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년 윤동주 시인 기일 추모하는 일본인들

2023.02.18 11:56:55

맛있는 일본이야기 < 678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제 16일(목)은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에 유학 중이던 조선 청년 윤동주가 숨을 거둔 날이다. 일제는 스물일곱 꽃다운 청년 윤동주가 조선어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잡아가 후쿠오카 형무소에 가두고 끝내는 목숨마저 앗아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차디찬 형무소에서 원인 모를 주사를 맞고 숨을 거뒀다.

 

윤동주 순국 78년을 맞이하여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에서는 도시샤대학을 비롯하여 하숙집이 있던 타카하라(지금은 하숙집이 헐리고 그 자리에 교토예술대학이 들어섬) 교토예술대학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삶을 추모하는 열기가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제(16일, 목) 아침 10시, 교토예술대학 윤동주 시인 유혼비(留魂之碑) 앞에서는 교토예술대학 교직원ㆍ학생 및 외부 초청인들이 모여 헌화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추모식은 우에노 준(上野潤) 교수의 추모 인사에 이어 1부 헌화식이 있었고, 2부에는 윤동주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의 시간을 가졌다.

 

우에노 준 교수는 추모식 인사말에서 “교토예술대학에 윤동주 시인의 유혼비(留魂之碑)를 세우는 데 앞장섰던 나카오 히로시 교수께서 지난 1월 1일 세상을 뜨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윤동주 시인을 알리는 데 앞장섰던 나카오 히로시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앞으로도 본 대학에서는 <윤동주 추모 헌화식>에 본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람이 윤동주 시인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윤동주 추모 헌화식>에는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임경훈 영사, 한국민단교토부본부 김형련 부단장,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교토부본부 김현일 국제통일부장 등을 비롯한 외빈들도 참석하여 윤동주 유혼비 앞에 국화꽃을 헌화했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空と風と星と詩)》(2015)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씨도 참석하였는데 우에노 시인은 “해마다 헌화식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간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이번에 헌화식이 재개되어 기쁩니다. 헌화식에 참석할 때마다 윤동주 시인이 이어주고 있는 한일간의 우정과 문화 교류의 거대한 힘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한일 간의 다양한 문화교류가 이어지길 고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이 하숙했던 뜻깊은 자리에 세워져 있는 유혼비(留魂之碑) 앞에 국화꽃을 든 많은 일본인이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습은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어 2부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다큐멘타리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이 영화는 교토예술대학 유학생이었던 한국인 손장희 학생이 감독한 작품으로 교직원과 학생들의 비상한 주목을 받으며 상영되었다.

 

 

손장희 감독은 “영화 <高原타카하라>는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타카하라(高原) 지역과 교토에 사는 일본인들에게 일상의 장소와 시인과의 연결고리를 소개하고자 기획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윤동주 시인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라기 보다는 여전히 새롭게 배울 것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동주 시인은 가고 없지만, 영화를 볼 때마다 윤동주 시인이 우리들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생생한 시어(詩語)로 한일 간의 국경을 뛰어넘어 앞으로도 영원히 한일 간의 가교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교토예술대학에서 가진 추모헌화식에 앞서 지난 12일(일)에는 윤동주 시인이 숨져간 후쿠오카에서도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12일 낮 2시부터 후쿠오카 구치소 북쪽에 있는 모모치니시공원(百道西公園)에서 가진 이날 추모회를 주관한 사람은 <후쿠오카 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 (福岡・尹東柱の詩を読む会)> 회원들로 이들은 대표 마나기 미키코(馬男木美喜子) 씨를 중심으로 해마다 윤동주 시인이 숨져간 후쿠오카 형무소 터에서 추모회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매달 모여 윤동주 시를 읽으며 그가 남긴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도쿄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첫 유학지인 릿쿄대학 주관으로 19일(일), 줌(비대면 화상)으로 추모회를 가질 예정이다. 19일 낮 2시부터 진행되는 추모회는 <시인 윤동주와 함께 : ‘2023 공개강연회’>로 강연 주제는 ‘윤동주의 고향 간도를 말한다’며, 강사는 도다 이쿠코 작가(인천 관동갤러리 관장)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윤동주 시인의 기일(忌日)인 2월 16일을 앞뒤로 한 후쿠오카, 교토, 도쿄 등지에서 조선 청년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을 수십 년째 해마다 거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참고로 이 기사는 후쿠오카, 교토, 도쿄에서 각각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일본인들로부터 사진 제공과 행사 내용을 전화로 인터뷰하여 기사로 정리하여 실었음을 밝힌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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