몽심재의 구석구석을 따뜻한 색연필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글쓴이 김양오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동 문학과 글쓰기를 공부하고 25년 만에 역사 동화 작가의 길에 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미디어에 넘쳐나는 건강 프로그램과 보조 식품 광고를 보면 솔깃하다가도 정작 나에게 효과가 있는지 의심되기도 한다. 마음먹고 시작했다가 작심삼일이 되는 것도 예삿일이다. 이럴 때 재활 의학 전문의와 상담한다고 생각하고 『운동의 진실과 기쁨』을 펼쳐보면 어떨까? 저자의 처방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전문 운동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운동들이 어떻게 몸을 건강하게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과학적인 측면에서 논리 있게 풀어 놓은 책이다. 걷기, 스트레칭, 호흡, 그리고 근력운동의 세부적인 방법과 목표를 명료하게 밝히고 이러한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손쉬운 접근법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 또한 재활의학이 생활 속 의학으로 스며들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재활의학은 질병의 예방과 만성통증이나 성인병 극복에도 유용하기에 평생 건강한 몸을 누릴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나태한 정신과 근육은 병들기 쉽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향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인 기본 운동으로 나를 단련해보자. 행복한 삶이 마지막 그날까지 영위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등학교 동기 김종채의 책 《민주화에서 통일까지》를 읽었습니다. 제가 고교 동기들이 쓴 책 가운데 학술서적 또는 전문서적이 아닌 대중용 책들은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이번 책은 특별합니다. 이번 책은 종채의 유고집입니다. 이 말은 책을 쓴 김종채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겠지요? 예! 맞습니다. 종채는 2022년 5월 14일 서울대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 선후배들과 같이 남산을 오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같은 해 9. 13. 사망하였습니다. 이 책은 종채를 아끼는 친구, 선후배들이 종채의 유고를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단순히 종채의 글만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지막 4부에는 종채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글도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유고집이다 보니 학술논문이나 수필 등을 가리지 않고 종채의 글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유고집 발간에 핵심 역할을 한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의 박순성은 서문에서 펴내는 취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한국 사회의 문제로부터 환경과 평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까지 고민하면서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던 그의 삶은 쉼 없는 학문적 정진과 실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 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일주일 뒤면 24절기의 마지막 ‘대한(大寒)’으로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다온북스가 《당신의 무너져 가는 자존감, 상담해 드립니다》를 펴냈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에 '상담'이라는 예술이 더해져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있다. '상담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많은 이가 상담실 문턱을 넘어 자신과 마주하기 시작한다. 상담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상담의 효과를 짐작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담자가 돼보지 않은 상담자는 내담자의 심정을 알 수 없다. 셋째 딸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상담사가 된 저자는 여러 차례의 암 수술과 이혼이라는 죽음과 같은 고통 속에 살았다. '상담해 드립니다'는 죽음 앞에서 상담사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20년 차의 현직 상담사인 저자가 자신처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느티나무 그늘이 되어주는 게 상담자라고 말한다. 홀로 앓기만 했던 자신의 과거는 물론, 상담사가 되기까지의 성장기, 그리고 지난 20년간 상담한 내담자들의 상담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저자는 '상담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라고 말하며 상담실 찾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아마 인생 지도자[Leader]의 정의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지도자다.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 특히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임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결정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면? 결정의 무게는 무거울 것이고, 수시로 두려울 것이다. 역사 속 그들도 그랬다. 앞서 그들이 내렸던 결정, 고뇌, 번민을 분석한 이 책, 《인생 리더》의 지은이 강관수는 역사 인문 리더십 강의 때 자주 소개하는 지도자의 조건과 요소를 열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1장 ‘역사가 들려주는 리더의 조건’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고대역사와 배경지식을 담았다. 2장부터 18장까지는 지도력의 유형을 성군, 애민, 혁신, 전략, 조직관리, 참여지향, 포용, 인내, 보필 등으로 나누어 공자, 세종, 영조, 정조,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사례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역량을 보여준다. 예시로 분석한 인물들은 모두 한국 역사나 중국ㆍ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천재적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쓸까? 특히, 한국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독창적인 상상력의 원천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이 책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열등생 취급을 받았던 어릴 적 시절,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써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곤 했다는 고백이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무심코 읽었던 책의 한 구절, 살아가며 만난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 감정 등. 작가는 사소한 경험들마저 놓치지 않고 글쓰기의 자양분으로 녹여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작가의 글쓰기 루틴이다.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 감각을 위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썼으며 완성된 창작물도 다시 마음에 들 때까지 N번에 거쳐 고쳐 쓰곤 했는데, 이러한 습관은 그가 성공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천재 작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새해를 맞이하여 무언가 도전을 희망하고 있지만 주저하거나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면 이 책을 통해 베르베르씨의 글쓰기 비법을 엿보며 열정과 의지를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