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을 듣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

  • 등록 2023.07.29 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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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향, <달팽이>
[겨레문화와 시마을 15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달 팽 이

 

                                       - 이시향

 

 

   남의 말 듣는 게 좋아 달팽이는

   느릿느릿 걷습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달팽이는

   귀가 몸보다 커다랗게 되었습니다.

 

   남이 한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달팽이관 안에

   작아진 몸을 집어넣은 달팽이가

 

   느릿느릿 걷습니다.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시설에서 인공증식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참달팽이 20마리를 지난해(2022년) 7월 8일 오전 전남 신안군 홍도 원서식지에 방사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8년 홍도에서 참달팽이 5마리를 도입하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초생활사를 규명했으며, 2020년 12마리를 인공증식 하는 데 성공했다. 2년 뒤인 현재 참달팽이 수는 모두 65마리로 늘어났다.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참달팽이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한 홍도 마을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는 고유종이다. 이 가운데 개체밀도가 가장 높은 주요 서식처에서도 100 평방미터 당 5마리 정도만 발견될 만큼 개체군의 수가 매우 적다.

 

시민단체 가운데는 방송인 김민자 씨가 회장으로 있는 ‘(사)사랑의달팽이’라는 단체도 있다. 사랑의달팽이는 청각장애인에게 인공달팽이관 수술은 물론 보청기를 지원하여 소리를 찾아주고, 소리를 듣게 된 아이들의 사회적응지원과 대중들의 인식개선교육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단체다. 사랑의달팽이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며 작은 것부터 변화를 이끌어낸다.”라는 핵심 값어치를 실천하고 있다.

 

 

여기 이시향 시인은 <달팽이>라는 시에서 “남의 말 듣는 게 좋아 달팽이는 느릿느릿 걷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남의 말을 듣는 게 좋다기보다는 정상인처럼 온전히 들을 수 없음이다. 청각장애인은 남이 한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달팽이관 안에 작아진 몸을 집어넣은 달팽이가 느릿느릿 걷습니다.”라고 노래한다. 청각장애인이 그럴 것이다. 이 청각장애인에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줌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환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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