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포크의 조선 남부 여행기는 뒤에 계속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근대식 병원 설립에 포크가 한 역할을 짚어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은 1885년에 설립된 제중원(濟衆院)이다. 개원 당시에는 광혜원(廣惠院)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나, 고종 임금의 명에 따라 2주 만에 '대중을 구제한다'라는 뜻의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1884년 갑신정변 당시 크게 다친 왕실 외척 민영익을 미국의 의료 선교사 호레이스 알렌(Horace Allen)이 서양 의술로 치료해 살려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에 감동한 고종이 알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립병원을 설립했다.
이런 사실은 상식처럼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지 포크의 숨은 공헌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사학자 이광린의 설명이다.
주한미국공사관부무관 포크(George C. Foulk) 소위의 열띤 충고와 알선은 마침내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 설립을 성취시켰다. 포크 소위는 보빙사 일행이 워싱톤에 도착한 이후로 미국 곳곳을 안내하고 다녔으며, 그들이 귀국할 때도 같이 행동하여 한국에 부임하고, 새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던 것이니, 그의 노력이 없었던들 아마 이 일은 성취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광린, 《한국개화사연구》)
다음은 알렌의 일기다.
1885년 1월 22일
현재 주한 미국 대리공사직을 맡고 있는 포크는 친절하게도 나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병원 설치안을 제출하였는데 (….) 또한 이를 한문으로 번역하여 제출했다. 포크의 병원 설치안은 다음과 같다.(….)
포크는 이 같은 병원 건설안을 민영익의 영향력에 의해 추진하고자 했다. (…) 만약 묄렌도르프가 나의 병원건설안 소식를 들으면, 방해하거나 묵살할지도 모른다.
1월 27일
오늘 민영익은 나에게 현금 10만 냥을 보내주었는데, 이는 나에 대한 우의의 표징으로 보낸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 그는 최근 나에게 미국과 중국 상해 등지를 돌아 세계 일주 여행을 다녀오라고 몇 차례 권고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친형으로 모시겠으며, 내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확언한다.
병원 건설안은 곧 민영익에게 전달되었고, 이 같은 사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를 비롯하여 모든 조선 친구, 심지어 조선 한의사들까지도 나의 병원 건설안에 찬동했다. 민영익은 오늘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두 사람의 관리를 나에게 보내왔다.
병원 건설안을 묄렌도르프의 손을 거쳐 제출하고 싶지 않아서 그의 손을 빌리지 않기로 했다. 그는 나의 병원 건설안 전부를 효과적으로 억눌러서 취소 또는 무효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알렌이 지인에게 보낸 1885년 2월 4일 자 편지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묄렌도르프의 통제 아래 있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포크를 통해 병원 설립을 신청했습니다. 묄렌도르프는 포크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제 선교 계획에 해를 입히고 병원 계획도 수포로 돌아 가게 할지 모릅니다.
다시 알렌의 일기이다.
2월 14일자 일기
우리는 오늘 병원 건설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단히 기뻐했다. 이제 모든 일이 어리둥절할 만큼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월 20일
어제 포크 대리공사가 병원 건설안을 승인한다는 외아문(외교부서) 공문서를 내게 보내왔다. 그토록 갈망했던 일이건만 기쁘다기보다는 가슴이 답답해 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문해 본다. 묄렌도르프의 음흉한 패거리들(친청사대당) 때문이다. 우리 병원은 운영자금이 부족한 데다 임금이 창덕궁으로 옮겨가는 문제에 정부가 모두 매달리고 있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3월 1일
나는 어제 시간을 내어 병원 건물을 건사하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가재기물을 정돈하였다. 이 집은 지난번 갑신정변에서 참살당한 고 홍영식의 저택이다. (…) 그의 집 방바닥은 유혈이 낭자하여 그의 가족들이 이곳에서 살해되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홍영식 저택은 철저하게도 약탈된 상태였다. 심지어 문짝, 창문, 스토브, 서류, 벽에 걸린 물건까지 노략질해 갔다.
3월 22일
포크 대리공사는 병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내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몇몇 조선 관리들은 기부금을 낼 의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비약적인 위대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알렌이 소상히 기록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근대식 병원 설립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이루어졌다. 그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사에 이르기까지 포크의 숨은 공로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왜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