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티벳 라싸 최우성 기자]
감단사(간댄사원, 甘丹寺)는 중국 티벳 자치구의 라싸시(市)로부터 4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겔룩파(Gelukpa) 3대 사원 중 한 곳이다. 4일 찾은 감단사는 해발 4200미터 고산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라싸서부터 시작된 고산병이 완전히 가시기 전이라 내심 걱정스러워 전날 김치와 고추장을 단단히 먹어둔 덕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벼웠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감단사 가는 산길은 포장도로가 생겨 편하게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지만 도로가 생기기 이전,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수행일 듯싶었다.
한국의 어지간한 절은 거의 다 가봤지만 티벳의 절들은 절벽과도 같은 고산지대에 지어놓아서 그런지 한국의 절과는 그 외형부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공해로부터 아직 안전한 고산의 청정한 공기와 푸른 하늘,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태양빛에 반사된 짙은 밤색 지붕과 흰색 벽으로 칠해진 사원 모습은 한폭의 그림 같기만 하다.
감단사는 겔룩파의 창시자 총카파(宗喀巴) 스님이 명나라 초기 1409년에 건립한 겔룩파의 첫 사원이다. 겔룩파 3대 사원이라하면 곧 감단사(간덴사원, 甘丹寺), 색랍사(세라사원, 色拉寺), 드레퐁(드레퐁사원, 哲蚌寺)을 말하며 이 가운데 감단사는 라싸에서 가장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참배자나 관광객이 다른 사원에 견주어 적지만 그러나 이곳은 달라이라마, 팟첸라마에 이어 간덴딧파가 주석하던 티벳불교의 중요한 사원이다.
이 사원에는 역대 간덴트리의 유해를 안치한 영탑 90여 개가 있고, 명나라 이후 많은 소중한 문물과 공예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감단사는 창건 이후 수백 년을 이어오면서 큰규모의 웅장한 가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으며 전성기에는 넓이가 15만 제곱미터(5만여평)에 학승만도 3,3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대혁명시기에 많이 파괴되었다.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티벳불교 겔룩파(Gelukpa)는 티벳 불교 4대파 중에서도 가장 늦은 시기인 14세기 말 무렵에 형성되었으며 다른 종파에 견주어 상당히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경향이 강하다. 겔룩파의 등장은 14세기의 티벳 불교가 매우 세속화되고 도덕적인 타락을 보임에 따라 총카파((宗喀巴,1357~1419) 스님의 개혁운동에서 비롯된다.
총카파 스님은 당시 밀교의 극단적인 퇴폐적 측면을 개혁하고 승가에 엄격한 계율준수를 요구했다. 스님은 밀교와 전통적인 대승과 소승을 균형 있게 취하도록 했다. 총카파 스님에 의해 생긴 겔륵파는 그뒤 티벳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특히 그의 조카이자 겔륵파의 제3대 지도자인 게뒨 둡파(1391~1475)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간주되었으며 첫번째 달라이 라마('큰 라마'라는 뜻)가 되었다.
수백미터에 달하는 굽은 산길을 올라 역사적인 감단사원을 둘러보며 티벳인들의 불교신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원 안에는 수많은 방이 있으며 방안에는 탱화와 다양한 모습의 불보살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사원 안에 모셔진 불상 등에 대해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쉬움이 컸다.
거대한 사원을 둘러 보고 내려 오는 길 모퉁이 계단에서 관광객의 보시를 기다리는 나이든 노인의 깊이 패인 주름진 얼굴을 바라다보자니 문득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