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치용’(所以致用, 실용하기 위한 것)

  • 등록 2025.05.08 12: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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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36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 정치 소통(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관심은 동양 정치사상의 기본인 민본(民本)에 중점을 둔 것은 사실이나 그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실용(實用)이라고 할 신제(新制,製)와 창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이 정치를 통해 실용과 신제를 강조한 기사들을 중심으로 세종의 실질적인 정치의 모습을 보자.

 

세종이 이루고자 하였으나 아직 그 시기는 시대정신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이루지 못한 일도 있다. 시장경제의 기초인 화폐 유통과 기타 인권강화라 할 노비제도의 완화 같은 것들이다.

 

 

여기 실질적인 토지개량과 말의 관리에 대해서도 실용(實用)임을 강조했다.

 

⋅ 실용(實用)

 

(나주 교수관 진준이 제주의 토지개량과 말의 관리에 대해 올린 글) 말[馬]은 군국(軍國)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생각지 않을 수 없으니, 산림에 놓아 제 천성대로 자라서 사람에게 길들여 익히지 않았다가, 일조에 갑자기 붙들어 매어 후풍(候風, 배가 떠날 때 순풍을 기다리는 일) 하는 곳에 모아, 여러 날 주리고 목마르게 하다가, 배에 실려서 바다를 건너게 하면, 풍토와 물이 각각 다른지라, 목말라 물을 마시다가 병이 나면, 못 쓰는 말이 되어, 나라에 무익한 것이다. 이제 각처에 마땅한 곳을 조사해서 마굿간을 설치하여, 미리 길러서 겨울을 지나면, 거의 전일의 병이 없어지고 다 실용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세종실록⟫1/7/13)

 

말의 관리 같은 구체적인 일상의 생활에 대해 건의하고 이를 받아 개선해 나간다. 또 다른 ‘실용’의 예는 맹자의 말씀을 그 정신을 ‘넓게 뜻으로 해석한 대목’으로 국방의 일로 행성을 쌓는 일이다.

 

(평안도 연변의 행성을 쌓는 데 대한 사간원의 상소문)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백성을 한계(限界, 사물의 정하여 놓은 범위) 하되 흙을 쌓아 올려 경계로 삼지 않으며, 나라를 튼튼히 하되 계곡의 험준함으로써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찌 실용을 적합하지 않은 것을 맹자가 말하겠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감히 어리석은 포부를 털어놓아 임금님의 총애를 번거롭게 하여 마지않는 것입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하늘 때의 순조롭고 순조롭지 못한 점을 살피시고 백성의 불쌍한 점을 생각하시어, 신 등의 지극한 심정에 굽어 따르시어 우선 이 역사를 멈추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그대들의 말을 아름답게 여기나, 다만 큰일은 쉽사리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다." 하였다. (⟪세종실록⟫24/11/26)

 

⋅ 절용(切用)

 

실제 이용에 필요한 것 ‘절용’을 강조한 일도 있다.

 

(함길도의 소개어피를 구하도록 유시하다) 함길도의 관찰사와 절제사에게 유시(諭示)하기를, "상어가죽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것으로 병기(兵器)를 꾸미면 물도 받지 아니하고 견고하여 좋다는 것이다. 저번에 오진(五鎭, 다섯 진산)의 자제(子弟)들이 다랑어 껍질을 진상하였는데, 견고하여 좋기가 상어가죽과 다름이 없고, 꽃무늬가 더욱 기이한데, 야인(野人)에게서 얻은 것이라 한다. 김보지(金保之)가 길주 판관(吉州判官)이 되었을 때 해변에서 이 고기 가죽을 보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또 말하기를 경상도 영덕(盈德) 지방에도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는 것이 틀림없다. 대저 새로 생산되는 물건을 관청에서 구하면 백성들이 반드시 싫어하고 꺼리어서 숨기고 말하지 않는데, 국산품으로 실용에 적절한 물건은 알지 않아서는 안 될 일이니, 경은 잘 알아보아서 아뢰되, 너무 급하게 서둘러 시끄럽게 하지는 말라."하고, 또 경상도와 강원도에도 유시(諭示)하여 구하게 하였다. ⟪세종실록⟫30/1/11)

 

⋅ 치용(致用)

 

동전 사용의 예를 통해 경서의 연구도 실용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 이르는 대목이 나온다.

 

형조 판서 정진(鄭津)이 임금께 올리기를, "동전(銅錢)의 법은 그 유래가 오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이 다 이것을 싫어하니 개혁(改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이 법이 시행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폐지하겠는가." 하였다. 또 말하기를, ... 내가 비록 백성에게 이(利)로운 일을 나라에 시행하고 있으나, 또한 후세에 나무람을 받을 것이 있지 않겠는가.... 오늘의 편안한 것을 믿고 후일의 환란(患亂)을 생각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경서(經書)를 깊이 연구하는 것은 실용(實用)하기 위한 것이다. 바야흐로 경서와 사기(史記)를 깊이 연구하여 다스리는 도리를 차례로 살펴보면, 그것이 보여 주는 나라 다스리는 일은 손을 뒤집는 것과 같이 쉽다."하였다. (⟪세종실록⟫7/12/8)

 

⋅ 응용(應用)

 

실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응용(應用)까지 할 수 있다.

 

(황해도 관찰사가 원방패와 입방패를 섞어 만들 것을 건의하다) 황해도 관찰사가 계하기를, "지금 교지를 받들어 도내 여러 진(鎭)으로 하여금 방패(防牌)를 만들게 하였으나, 원방패(圓防牌)는 기병(騎兵)을 놀라게 하는 데 불과할 뿐이오니, 왜적은 본디 기병은 사용하지 않으니, 입방패(立防牌)를 섞어 만들어 기회를 따라 응용(應用) 하기를 청합니다."(⟪세종실록⟫3/6/9)

 

응용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는 여러 분야에 적용(適用)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 적용지학(適用之學)

 

(성균관에 가서 공자 사당에 배알하고 명륜당ㆍ모화관에 가서 각각 문과·무과를 시험하다) 임금이 편복(便服, 평상시에 간편하게 입는 옷) 차림으로 ...명륜당에 나아가 책제(策題,과거 시험의 제목)를 내니, 〈그 글에 이르기를,〉 "윤대(輪對, 임금에게 직무에 대하여 보고하던 일)란 아랫사람의 사정을 다 알게 하고, 그의 현명함과 그렇지 못함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혼례(婚禮)란 인륜을 바로잡고 음양(陰陽)의 이치를 따르기 위한 것이고... 대간(臺諫)은 풍문(風聞)만으로는 탄핵할 수 없음이 이미 법령에 명백히 나타나 있으니, 이는 남의 음란하고 방탕한 일을 고발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강(紀綱)을 세우고 풍속을 바로잡는 데 방해됨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이해가 서로 관계되며, 의논이 분분하여 좇을 바를 모르고 있다. 역대의 본받을 만한 자취와 오늘에 이를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숨김없이 진달하라. 장차 응용할 수 있는 학문을 이에서 보리라. 하고, 드디어 모화관에 거둥하여 무과를 시험하였는데, 먼저 기사(騎射, 말 타고 활을 쏨)를 시험하고, 다음에 격구(擊毬)를 시험하고, 그다음에 보사(步射, 달려가면서 활을 쏨) 1백 80보(步)를 시험하고, 그다음 경서(經書)와 무경(武經, 군사와 병법에 관한 글)을 강하고 환궁하였다. (⟪세종실록⟫16/3/8)

 

⋅ 적용지학(適用之學)

 

(이계전과 김문에게 《강목》ㆍ《통감》의 뜻을 찬술케 하다) 이를 읽는 사람이 진실로 성상(聖上)의 교훈을 우러러 본받아 먼저 경학(經學)을 밝히고 난 후에 《통감(通鑑)》으로써 학문을 넓히고 《강목(綱目)》으로써 요약한다면, 일의 처음과 끝이 겸하여 갖추어지고 안팎이 융통(融通)되어, 본체(本體)가 밝게 되고 쓰기[適用]에 벗어나지 않는 학문이 될 것이다. 만일 혹 차례를 건너뛰어 여러 가지 책을 읽는 데만 한갓 힘을 쓴다면, 어찌 우리 성상께서 도학(道學)을 먼저 밝혀 세대에 내리어 교화하시려는 아름다운 뜻을 보답함이 되리오. 훗날의 이 책을 보는 사람은 마땅히 스스로 깨치고 살필 것이다. (⟪세종실록⟫18/7/ 29)

 

세종의 실용정신은 실용, 절용(切用), 치용, 응용, 적용 등 현대에도 계속 그 단어가 이어지고 사용될 만큼 역사와 현재에 살아 있는 힘 있는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세종은 정치에서 이러한 ‘실용’ 정신을 강조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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