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운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운은 그저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운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그저 나쁜 일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운을 만드는 집》의 지은이 신기율은 그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명(命)’은 고정불변의 것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은 자신의 의지로 길흉을 바꿀 수 있는 ‘운(運)’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돈ㆍ건강ㆍ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좋은 공간에 사는 것은 재운과 건강,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공간이 가진 특별한 치유의 힘과 가능성, 에너지를 알고 다스릴 수 있다면 이는 공간이 좋은 운수가 열리는 지름길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400년을 이어온 최부잣집의 남다른 스페이스로지’다. ‘재불백년(財不百年)’, 곧 ‘100년 가는 재산이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산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에, 무려 400년 동안 부를 이어간 최부잣집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간 설계’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최씨 집안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박 교수와 점심 내기를 하고 나서 며칠 뒤에 김 교수의 가정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김 교수는 고3 아들이 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딸이 하나 있다. 김 교수의 자녀 교육 방침은 자유방임에 가까웠다. 공부란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부모가 시킨다고, 과외 선생을 붙여준다고, 안 하는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3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10등 이내의 상위권에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학급 석차가 10~20 등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정도의 실력이었다. 담임선생님 말로는 이러한 성적권의 학생들을 진학 지도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조금만 잘하면 이른바 서울대학(요즘에는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이면 다 서울대학이라고 부른다)에 보낼 수 있겠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다. 어느 가정이나 사정은 비슷하리라. 교육과 관련한, 남편은 대개 방임형이고 아내는 극성형이다. 대학까지 나온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가 대학에 못 가면 자기가 창피를 당하는 줄로 안다. 자기가 모자라서 자녀가 공부를 못하고 대학에 못 가는 줄로 잘못 아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는 꼭 대학에 보내야만 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예수는 예루살렘 성에 들어가기 전에 나병환자 시몬의 집을 찾는다. 이때 한 여인이 들어와 예수의 발에 기름을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주는 최고의 경배를 올린다. 제자들은 비싼 기름을 허투루 쓴다고 비난하지만, 예수는 이를 받아들이고 그 여인의 죄를 사하여 준다. 다음날 예수가 나귀를 나고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라고 외쳤다. 그 주 목요일 저녁에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 금요일에 공회와 총독 앞에서 재판받고,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맞이한다(성-聖 금요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흘 후인 일요일에 예수는 부활한다. 이렇게 부활까지의 일주일은 예수가 가장 큰 수난을 입고 고통을 당한 기간이기에 기독교 교회에서는 이 기간을 고난주간. 혹은 수난주간(영어로는 Passion Week)이라고 한다. 해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올해는 이번 주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고난주간이고 이번 일요일은 부활절이 된다. 오늘 아침 예수의 고난주간을 맞아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한다. 이 주간은 33년 동안 예수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으로, 예수는 자기 말과 가르침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학자] (1) 「땅끝」 한국춤 현실에 대한 이애주의 비판의식을 잘 드러낸 시대적 창작춤 「땅끝」, 「나눔굿」, 「도라지꽃」은 당시 춤계가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갈망의 몸부림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1974년,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 제1회 이애주 전통 춤판과 창작춤 「땅끝」이었다. 낮 3시 30분과 밤 7시 30분 등 모두 이틀 동안의 4회 공연은 국립국악원 악사 반주 음악과 함께 이애주 스승 한영숙을 비롯한 동료 정재만, 채희완 및 대학 탈꾼 그리고 무용 전공 학생들이 함께한 성대한 춤판이었다. 1부 전통춤은 <이애주의 춘앵전, 이애주ㆍ정재만의 학무, 한영숙의 살풀이, 채희완 외 7인의 봉산탈춤의 뭇동중, 이애주의 미얄춤, 김민기, 장민철, 이애주, 유갑수, 김석만 등의 불교의식춤 그리고 이애주의 「승무」> 공연이었고, 2부 창작춤은 「땅끝」으로 막을 올렸다. 20대 중반을 갓 넘긴 이애주가 춤판에서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그 내용을 1974년 이애주 춤판 팜플렛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오늘, 이 땅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춤을 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천리포수목원은 계절마다 풍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이 바로 천리포다. 놀랍게도 이 천리포수목원을 가꾸어 낸 이는 우리나라 귀화 1호 미국인, 민병갈이다. 이 책 《민병갈,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의 지은이 정영애는 우연히 천리포수목원을 갔다가 민병갈 원장의 삶에 매료되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머릿속에 천리포수목원과 민병갈 원장이 떠나질 않아 결국 수목원에 전화를 걸었다. 민병갈 원장님의 전기를 쓰고 싶다고 하자 천리포수목원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면서 여러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천리포수목원과 그곳을 가꾼 한 사람에게 반한 지은이의 열정이 빚어낸 책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천리포수목원으로 차를 몰았다. 모두 다섯 번을 찾아갔고, 그때마다 민병갈 원장이 반겨주는 듯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 머나먼 한국 땅에 이토록 아름다운 수목원을 가꿔낸 주인공, 민병갈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어떻게 천리포수목원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민병갈 원장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인간은 35억 년 전 발생한 생명체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인연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며 개개인의 출생은 출생자의 의지와 무관한 기운들이 총체적으로 집적된 엄청난 사건이다. 출생 전에 주어진 국적, 가문, 부모의 성품이나 능력, 빈부 그리고 출생자의 타고난 성별, 신체의 강약, 유전병, 어짊과 어리석음, 재능, 인성 등 출생 전(=선천세)에 주어진 인자들이 출생 뒤(=후천세)에 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명리학은 이러한 요인들이 행사하는 에너지를 운명이라고 정의하고 운명을 출생 이후에 인간이 감당하게 되는 인생사 뭇 에너지인 길흉화복의 주요한 근원이라고 관념하였다. 이러한 관념을 근거로 “타고난 운명은 출생시점(=년월일시)의 천기에 의해 인생사 뭇 길흉화복의 에너지로 예정되며 이 에너지를 사주의 간지로 확인하고 감정하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라고 정의(定義)하였으니 이는 명리학의 중요한 공리(자명한 진리로 인정되어 다른 명제의 전제가 되는 원리)가 되었다. ◀ 운명은 선천의 존재이고 살면서 겪게 되는 길흉화복은 후천의 존재이니 둘 사이에 옮기고 바뀌는 것은 출생 시점에서 일어날 것이며 인간을 소우주라 하였으니 이 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대화는 말 끌어내는 반김이 필요하다 힘든 것 알아주는 잘했다 고생했다 그 말로 평가하지 말고 놀라면서 반응하자 대단해, 너 최고다! 감탄하고 칭찬하자 힘들지? 그게 뭘까 생각의 문 열어주자 말에도 마중물이 있다 친밀감의 맞장구 속초 아바이마을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김기옥 시인의 시조집 《귀얄무늬 터치》를 받았습니다. 위 시는 《귀얄무늬 터치》에 나오는 김 시인의 시 <칭찬의 말>입니다. 공감합니다. 제가 특히 이런데 약하기에 더욱더 공감합니다. ‘잘했다’, ‘고생했다’, ‘대단해, 너 최고다!’, ‘힘들지? 그게 뭘까’ 이런 말 하는 것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기 힘든 걸까요? 제가 이런 말을 잘하지 못하기에 아내에게 점수를 따지 못합니다. 김 시인의 말마따나 말에도 마중물이 있는 것인데... 녭! 앞으로 더욱더 명심하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 약력을 보니 김기옥 시인은 1996년에 계간 《현대시조》에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였네요. 그리고 이번 《귀얄무늬 터치》 시집까지 5권의 시집을 내셨고, 제15회 강원여성문학대상, 제1회 강릉문학작가상, 제26회 현대시조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는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돌면서 가을이 깊어 갔다. 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되면 여자들은 생기가 나고 멋도 부리고 싶고 노출되는 옷으로 치장을 하고 싶어진다. 여자들은 봄에 괜히 들뜬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속된 말로 하면 여자는 봄에 물이 오른다. 여자가 바람나기 쉬운 계절이다.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괜히 울적해지고 감상에 젖는다. 낙엽 떨어지는 돌담길을 걷고 싶어진다. 어디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인생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념에 사로잡힌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고서 어떤 남자는 우울증에 빠진다. 어떤 남자는 시를 쓰기도 한다.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날,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떤 남자는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깨달음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어려운 말로 표현한다. 여기서 행이라는 말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보이는 사물, 느끼는 감정, 관념적인 개념 등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행이라고 말한다. 제행무상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뜻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생명의 위대함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암석투성이인 큰 바위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경외감이 들기도 하지요. 조선시대 김시습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 "바위 위에 솟은 소나무, 푸른 잎은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바위 깊숙이 박혀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바위 위에 자란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비, 바닷물에 맞서 살아가니까요. 검붉은 바위 색과 더불어 푸른 잎으로 주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수월재(水月齋) 김현룡 선생님도 이런 시를 남기지요. 불긍동부토(不肯同腐土) 썩은 흙과 함께함을 즐기지 않아 찬암탁근심(鑽巖巖根深) 바위를 뚫고 뿌리 깊이 박았네. 직립간소간(直立干霄幹) 곧게 솟아 하늘을 찌르는 줄기 부근감상침(斧斤敢相侵) 도끼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네. 흙이나 수분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실로 생명의 경이로움, 신비로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 봄이 오면 누구나 콧속으로, 입속으로 불러보는 이 노래는 홍난파 선생(1898-1941)이 1932년 작곡해 1933년에 발표했으니 90살이 넘었다. 가사는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1903~1982)의 시조다. 시조를 노랫말로 만들어 올린 첫 작품이라는데, 봄처녀가 새로 단장하고 오는 모습이 여실히 묘사되어 있다. 노랫말, 아니 원 시조는 한국적이면서도 토속의 맛이 은근히 나온다. 멜로디는 부드럽고 선율은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뒷맛을 준다고 한다. 동요 같으면서도 동요가 아닌 훌륭한 가곡이다. 이 노래는 '가곡'이란 음악형식이 새로 태어난 근대 초창기의 노래다. 원래 '가곡(歌曲)'은 조선시대 상류층들이 시조에 관현악 반주를 붙여 즐기는 고차원의 성악곡이다. 그런데 1919년 일본 유학을 떠난 홍난파가 일본에서 당시 양악을 배우면서 그때까지의 우리 음악을 되돌아보고 이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찾아낸 것이 이 '가곡'이다. 나는 덮어놓고 서양음악만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