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라고 하네만. 자네도 성명을 알려줘야지 공평하지 않겠나?”
“공평한 것은 집안에 난장을 이루고 있으니 그만 틀렸소이다. 하지만 내 이름은 기억해 두시는 것이 좋겠소이다. 유진이라 하오.”
“유진이라? 기억하기 어렵지는 않네만 이유를 물어도 좋겠나?”
유진은 매우 담담한 얼굴이었다.
“우리 집안을 온통 뒤흔들었으니 내 이름으로 한번쯤은 강지평에게 교훈을 내려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강두명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하였다.
“어린 도령이 고약하구나.”
“고약한 짓을 누가 먼저 벌렸소이까?”
강두명은 방자한 태도로 위협을 가하였다.
“감찰기관의 임무를 방해 한다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유진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버님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응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기 바라오. 그것은 때로 국법보다도 두려운 방문이 될 것입니다. 아주 은밀하게.”
은밀한 두려움이란 어떤 것인가. 강두명의 뇌리에 명나라 사신 병부주사 사헌의 실종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서애 유성룡의 저택에 그의 종적은 없었다. 혹여 사헌은 이미 사망에 이른 것은 아닌지. 서야 유성룡에게 장형을 가한 죄목으로 그는 침묵의 사형을 당하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의금부 나졸 한 명이 달려왔다.
“나리, 영상 대감의 사랑채 앞에서 혈흔이 발견 되었습니다.”
“그래?”
“부러진 이빨 4 대도 발견 되었습니다. 바로 그 장소에서요.”
강두명은 야멸찬 시선으로 유진을 훑어본 후 즉각 사랑채로 방향을 틀었다. 유진은 추호의 동요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긴장을 감추고 있었으나 그들이 떠나가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김충선이란 이름을 들먹이고 있었다.
* * *
김충선은 도약과 동시에 수중의 칼을 비스듬히 날렸다.
“억.”
수색병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탄력을 이용해서 김충선은 각기 창을 꼬나 쥐고 있는 네 놈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갑자기 기습을 당했으나 그들의 대응도 민첩했다.
“여기 숨어 있었구나!”
“적이다!”
그들의 고함 소리 보다도 김충선의 몸이 훨씬 민첩했다. 그는 적들의 찔러대는 창을 칼등으로 쳐올리면서 미끄러지듯이 적들의 하체를 파고들었다. 김충선의 칼질은 요란하지 않았다. 단순했지만 빈틈을 여지없이 찌르고 만다. 두 명의 복부와 넓적다리를 찌르면서 몸을 앞으로 굴렸다. 비명이 토해지면 수색병 2명이 자빠졌다.
핑---
다른 한 명은 준사가 바위틈에서 격발한 화살에 목 줄기가 관통되어 피를 쏟아내면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