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가>에 나오는 약산ㆍ동대와 관서팔경

  • 등록 2025.11.25 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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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5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민요 <영변가(寧邊歌)>에 나오는“영변(寧邊)의 약산(藥山)에 동대(東臺)로다, 부디 평안히 너 잘 있거라.”로 부르는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다. 영변(寧邊)은 평안남도 남서부에 있는 군(郡)의 이름으로 진달래꽃과 함께 관서팔경(關西八景) 사운데 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시인 김소월은 이곳에 피는 진달래꽃을 주제로 하여 억압적인 일제강점기에서도 민족의 슬픔을 노래하였다. 예로부터 경관이 좋고 아름다운 자연물에는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 있고, 그곳과 관련한 시(詩)와 노래가 있기 마련이다.

 

영변가에 나오는 약산동대(藥山東臺)는 평안북도 약산의 최고봉인 제일봉 서쪽에 있는 대석(臺石)을 이르는 이름이다. 글쓴이가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이런저런 자료들을 확인해 보면, 동대는 기암(奇巖) 절벽 위에 높이 솟아 있어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 장관이어서 시인을 비롯하여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묵객(墨客)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는 곳이다. 또한 이 산속에는 천주사(天柱寺), 서운사(棲雲寺), 학귀암(鶴歸庵) 같은 절이 있어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소월(金素月)의 시 〈진달래꽃〉으로 더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한 이곳은 약산의 깎아 세운 듯한 절벽 위에서 서쪽으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구룡강의 물줄기가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전해주고 있다.

 

서도의 대표적인 민요, <영변가>의 노랫말은 특별히 어려운 시어(詩語)를 구사하지 않아서 이해하기는 쉬운 편이다. 지난주에 소개한 1~2절에 이어 이번에는 3~5절의 노랫말을 음미해 본 다음, 가락을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감상이 되리라 생각된다.

 

 

<영변가>의 3절 노랫말

 

“ 아서라 말려 무나, 네 그리 말려 무나,

  사람의 인정의 괄시(恝視 업신여김)를 네 그리 마라.

  남산을 바라다보니. 진달 화초는 다 만발하였는데,

  웃동 짧고, 아래 아랫동 팡파짐한 아이들아,

  날 살려 주렴.”

 

이어서 4절과 5절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 자규(子規-두견새)야 우지를 마라. 울려거든 너 혼자 울 게지,

  여관(旅館) 한등(寒燈-추운 밤에 비치는 등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워 주나.

  일락(日落)은 함지(咸池-못에 잠기어), 황혼 되고

  월출어동령(月出於東嶺-동쪽고개에 달이 떠오름)이로구나.

  달 솟아온다.”

 

“ 양덕(陽德-평안남도 동부지역의 고을 이름)

  맹산(孟山-평안남도 맹산군의 군소재지) 흐르는 물은 

  부벽루하로 감돌아든다.

  삼산(三山)은 반락(半落)이다. 모란봉(牧丹峯)되고,

  이수(二水)는 꺼겅청 뛰어 능라도(綾羅島)로다.“

 

영변 약산의 동대 외에 관서지방의 팔경(八景)은 무엇 무엇인가? 잠시 그 이름만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제1경은 강계의 인풍루(仁風樓). 이 누각은 평안북도 독로강과 북문강가 절벽에 있는 강계지역 누각으로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제2경은 의주 통군정(統軍亭). 삼각산(三角山) 위에 있는 정자로, 이곳에서는 만주의 구련성(九連城)이라든가, 오룡산(五龍山)이 바라보인다는 곳이다. 임진란 때, 명나라 원군이 강 건너기를 주저할 때, 왕이 이를 재촉하기 위하여, 빈 독에 입을 들이대고 통곡함으로써 명나라 군사들에게 용의 울음소리로 들리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는데, 그래서일까? 통군정을 통곡정(痛哭亭)으로 부르기도 한다.

 

제3경은 선천에 있는 동림폭포(東林瀑布). 용천(湧泉)이 동쪽으로 흘러서 10m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는 곳이다. 제4경은 안주읍 북쪽 위에 있는 백상루(百祥樓). 아래로는 청천강이 흐르고 있으며 고려시대 충숙왕의 시(詩)가 있는 곳으로, 이 누각은 진주에 있는 촉석루(矗石樓)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어서 제5경은 평양의 연광정(練光亭), 대동강가에 있는 것으로 5백 년 전 허굉(許硡)이 세웠다고 하는 아름다운 정자인데, 이곳은 선조 임금 때, 강화담판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일제강점기 때는 기녀 계월향(桂月香)이 일본의 고위군사를 꾀어서 안고 떨어진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해서 재북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곳이다.

 

제6경 강선루(降仙樓). 성천의 비류강가에 있는 누각으로, 임진란 때 세자였던 광해군이 피난한 일이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제7경 세검정(洗劍亭). 강계군 만포에 있는 정자로, 오랑캐를 물리친 박남여(朴南輿)가 이곳에서 피 묻은 칼을 씻었다 하여 세검정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 곳이다. 마지막은 앞에서 소개한 영변의 약산동대(藥山東臺)이다.

 

이처럼 관서지방에 전하는 아름다운 8경이 있으나, 남쪽에서는 그 이름만을 기억할 뿐, 현장의 생생한 멋이나 풍류는 상상 속에서만 그려 볼 뿐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1900년대 초부터 소리꾼들에 의해 전해오는 <영변가>라는 서도민요가 있어 그 가락과 노랫말을 되뇔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되고 있을 뿐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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