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들린 듯 한글 붓글씨를 쓴 '다나카 유운' 전 열려

2022.06.26 11:47:11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인 서예가, 인천관동갤러리서 7월 24일까지 <구름의 길, 바람의 길> 전시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포운장(抱雲莊)은 서예가 다나카 유운(田中佑雲, 1957-2018) 씨가 일본 도치기현 도치기시에 있는 자택에 마련한 작은 서예교실 이름이다. 마흔여덟에 시작한 한글 공부 이후 그는 예순한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3년 동안을 신들린 듯 ‘한글 서예 작품’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예순둘의 나이를 코앞에 둔 12월 13일(2018년), 구름을 감싸 안은 집 ‘포운장(抱雲莊)’에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한글을 사랑하고(한글 서예), 한국인을 사랑하고(윤동주 시인 등), 한국을 사랑(인생 말년을 한국으로 이주해 살기를 꿈꿨던) 일본인 서예가 고 다나카 유운 씨의 4주기를 맞아 어제(25일) 낮 3시,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에서는 <구름의 길, 바람의 길 –윤동주를 사랑한 서예가 다나카 유운 작품전> 전시회 개막식 겸 조촐한 추모회가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한글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운명이라고 해야 좋을 이 한 편의 시와의 만남은 이후 나의 붓글씨 세계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다나카 유운 씨는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이날 개막식은 모두 3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는 이은정 작가의 사회로 서예가 다나카 유운의 생애와 예술 사회를 소개했고, 2부는 심원섭 교수의 사회로 다나카 유운이 사랑했던 시를 직접 시인들이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3부에서는 다나카 유운을 추모하는 4편의 영상편지가 상영되었다.

 

 

개막식 인사에서 김우종(창작산맥 대표, 전 덕성여대) 교수는 “다나카 유운 작가의 예술 세계는 일반 서예가들과 달리 보아야 한다. 그의 심연 속에는 일본이 침략전쟁의 가해자라는 의식이 짙게 깔려있으며 그런 그의 죄의식은 반성과 참회의 모습으로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그는 일본이 일으킨 세계 2차대전 등 전쟁으로 얼룩졌던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고 그 바탕 위에 사랑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 강한 의지를 서예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으며 그 중심에 윤동주 시인을 둔 존경스러운 작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인석 (전 성균관대 교수, 윤동주 시인의 조카) 교수는 “다나카 유운 선생은 조용히 그러나 기어코 돌담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처럼, 길섶의 작은 민들레 홀씨가 온 세상에 번져 나가듯 그렇게 청아한 모습으로 작품에 몰두한 삶을 살다간 작가라고 생각된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한글 서예로 남긴 선생을 생전에 뵙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다나카 유운 선생의 작품전을 통해 얼어붙었던 한·일 사이 우호를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가 끝난다면 그가 작품 활동을 했던 도치기시의 포운장(抱雲莊)과 그의 무덤에도 찾아가 헌화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다나카 유운 씨의 삼십년지기인 이데이 히로시(일본 사노시민문화진흥사업단 사무국장) 씨는 영상 인사를 통해 “다나카 유운 씨는 윤동주 시인을 알고부터 급속히 한국에 대한 동경을 품은 것 같다. 그는 말년에 한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싶다고 종종 나에게 고백했다. 한번은 자신의 구순 노모에게 이러한 꿈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노모께서 자신을 두고 '한국행을 선택하면 죽어버리겠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노모가 97살로 숨지기까지 극진히 모셨다. 그러나 노모 사후에 그토록 그리던 한국 이주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그의 영혼은 지금쯤 한국과 일본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다나카 유운 씨의 작품전을 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야나기하라 야스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 대표) 씨는 영상편지에서 “한국분들께서 다나카 유운 작품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날뻔했다. 개막식에 직접 참석은 못하지만 설레이는 마음으로 축하드린다. 성공적인 전시회가 되길 빈다.”라고 했으며, 마츠오카 미도리(배우) 씨는 “다나카 유운 씨가 얼마나 기뻐하고 계실지... 한국의 전시회 소식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유시경(오사카 가와구치 성공회 신부), 니노미야 사토시(배우) 등도 영상편지를 통해 이날 다나카 유운 작품전 개막식을 축하해 주었다.

 

 

 

이어 2부에서는 다나카 유운 씨가 평소 사랑하던 시를 일본인(영상 낭독)과 한국인 시인들의 육성으로 듣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육사의 ‘교목’(한기만), 이육사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허선주), 이바라기 노리코의 ‘새겨보기’(민아리), 이시무레 미치코 ‘하이쿠 2구(句)(심원섭), 송몽규의 ‘하늘과 더불어’(허봉희), 이추림의 ‘바람처럼’(이윤옥), 윤동주의 ‘서시’(한의진) 등의 낭독을 들으며 다나카 유운 씨의 한국 사랑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구름의 길, 바람의 길 –윤동주를 사랑한 서예가 다나카 유운 작품전> 전시회 개막식 겸 추모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기자는 4년 전 도쿄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다나카 유운 씨와의 인연이 행사 내내 뇌리에서 맴돌았다.

 

 

 

2018년 2월 17일, 그날은 도쿄 릿쿄대학 예배당에서 윤동주 시인 추모회가 열리던 날로 기자는 시낭송 초대를 받아 무대에 섰던 적이 있다. 추모회를 마치고 난 뒤 예배당 복도에서 다소 여윈 듯한 모습의 한 남자가 기자에게 다가와 명함을 내미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뜸 “안녕하세요? 저는 다나카 유운이라고 합니다.”라며 또렸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명함에는 ‘서가(書家), 타나카 유우운’이라고 한글로 새겨진 이름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나카 유운 씨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몰랐다. 그해(2018년) 12월 13일, 다나카 유운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명함집에서 그가 남긴 명함을 찾아들고  오랫동안 상념에 젖었다.

 

 

“러일전쟁으로부터 100년. 동아시아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나는 사죄의 말을 조선 사람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당돌하고 조금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진심이다. 1965년 조약으로 나라 사이 청산이 끝났다? 과연 그러한가. 아니다. 옛 종군위안부분들의 고통스런 외침을 들어볼 것도 없이 국가를 형성하는 개인은 여전히 과거를 지닌 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다나카 유운이 쓴 ‘2005년 8월, 이웃나라를 생각한다’ 글 가운데서-

 

그는 첫 개인전의 제목을 “고통을 함께하는 지평[共苦の地平]”으로 했다. 이 정신은 그가 숨지기 전까지 놓지 않던 그의 세계관이었으며 철학이었다. 앞으로 이러한 그의 정신이 한·일 사이에, 아니 온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길 간절히 빌어본다.

 

 

 

[전시 안내]

때 : 2022년 6월 24일(금)∼7월 24일(일)

곳 : 인천관동갤러리(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

개관 : 매주 금, 토,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

연락처 : 032-766-8660

gwandong14@gmail.com

 

[병행 행사 안내]

*7월2일(토) 15시~17시

다큐멘터리 영화『타카하라(高原)』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일본 유학 시대의 윤동주 시」

손장희 감독+고재봉(인하대 강사)

*7월9일(토) 15시~17시

다큐멘터리 영화 『타카하라(高原)』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윤동주와 송몽규가 걸었던 교토 거리」

손장희 감독+류명수(UN평화대 대학원생)

*7월16일(토) 15시~17시 : 특별 강연

「다나카 유운이 사랑한 일본 시인들과 사상가들」 도다 이쿠코(작가)

「윤동주가 읽었던 한∙일 시인들」 심원섭(전 독쿄(獨協)대 교수)

*7월23일(토) 15시~17시

다큐멘터리 영화 『타카하라(高原)』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윤동주와 송몽규가 걸었던 교토 거리」 손장희 감독+류명수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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